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스러운 삶을 살았던 그녀, 비비안 마이어

[컬처]by 아트인사이트 (ART insight)

비비안 마이어. 그녀는 결코 사진가가 아니었다. 그녀는 일평생 보모라는 직업을 갖고 아이를 돌보며 생활을 이어나간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한청년으로 인해 그녀의 작품은 세상으로 나오게 되었다. 사진을 즐겨 찍었던 한 여인에서부터 세계가 주목하는 사진가가 되기 까지, 그녀의 수수께끼 같은 삶의 발자취를 같이 따라가보자.

1. 수수께끼 같은 그녀의 삶

비밀스러운 삶을 살았던 그녀, 비비안

이 사진 속의카메라를 들고 있는 여인이 바로 비비안마이어 이다. 그녀는 1926년미국 뉴욕 브롬크스에서 입주간호사인 프랑스인 어머니와 전기 기술자인 오스트리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유년시절을 보냈고, 1956년 시카고에 정착한 이후 2009년 세상을 떠날 때 까지 보모로생계를 유지하며 생활하였다. 이 것 이외에 비비안마이어에 대한 이야기 중 확실한 것이 없다. 보통 가족이나 친척, 지인들을 통해 수소문하면 과거의 행적을 알수 있는데, 신기하게도 그녀 뿐만 아니라 그녀의 가족 어느 누구의 기록도 남아있는 것이 없다고 한다.

 

그녀의 사진은2007년 역사를 공부하고 있던 한 청년 존 말루프에 의해 발견되었다. 존 말루프는 자신의 책에 넣을 사진을 찾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시카고의 한 경매장에서 마이어의 작품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는 필름이 가득 찬 한 상자를 380불에 낙찰 받았다. 집에서 필름을 살펴보던 존 말루프는 사진이 범상치 않음을 느끼고 일부 필름을 스캔하여 블로그에 올렸다. 시선을 사로잡는 그녀의 사진들은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쏟게 했다. 그녀의사진이 존 말루프의 손에 넘어가기 까지는 그리 대단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찍은 사진과 필름들을 임대 창고에 보관하고 있었던 마이어는, 보모로 근근이 먹고 살아갔기 때문에 연체된 창고 비용을 내지 못했고 2007년 압류 당한 후 존 말루프에게 팔린 것이다. 이와같은 사실에서 그녀가 얼마나 자신의 사진과 필름을 아꼈는지 알 수 있다. 보모로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필름을 보관하기 위해 임대 창고를 빌리고 롤라이플렉스(사진 속의 카메라), 라이카와 같은 고가의 카메라를 사용했다는 것에서 사진에 대한 그녀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2. 셀피의 여왕

비밀스러운 삶을 살았던 그녀, 비비안
비밀스러운 삶을 살았던 그녀, 비비안

비비안마이어, 그녀는 셀피의 여왕 이었다. 처음 그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작품을 접했을 때, ‘셀피의 조상격되시는 분인가?’ 하는 장난스러운 생각이 들 정도로 그녀의 작품 중에는 자신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 굉장히 많았다. 그녀의 자화상 사진들을 보다 보면 누구나 한가지 기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속의 그녀는 웃고 있지 않다. 자화상 사진 속 그녀는 카메라를 들고 무표정으로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비밀스러운 삶을 살았던 그녀, 비비안
비밀스러운 삶을 살았던 그녀, 비비안

그녀가 자신의 모습을 찍은 작품들 중에는 그녀 스스로 자신의 그림자를 찍은 작품들도 꽤나 보인다. 비밀스럽고 은밀한 삶을 살았던 그녀의 과거와 그녀의 그림자를 찍은 작품을 연관시켜 생각해보면, 어쩌면 그녀는 사진 속의 그림자처럼 조용하고 은밀한 삶을 그녀 스스로 원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녀가 그런 삶을 원한다 했을지라도, 무표정으로 찍은 자화상사진과 자신의 그림자를 찍은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그녀의 삶이 매우 외로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매일을 거리를 다니며 사진을 찍었음에도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죽을 때까지 필름으로 간직했던 그녀의 외로운 삶과 고독함이 사진 너머로 전해진다.

3. 그녀의 시선

비밀스러운 삶을 살았던 그녀, 비비안
비밀스러운 삶을 살았던 그녀, 비비안
비밀스러운 삶을 살았던 그녀, 비비안
비밀스러운 삶을 살았던 그녀, 비비안

그녀의 작품 속 피사체는 대부분이 지극히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그 누구나 카메라만 있으면 평범한 일상 속에서 캐치해 낼 수 있는 사진이지만, 그녀의 작품은 어딘지 모르게 매력적이고 보고 있으면 순식간에 압도 당한다.

비밀스러운 삶을 살았던 그녀, 비비안
비밀스러운 삶을 살았던 그녀, 비비안
비밀스러운 삶을 살았던 그녀, 비비안
비밀스러운 삶을 살았던 그녀, 비비안

그녀의 사진이 우리를 압도하고 묘한 울림을 주는 것은 사진의 속에 담긴 그녀의 시선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사람들을 향한 깊은 이해와 관심으로 그들의 순간 순간을 프레임 안에 아름다우면서도 익살스럽게 표현해냈다. 그녀의 자화상 속의 모습은 무표정 하고 고독해 보인 것에 비해 타인을 피사체로 찍은 사진은 왠지 모를 애정과 따뜻함이 느껴진다. 그녀는 외로운 삶을 살았지만 그 외로운 삶으로 부터 벗어나고자 카메라 렌즈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내가 비비안 마이어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된 것은 2015년 성곡미술관에서 열렸던 <내니의비밀> 이라는 전시회를 접했을 때이다. 너무나도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들, 거리의 풍경, 자신의모습. 무엇 하나 특별한 것이 없는 작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시회를 보는 내내,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녀의 작품은 나에게 있어서 잔잔한 여운을 주는 동시에 슬픔을 느끼게 한다. 사람이 자신의 일상을 남기려 일기를 쓰듯이, 그녀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외롭고 고독한 삶 속에서 그녀의 일생을 사진으로써 기록한 것이 아닐까? 이러한생각을 품고 그녀의 사진을 보니 마치 그녀가 대답을 해주는 것만 같았다. “그래, 나 여기 있었어. 그래, 내가 이 길을 걷고 있었어.” 라고.

 

그녀는 생전에 단 한번도 자신의 사진을 그 누군가에게 상업적인 의도를 가지고 보여주거나 판 적이 없었다. 그녀 스스로 그녀의 작품을 비밀스럽게 감춰왔는지, 보여주고 싶었지만 여건이 되지 않아 불가능 했는지는 이제 그녀의 의사와 상관없이 중요하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그녀의 작품은 존말루프에 의해 발견되었고, 그는 그녀의 작품들을 상업적 예술로 다시 해석하여 그녀의 삶과 작품들을 자신의 사업 일환으로 만들었다. 물론 마이어의 작품을 찾아내고, 그 가치를 알아본 것은 존말루프이기에 어느 정도의 작품에 대한 권리는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떠한 이유에서 사진가가 아님에도 일평생 사진을 찍어 왔는지, 명확하지도 않은 한 여자의 삶을 빛을 보지 못했던 한 예술가의 고독한삶인 척 포장하여 비비안 마이어의 작품을 인위적으로 더욱 더 대단하게 보이려 만드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의 욕심으로 인해 외롭기는 했으나 조용하고 평온하게 살았던 그녀의 삶을 망가트린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그녀가 그저 좋아서 찍은 사진이 상업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불편한 현실이 안타깝긴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녀의 사진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사진이라는 것이다. 그녀의 훌륭한 작품들을 조금 더 소개하고 싶기에 그녀의 작품들을 담은 영상으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이미지 출저:http://www.vivianmaier.com/

[박윤진 에디터 dbswls5710@naver.com]

2017.07.1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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