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열의 음악앨범' 철저히 이것 하나에 기댄 억지 '레트로 로맨스'

[컬처]by 알려줌

<유열의 음악앨범> (Tune in for Love, 2019)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표지 및 이하 사진 ⓒ CGV 아트하우스

<유열의 음악앨범>은 1994년 10월 1일부터 2007년 4월 15일까지 전파를 탄 KBS 라디오의 동명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라디오'라는 매체는, 눈으로 보는 '영상 매체'와는 달리 귀로 들을 수밖에 없으며, 덕분에 DJ가 말하는 사연들이 우리의 머릿속에 들어가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동명 라디오 프로그램을 매개로 두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자 했는데, 유열이 첫 방송을 진행한 순간 우연히 만난 '미수'(김고은)와 '현우'(정해인)의 반복되는 이별과 재회를, 1994년, 1997년, 2000년, 2005년이라는 네 시기를 통해 담아냈다.

개봉 2주차로 향하는 이 영화는 꽤 많은 호불호 포인트를 만들어냈다. 분명 정지우 감독 특유의 섬세함이 보이는 연출점은 작품의 인상적인 포인트다. 빛깔은 김고은의 첫 장편 작품 <은교>(2012년)나, 수영장의 빛을 제대로 담았던 <4등>(2015년) 만큼이나 고왔다. 김고은과 정해인의 꿀 떨어지는 케미도 좋았으며, 뮤지컬 <레드북>과 KBS 드라마 <회사 가기 싫어> 등에서 강렬한 인상을 선보여줬던 김국희(은자 役)의 재발견도 좋았다.


하지만 그와 달리 무언가 뚝뚝 끊기는 두 캐릭터의 감정선과 그 이유로 지적된 '우연의 반복'은 작품의 호불호를 낳았다. 정지우 감독은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원수 집안의 남자를, 혹은 여자를 만나 사랑을 이루지 못한 이야기는 재미있지만 내 이야기 같지 않았다"라며, "우리 영화는 인생의 어느 순간에 경험했을 법한 내 이야기를 하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관객은 '내 이야기'로 생각하며 작품을 관람했을까? 아니면 철저히 '우연에 기댄' 포인트는 무엇이 있었을까?

당연하겠지만, 첫 장면부터 이 영화는 '우연'에 기댄다. 막 소년원에서 출소한 '현우'가 '콩으로 만든 제품'을 사러 '미수'가 있는 '빵집'에 간 것. '슈퍼마켓'도 아닌 '빵집'에서 '두부'가 있는지 묻는 게 딱히 이해는 되지 않지만(물론, 두부를 재료로 한 '피자롤'과 같은 제품이 존재하긴 한다), '현우'는 "기적이네"라는 말까지 꺼내 가며, 순정만화의 남자 주인공만큼이나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등장한다. 이윽고 다짜고짜 '미수'네 빵집에 아르바이트 일을 하는 '현우'는 '미수'에게 첫눈에 반한 것이 분명하고, 그런 '미수'도 '현우'에게 마음이 간 것도 분명하다. 두 배우의 꿀 떨어지는 미소를 꽤 많은 '롱테이크'로 담아냈기 때문.


하지만 '현우'의 질 떨어지는 친구들로 인해, '현우'가 아르바이트 일을 그만둔 덕분에 영화는 '갑자기' 1997년으로 향한다. '누군가가 타임머신을 잘못 작동시켜서, 1994년을 더는 보여주고 싶어서였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물론, 한정된 상영 시간으로 구성된 영화는 미니 시리즈 드라마처럼 모든 주인공의 전사나 이야기를 구구절절 대사나 상황을 통해 풀어줄 필요가 전혀 없다. 가끔은 캐릭터의 감정을 관객이 직접 여운을 느끼며 체화할 필요도 있겠지만, 이 작품은 인물 간 감정의 끓는점이 오기 전, 오히려 차갑게 시점 전환을 하며 식혀낸다.

영화에서 알려준 것이 제대로 없기 때문에 확실하게 언급할 순 없지만, 1994년, 1997년, 2000년 시점에서 두 사람은 각자 애인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충분히 그 사랑을 고백할 상황이 존재했었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현우'의 사건으로 인해 두 사람은 헤어진다. 1997년은 입대 전날에 두 사람이 재회했기 때문이었고, 2000년은 1994년에도 문제를 일으켰던 '현우'의 친구들로 인해 '미수'를 볼 면목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영화는 가장 많은 시간을 2005년에 할애한다. 애초에 이 작품이 '레트로 로맨스'라고는 언급했지만, 굳이 <응답하라> 시리즈만큼 추억의 소품이나 소재를 다량 꺼내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다. '미수'네 빵집 건너편에 있는 '비디오 대여점', IMF 구제금융 관련 보도, '윈도 95' 로고 음악과 함께 나오는 PC 통신 '천리안', 2000년에서 들려오는 핑클의 '영원한 사랑'(1999년), 그리고 그 시대에 사용된 '만 원권 지폐'나, '폴더폰', 만화방 정도가 '레트로' 소재로 사용됐다. 하지만 이 소재가 극에 적절히 개입한 경우는, '천리안 이메일' 정도였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외친 '라디오 소재'로 비유하면, 이미 두 사람의 관계는 '엇갈린 주파수'였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랑'이라고는 하지만, 그냥 두 사람은 계속 '엇갈린 주파수'대로 살아가도 충분했을 것이다. 느릿한 템포에도 불구하고, 젠가 블록을 빼낸 것처럼 구멍 난 전개로 인해, 그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엇갈린 주파수'를 억지로 연결하고자 넣은 2005년의 마지막 대목들(대표적인 로맨스 영화의 클리셰인 '현우'가 뛰고, 이후엔 '미수'가 뛰는 장면)이나, '콜드플레이'의 2005년 노래 'Fix You'의 삽입은 억지스러웠다.


차라리 지난해에 개봉한 <너의 결혼식>의 상황이 더 관객의 공감대를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당시 주인공 '황우연'(김영광)은 "사랑은 타이밍이다. 내가 '승희'(박보영)를 얼마나 간절하게 원하는가보다는 얼마나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하느냐가 더 중요하고, 그게 운명이고, 인연이다"라는 말을 했다. 게다가 '황우연'은 '현우'와 달리, 우리 주변에 너무나 잘 보이는 '결점 많은 캐릭터'다. 비록, 소년원에는 다녀왔지만, '직접적인 죄'를 저지르지 않은 '현우'는 오히려 그 사건 때문에 계속해서 '원죄를 지닌 무결점' 인물로 등장하고, 그러다 보니 2005년 두 사람의 주요 갈등도 '현우'의 '친구들' 때문에 벌어졌었다.

유열의 음악앨범


감독 : 정지우

출연 : 김고은, 정해인

개봉 : 2019.08.28.

2019/08/31 메가박스 목동

글 : 양미르 에디터

2019.09.1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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