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최악의 하루'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리뷰.

[컬처]by 아트인사이트 (ART insight)

"최악의 하루, 그 엔딩만큼은 해피엔딩일거예요."

영화 '최악의 하루'에 대한 지극히

최악의 하루

감독 김종관

출연 한예리, 이와세 료, 권율

개봉 2016, 대한민국

 

영화를 처음 보기 시작하면서 '이게 무슨 영화인가'하는 느낌을 주는 영화였지만 보면 볼수록 빠져들고 '지금 이 영화를 다 이해하지는 못할 것 같지만 꼭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영화다'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영상미는 예뻤고 여자주인공의 상황은 꼬일대로 꼬인 상태였고 일본인 작가는 타국에서 꿔다놓은 빗자루 마냥 대해지고...

 

이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가 가장 매력이 있다고 느껴진 것은 '감성적인 영상미'와 '소설화자와 소설 속 주인공이 만나는 것과 같은 이야기 흐름'입니다. 또한 한예리 배우님의 매력이 가장 두드러지는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섬세한 감정의 표현과 말투, 몸짓 모두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평소라면 이해하지 못했을 행동을 하는 캐릭터를아끼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배우가 어떻게 연기해내느냐에 있다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최적의 '은희'가 아니었나싶습니다.

 

영상미는 정말 예쁩니다. 서울의 아름다움을 최대로 활용한 영상에 카메라의 시선이 따뜻하니 보는 내내 따뜻함을 느꼈습니다. 서울은 아름다운 도시이고 그 속에서 살아가며 그 아름다움을 깨닫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영화 속 앵글에서 잡히는 서촌 골목 골목과 남산, 서울의 전경들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원래 모든 것은 제 3자의 입장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겠죠. 그 속에 있다면 자기 자신을 살펴보지 못했을테니까요. 영화가 마무리 된 후, 서울의 아름다움을 찾으러 집 밖을 나가고 싶었으니 집순이인 제게 성공적인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영화적 스토리를 보자면 처음 영화를 보고 났을 때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엔딩대사를 마주했었습니다. 그럼에도 엔딩대사의 여운이 길게 남아있었습니다. 그렇게 본 후에 어느 분의 한줄평에 '작가가 소설 속 주인공에게 다가갔다'라는 것을 보고 1시간 33분 동안 제가 본 것을 완벽히 이해하고 더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것이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영화를 본 관점 중에서 가장 제게 와닿았던 관점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다시 장면 장면을 돌려보면서 감탄을 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전영화가 아닌지라 개인적인 해석 정도로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영화 '최악의 하루'에 대한 지극히

이 영화의 가장 주요한 인물은 여주인공 '은희'와 소설가 '료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의 플롯 역시 동시간대 진행되는 두 사람의 하루를 보여줍니다. 여주인공 '은희'와 소설가 '료헤이'는 '료헤이'가 한국에 와 길을 잃게 되어 처음 만납니다. 그리고 한국어와 일본어를 서로 사용하지 않은 채 영어로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그런 짧은 만남 뒤에 서로의 하루로 향합니다.

 

여주인공 '은희'는 배우를 꿈꾸고 있으며 현재 전에 만난 남자와 지금 만나고 있는 남자들과의 관계에서 꼬인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그녀의 거짓말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관계들의 어긋남의 시작이 '은희'에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관계란 상호관계에 의해 이루어지고 그 관계를 이어가려는 어쩌면 이기적인 욕망들이 그 관계들의 어긋남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그녀의 거짓말이 그녀의 욕망 중 하나죠. 그로 인해 꼬여버린 남자들 사이의 관계에 그녀는 최악의 하루를 맞이합니다.

 

그리고 소설가 '료헤이'는 한국에 와 번역된 자신의 책 출판기념회를 열지만 전혀 인기가 없는 자신의 책의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말은 잘 통하지 않고 그의 책에 대한 의견을 들을 기회조차 없었고 어색하고 불편한 상황들을 마주합니다. 그러다 만난 그의 팬이라는 한 매거진 기자를 만납니다. 그 기자는 그에게 왜 그의 소설 속에 인물들에게 왜 불행을 몰아치냐고 묻고 그들을 정말 알고 있냐고 묻습니다. 소설가 '료헤이'는 답하지 못합니다. 인물들과 자신은 다르지만 이해하고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물음에 답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아까 만났던 여주인공 '은희'가 갔다는 남산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둘은 영어로 이야기합니다. 은희는 자신이 거짓을 말했다는 것은 자조적으로 이야기하고 소설가와 이야기할 때에는 영어라 거짓을 말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배우를 준비하는 그녀는 무대에 있을 때는 진실을 말하고 무대에 내려왔을 때는 거짓을 말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합니다. 소설가는 묻죠. 지금도 거짓이냐고,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냐고. 그녀는 말하죠. 영어라서 거짓을 말하기 어렵다고.

 

그 때에 소설가는 여주인공인 '은희'에게 갑자기 떠오른 이야기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자신은 헤피엔딩을 써본 적이 없다고 이야기하면서. 계절은 눈 오는 추운 겨울, 한 여자. 두 눈 가득히 걱정을 가진 그 소설 속 여주인공에게 말해줍니다.

"하지만 걱정말아요.
이번 이야기의 끝은 해피엔딩일 것입니다."

"곤경에 처한 여자 이야기다."라는 소설가 '료헤이'의 나레이션으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영화 속 여주인공 '은희'가 소설가 '료헤이'가 쓰는 이야기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싶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영화를 설명하기 시작할 때 남자주인공이 아닌 소설가라고 료헤이를 지칭한 것입니다.

 

영화 속 소설처럼 '소설 속 그들을 잘 알고 있나요?'라는 기자에 말에 자기모순을 겪고 있는 것 같은 자신에 대한 반성으로 소설 속 불행들에게 시달린 하루를 보낸 여주인공을 만나러 간 것이죠. 다시 만난 그녀와 거짓없이 소통하고 알아갑니다. 영어라는 공통의 언어 매개체를 통해서 말입니다. 그리고 최악의 하루를 보낸 그녀에게 이번 이야기의 끝은 해피엔딩일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위로를 건넵니다.

 

그리고 이러한 위로의 말은 이 영화를 보는 모두에게 해당될 것입니다. 소설가의 소설 속 여주인공과 그냥 평범한 우리들이 계속 마주할 수많은 불행들의 끝이 해피엔딩이니 걱정하지 말고 길의 끝을 보라고 말이죠.

 

여주인공의 독백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하느님이 제 인생을 마치려고 작정한 날이에요."

소설 속에서의 하느님은 소설을 쓴 작가이겠죠. 작가는 어떠한 의도로 글 속 인물들에게 불행을 안겨줍니다. 그리고 위에 등장한 소설가 '료헤이'는 해피엔딩을 써주지 않았죠. 글은 글일 뿐이니까. 하지만 독자는 그에게 말합니다. 그 인물들을 진짜 이해하고 알고 있는 것이 맞냐고. 이에 글 속 인물들을 만나고 소설가 '료헤이'는 해피엔딩의 이야기를 쓰려고 합니다. 이는 지금 우리의 삶에서 글 속 인물이 아닌 우리들에게는 '신'이라고 대변되는 전지적 인물(소설 속 전지적 작가시점처럼 말이죠.)이 우리를 이해하기 시작했고 결말은 해피엔딩일 것이니 수많은 불행들에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소설가 '료헤이' - 여주인공 '은희'
전지적 존재(신) - 우리들, 관객들

이러한 구조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지 않나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따뜻한 위로의 말.

 

어느 날 본 책에 걷는 것이 지금 가장 아무 일도 없음을 확인하는 행위라는 문장을 보았는데 그런 평온함을 걸어봐야 겠습니다. 서촌으로 걸어보고 싶게 만드는 위로의 영화입니다.

 

영화 속 기억에 남는 대사들

 

1. 긴긴 하루였어요. 하느님이 제 인생을 망치려고 작정한 날이에요.

 

2. 연극이란게 무대에 있을 때는 진심이거든요. 근데 끝나고 나면 가짜고.

 

3. 정말, 그 사람들을 알고 있나요?

 

4. 진짜라는 게 뭘까요. 전 사실 다 솔직했는 걸요.

 

5. 걱정하지 마세요. 이번 스토리의 끝은 해피엔딩이니까.

영화 '최악의 하루'에 대한 지극히

[고혜원 에디터 bluecloud412@naver.com]

2017.09.04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 입니다.
채널명
아트인사이트 (ART insight)
소개글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 입니다.

    Copyright © ZUM internet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