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현빈·송강호의 사극 매력은 여기서 나왔다 '영화의 얼굴창조전'

[컬처]by 알려줌

전시 <영화의 얼굴창조전>

이병헌·현빈·송강호의 사극 매력은 여

영화 <역린>에서 현빈(오른쪽)의 분장을 맡은 조태희 분장감독(왼쪽) 표지 및 이하 사진 ⓒ 영화의 얼굴창조전, 하늘분장

'분장'은 영화에서 큰 역할을 차지할 때가 많다. '배우의 얼굴'을 통해 영화가 주고 싶은 메시지를 온전하게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로 시선을 넓히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분장상을 받은 <아마데우스>(1984년),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2003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8년) 등은 현재까지로 명작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하지만 한국의 청룡영화상이나 대종상에서는 '분장상'을 비롯한 주요 '스태프'들을 기리는 시상 분야가 '기술상'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어, 상대적으로 영화인들에 대한 '리스펙트'가 부족해 보이는 아쉬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시점에 국내 최초로 뜻깊은 분장 콘텐츠 전시회가 열렸다. 2018년 12월 29일 문을 열어, 오는 4월 23일까지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영화의 얼굴창조전>이 그 주인공이다. 조태희 분장감독은 그동안 자신이 작업했던 소품을 모아 전시를 열었다. 이는 2010년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렸던 팀 버튼, 스탠리 큐브릭 감독, 드림웍스 전시처럼 소중한 영화의 역사를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소중한 기회다. 이번 전시는 총 15편의 영화 속에서 500여 점에 달하는 전시품으로 구성됐는데, 아라아트센터의 구조 특성상 지하 1층부터 지하 4층까지 내려가면서 볼 수 있는 관람 동선은 인상적이었다.

이병헌·현빈·송강호의 사극 매력은 여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이병헌이 착용한 '용주물 조각 비녀'

지하 1층부터 시작되는 전시관에서 가장 먼저 만난 작품은 천만 관객을 동원한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년)였다. "사극 대부분의 작품이 고증을 바탕으로 하기보다 창작에 집중했다"라는 조태희 분장감독은 배우들이 그동안 힘들어했던 사극 장신구들의 무게감을 덜기 위해 소재 및 제작방식에 변화를 줬다. '광해'와 '하선'을 동시에 연기하며 1인 2역을 완벽히 소화했던 이병헌이 착용한 '용주물 조각비녀' 외에도, '중전' 역의 한효주가 착용한 '여의주 비녀', '투각 비녀' 등이 함께 전시됐고, 한편에는 '어좌 포토 섹션'도 마련되어 재미를 줬다. 이병헌의 친필 사인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지하 2층도 두 편의 사극이 준비됐는데, 하나는 병자호란을 담아낸 작품 <남한산성>(2017년)이었다. 예조판서 '김상현' 역의 김윤석이 착용한 '관자', 이조판서 '최명길' 역의 이병헌이 착용한 '관자'가 각 캐릭터의 색에 맞춰 대비되게 제작됨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남한산성>에서는 수염이 배우 모두의 입술을 뒤덮고 있는데, 보통 입술이 보이게 하여 촬영을 잠시 쉬는 시간에도 편히 식사를 할 수 있게 하나 조태희 분장감독의 생각에는 시대적 배경상 그렇게 긴박한 상황에 수염을 관리하면서 다니지 않았을 것이라는 상상에서 나온 결과물이었다. 덕분에 연출진과 배우의 동의로 불편함을 감수한 수염이 완성됐다.

이병헌·현빈·송강호의 사극 매력은 여

영화 <남한산성>에서 이병헌(오른쪽)의 분장을 맡은 조태희 분장감독(왼쪽)

또한, 당시엔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같은 시기에 개봉한 <범죄도시>(2017년)로 인지도를 급상승시켰던 진선규가 착용한 '민상투'도 전시되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해준다. 같은 층에 있는 <역린>(2014년) 관에는 '정조'를 맡은 현빈이 사용한 '취마노 투각 은비녀' 외에 '임금용 용비녀', '수염', '정순왕후'로 분한 한지민이 착용한 '봉황비녀', '첩지' 등이 소개됐다.

 

지하 3층에도 두 편의 사극이 관람객을 맞이했다. 영화 <사도>(2014년)에서 '영조' 역의 송강호는 40~70대에 걸친 인물의 시대변화를 분장으로 표현해야 했다. 고집스러운 성격을 나타내기 위해 심하게 굴곡진 웨이브 수염과 실제 영조의 초상화인 '어진'에서 보이는 수염과 같은 모양, 위치, 색깔 등으로 '어진'과 비슷하게 보이기 위해서 최대한 노력했다. 수염만으로 나이의 변화를 주는 분장의 기술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또한, 유아인이 '사도세자'를 연기하면서 착용한 '망치질감 수제 은 상투관' 그리고 문근영이 '혜경궁 홍씨' 역으로 착용한 '떠구지', '떨잠' 등이 전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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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도>에서 송강호(왼쪽)의 분장을 맡은 조태희 분장감독(오른쪽)

같은 층에 있는 '좀비 블록버스터' 영화, <창궐>(2017년) 섹션에서는 현빈이 연기한 조선의 왕자 '이청'의 '상투' 외에도 '가발 디자인', '관자', '상투관', '망건' 등 장신구들과 장동건이 맡은 '김자준' 역의 '관자' 및 '망건', '수염'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좀비가 된 왕을 맡은 김의성의 분장과 관련한 스케치가 인상적이며, 동시에 미로처럼 구성된 전시 통로도 볼거리를 제공했다.

 

마지막 지하 4층에는 지난해 추석 시즌을 강타한 영화 <안시성>(2017년)에서 조인성이 연기한 '양만춘'의 '상투관', 설현이 연기한 '백하' 역의 비녀, 머리 장식 등을 볼 수 있었다. 주목해야할 것은 전쟁 중인 극중 상황을 캐릭터 상에서 표현하기 위해 피부질감과 입술 톤, 가발 및 수염 등 다양한 부분에 신경을 쓴 것이다. 특히 이곳의 가발들은 모두 장발인 것이 특징으로, 키가 180cm가 넘는 남성 배우의 허리 아래까지 늘어뜨린 장발은 물론 여성 배우들의 머리 역시 모두 장발이었다. 조태희 분장감독이 장발의 인모를 구하기 위해 업체를 통해 중국까지 수소문하여 찾아낸 소재들이었다.

이병헌·현빈·송강호의 사극 매력은 여

영화 <안시성>에서 남주혁이 착용한 '30인치 인모 가발'

한편, 지하 4층에는 그의 필모그래피들이 고스란히 녹여 있는 다른 작품들의 소품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사극 뿐 아니라 <형>(2016년), <보통사람>(2017년), <꾼>(2017년), <변산>(2018년), <완벽한 타인>(2018년) 등 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에서도 조태희 분장감독의 열정이 느껴지는 흔적들이었다. 주목할 것은 배우들의 애정이 담긴 사인들로, 영화 내내 분장 작업을 하면서 함께 했을 그들의 팀워크가 고스란히 엿보이는 순간이었다.

 

글 : 양미르 에디터

2019.04.0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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