[기수정의 여행 in]세월이 빚어낸 걸작…자연의 나이테를 걷다

[여행]by 아주경제

40m 높이 '임진강 주상절리' 수십만 년 전 화산 폭발로 인한 용암 흔적 그대로

천연기념물 542호 '아우라지 베개용암' 둥글고 길게 이어진 암석 촘촘히 박혀

'재인폭포' 시원한 폭포수 소리·에메랄드 물빛 자랑…별칭 '연천이 품은 보석'


가본 사람과 가보지 않은 사람으로 나뉜다. 한 번 가보면 또 가고 싶고,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어진다. 현대의 시간 속에서 낯선 과거를 만나고, 설렘 가득한 경험을 한다. 억겁의 세월이 아름답게 빚어낸 경기도 연천에 대한 얘기다.


연천은 그저 그런, 식상한 여행지가 아니다. 발길 닿는 곳마다 우리가 감탄하는 모든 풍광은 오래전 자연이 빚어낸 걸작이다. 국내 7번째 국가지질공원 연천은 오늘도 여전히 신비롭다.


◆유구한 세월의 흔적을 마주하다···임진강 주상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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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만 년 전, 이곳에선 화산이 폭발했다. 용암이 흘러내렸고, 시간이 흘러 유구한 세월의 흔적을 남겼다.


홍적세 중기(약 100만년~1만년 전) 무렵, 분출한 용암이 강을 따라 흐르며 들판을 뒤덮고 밀려 내려가던 용암이 역류하며 수십 킬로미터(㎞)에 달하는 넓은 용암대지를 형성했다.


화산활동이 끝난 후 용암이 굳고 강의 침식작용이 이뤄지면서 기하학적 모양의 주상절리가 되었다. 40미터(m) 높이의 수직 절벽으로 길게 펼쳐진 임진강 주상절리도 그렇게 탄생한 결과물이다.


위대한 자연의 섭리, 역사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연천 임진강 주상절리는 신생대의 지질 운동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임진강과 한탄강이 만나는 합수머리(도감포)에서부터 북쪽으로 임진강을 한참 거슬러 한 폭의 수묵화가 되어 우리를 감탄케 하는 임진강 주상절리는 중국의 적벽과 견주어도 손색없을 정도로 웅장하다.


주상절리의 진면목을 알려면 강둑에 서서 지긋이 바라보는 것이 가장 좋다. 봄과 여름에는 신록의 향연을, 가을이면 붉게 물든 단풍이 아름다워 '임진적벽'으로 불리기도 한단다.


강을 따라 평화누리길도 이어진다. 천천히 걸으며 병풍처럼 펼쳐진 수직 절벽을 눈과 마음에 오롯이 담아보는 것도, 일교차가 큰 날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주상절리의 몽환적인 풍광에 매료돼보는 것도 임진강 주상절리를 감상하는 방법이 될 듯싶다.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자연의 섭리···아우라지 베개용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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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하여 아우라지 베개용암이다. 왜 그렇게 붙여졌을까.


동행한 문화 해설사가 말하길, "신생대 중기 무렵 북한의 평강 오리산에서 분출한 현무암질 용암이 한탄강 계곡을 따라 흘러내리다 영평천의 차가운 물과 만나면서 용암의 표면이 급격히 식었고, 그렇게 베개용암이 형성돼 오늘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한탄강과 영평천이 합쳐진 ​아우라지(두 하천이 만나는 지점을 이르는 순 우리말)에 닿은 용암의 표면이 식으면서 베개모양으로 굳어져 아우라지 베개용암이 됐다는 얘기다.


해설사는 “베개용암은 대개 깊은 바다에서 용암이 분출할 때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우라지 베개용암은 바다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내륙지역의 강가에서 발견됐기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매우 희귀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내륙에서는 보기 어려운 지질유산인 아우라지 베개용암은 천연기념물 제542호로 지정됐다.


처음에는 아우라지 베개용암 자체가 베개를 닮은 줄만 알았는데, 지형 아랫부분을 보니 둥글고 길게 이어진 암석이 촘촘히 박혀 흡사 베개의 모양같이 보인다.


전망대에 설치된 망원경으로 보면 둥근 베개 수백 개를 촘촘히 박아놓은 듯한 베개용암의 면면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손꼽히는 관광명소···재인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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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라지 베개용암과 지척에는 재인폭포가 자리한다. 재인폭포는 연천이 품은 보석으로 불릴 만큼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곳이다.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수 소리를 듣고, 그 아래 영롱한 에메랄드빛 머금은 소(沼)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고뇌가 씻기는 듯하다.


재인폭포는특히 검은 현무암 주상절리 아래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아름답기로 유명해 제주도 천지연폭포와 비견되기도 한다.


재인폭포를 만나러 가는 길, 스카이워크 형태의 전망대가 가장 먼저 여행객을 맞는다.


투명한 유리 바닥 위에 서서 발아래 펼쳐진 폭포의 풍광을 담을 수 있다. 신비로우면서도 아찔하게 느껴지는 협곡을 조망하기에도 그만이다.


재인폭포는 원래 평지였던 곳이 갑자기 움푹 내려앉으며 지장봉에서 흘러내리던 계곡물이 폭포를 이루게 됐다.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주상절리는 폭포의 거센 물살에 조금씩 침식되기 시작했고, 세월이 흐르며 폭포도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폭포는 그렇게, 누구보다 열심히 모습을 바꿔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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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연천=기수정 기자 violet1701@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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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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