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충분히 잘 살고 있다!

[컬처]by 아트인사이트 (ART insight)

바야흐로 ‘혼자’의 시대다. 2017년 현재, 우리나라 국민 중 세 명 중 한 명은 1인 가구 형태로 거주 중이라고 한다. 불과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주를 이루던 핵가족의 주거 형태에 밀려 특이하게 여겨지던 1인 가구가 이제는 우리 사회의 가구 유형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우리 주변 곳곳에서 소포장되어 판매되는 과일이나 채소, 영화관에서 1인 가구를 위해 마련한 싱글석, 혼자 온 사람들이 식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칸막이로 구분된 식당의 1인석 등 이들 ‘나홀로족’의 라이프스타일에 발맞춘 여러 모습들을 볼 수 있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 되었고, 여기에 덧붙여 최근에는 혼자여도 충분히 살만한 시대, 혼자라서 행복한 삶이 ‘대세’로까지 떠오르고 있다. 이는 1인 가구가 끼치는 사회적 영향력이 이전에 비해 매우 커졌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한편 최근 방영되고 있는 TV 속 여러 예능과 드라마 콘텐츠들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나홀로족의 사회적 영향력 증가를 더욱 실감할 수 있다. 과거 예능 프로그램 혹은 드라마 속에서 등장하는 1인 가구는 정상적인 가족의 영역에서 벗어난, 주변적이고 비주류적인 모습으로 그려지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들이 혼자서 생활하는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특히 결혼적령기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결혼에 성공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혼자 사는 미혼 남녀들이 나홀로족의 대표적인 모습이었다. KBS에서 2004년 방영된 드라마 ‘올드미스 다이어리’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 1인 가구가 대폭 증가함에 따라 콘텐츠의 주요 시청자 층 중 한 유형이 되면서, TV 콘텐츠는 이제 나홀로족을 주류의 영역으로 완전히 끌어들여 바라보기 시작했다. 최근의 콘텐츠 속 1인 가구는 특별한 이유 없이도 혼자서의 삶을 즐기는 정상적인 주거 형태의 하나로 그려지고 있는데, 특히 과거와 달리 나홀로족이 주축이 되어 그들의 일상에 집중한 1인 가구 ‘맞춤형’ 콘텐츠들이 대거 등장해 1인 가구 시청자 층의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키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는 MBC의 ‘나 혼자 산다’, SBS의 ‘미운 우리 새끼’, tvN의 ‘혼술남녀’, ‘식샤를 합시다’ 등을 꼽을 수 있다.

나 혼자, 충분히 잘 살고 있다!

먼저 MBC의 ‘나 혼자 산다’는 1인 가구의 일상을 집중적으로 처음 조명해 큰 인기를 얻은 대표적인 나홀로족 맞춤형 예능으로, 2013년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방영된 후 큰 화제를 모으며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 현재까지도 꾸준한 인기를 얻으며 방영 중이다. ‘나 혼자 산다’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시청자가 실제로 1인 가구로 생활하고 있는 유명인들의 모습을 제3자의 시선에서 ‘관찰’한다는 점이 있다. 촬영 스태프의 카메라로 출연자를 직접적으로 촬영해 직접 대면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 보다는 집안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나 이 프로그램의 마스코트인 곰인형 ‘윌슨’을 시선을 통해, 시청자들이 출연자의 자연스러운 일상생활 모습을 그대로 CCTV로 관찰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관찰 예능적 성격과 출연자들의 각양각색 홀로 라이프를 통해 ‘나 혼자 산다’는 1인 가구 시청자들에게 공감과 재미를 동시에 선사하고 있다.

나 혼자, 충분히 잘 살고 있다!

한편, 2016년부터 SBS에서 방영되고 있는 예능 ‘미운 우리 새끼’는 ‘나 혼자 산다’와 같은 1인 가구 관찰 예능이지만 연령대가 중년의 싱글 남성들이라는 점, 그리고 그들의 일상을 어머니들과 MC들이 스튜디오에서 지켜보며 코멘트를 덧붙인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모습을 보인다. ‘미운 우리 새끼’에서 등장하는 노총각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자신의 일상을 마음껏 즐긴다. 과거 TV 매체에서 보여줬던 노총각, 노처녀들의 나 홀로 라이프가 짝이 없는 데에서 기인하는 ‘외로움’의 감정에 집중했던 것과는 달리 이 프로그램은 노총각 출연자들의 일상도 충분히 활기차고, 일반인처럼 인간적이기도 하며 개성이 가득하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나 혼자, 충분히 잘 살고 있다!

드라마 tvN의 ‘식샤를 합시다’와 ‘혼술남녀’도 빼놓을 수 없는 ‘나홀로족’ 컨텐츠이다. 이 두 드라마는 특히 2-30대 청년층 1인 가구의 일상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는데, 먼저 ‘혼술남녀’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혼자 술을 마시는 것, 이른바 ‘혼술’을 작품 전반의 주제로 내세웠다. 노량진 학원가를 중심으로 노량진 학원 강사들과 공시생들의 삶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작품 내내 전개되는 동안 ‘혼술’ 장면은 곳곳에 빠지지 않는다. 과거의 드라마 속 ‘혼술’이 좌절이나 아픔, 속상함을 드러내는 행위로 그려졌던 반면에 이 드라마에서의 ‘혼술’은 그날그날, 다양한 자신의 감정에 집중할 수 있는 여가시간 그 자체의 의미로 그려지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다.

나 혼자, 충분히 잘 살고 있다!

한편 ‘혼술남녀’가 ‘혼술’에 집중했다면, 마지막으로 소개할 ‘식샤를 합시다’는 ‘혼밥(혼자 밥을 먹는 것)’을 테마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특히 이 드라마의 ‘먹방’은 매우 유명한데, 작품의 제목처럼 드라마 전개에 있어서 ‘식사’가 중요하게 사용되고, 먹는 장면을 특히 집중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드라마의 재미는 물론 덤으로 시청자들의 침샘을 자극하기도 하는 것이다. ‘식샤를 합시다’는 이렇게 ‘먹는 것’이라는 테마 아래 각각 다양한 1인 가구 청춘들의 일상과 타인과의 관계 맺음, 갈등 등을 자극적이지 않게 풀어내 먹방과 스토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지 않으며 나홀로족의 ‘힐링 드라마’로 많은 매니아층을 형성했다.

 

그러나 앞으로 이러한 TV 콘텐츠들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도 여전히 존재한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모두 젊은 층의 ‘나홀로족’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에, 노년층 1인 가구에 초점을 맞춘 콘텐츠들이 전무하다시피 한 것이다. 이미 고령화 사회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60대 이상의 1인 가구 비율은 30%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들을 위한 맞춤형 콘텐츠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홀로 사는 노년층이 대중문화의 영역 속에서 젊은 층의 1인 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받고,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앞으로는 젊은 층의 1인 가구뿐만 아니라 노년층 1인 가구들을 위한 맞춤형 콘텐츠들 또한 다양하게 제작되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모든 계층, 세대에 국한되지 않고 누구나 문화를 쉽게 접하고, 향유할 수 있는’ 대중문화의 본연적 의미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게 되새겨져야 할 시점이다.

 

(참고: 한국콘텐츠진흥원 '1인 가구 시대의 콘텐츠 소비변화)
(사진출처: 나무위키, 구글)

 

김현지 에디터 hyunzi2005@naver.com

2017.08.2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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