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의 따뜻한 위로가 필요할지도 모르는 당신에게.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컬처]by 아트인사이트 (ART insight)

삶에는 정답이 없다. 하지만 최선은 있다.

 

잡화점이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원작을 접하기 전, 잡화점이라는 공간은 우울하고 칙칙하거나 아니면 작은 공간에 엄청나게 많은 물건들로 가득 찬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냥 물건을 파는 공간인 것 같았는데, 그런 곳에서 흰머리의 할아버지가 편지로 고민 상담을 해준다니! 갑자기, 잡화점이라는 공간이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가?

나미야의 따뜻한 위로가 필요할지도 모

어쩌면 이 영화는 당신에게 작은 휴식이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 매일매일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당신에게, 앞으로 나아가기 두려운 당신에게, 맞는 길로 가고 있는지 의심하는 당신에게.

많은 이야기와 시간이 오고가는 우유박스는 그들을 하나로 이어준다.

나미야 잡화점에는 고민을 편지로 하면, 답장해준다. 심각한 고민은 우유박스에 답장을 넣어놓는다. 나미야의 답장은 재치 있고, 또 허를 찌른다. 우회적이지만, 심지가 있다. 나미야 잡화점의 철문과 그 옆으로 이어지는 우유박스는 영화에서 시공간을 넘나드는 공간이다. 영화는 1970-1980년도의 주인공들과 2012년의 주인공들, 그들이 결국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하나의 큰 틀에서 출발한다. 그들을 잇는 매개체가 바로 우유박스이다. 이 영화의 마지막에 길 잃은 강아지가 성공해서 자신이 있었던 보육원에 다시 우유박스를 놔둔 장면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나미야의 따뜻한 위로가 필요할지도 모

싸워라, 패배한다면 너의 발자취라도 남기고 와라.

생선가게 뮤지션의 에피소드는, 아츠야와 친구들이 강도 짓을 하고 우연히 들어온 나미야의 잡화점에서의 첫 답장이다. 시공간을 초월한 고민 상담의 시작이기도 하다. 1970년대의 생선가게 뮤지션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과 가업을 물려받는 일 사이에 고민한다. 아버지의 건강이 악화되어,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온다. 결국, 아버지의 가업을 물려받으려고 결정하고 아버지에게 말하는 순간, 아버지는 음악은 어쩌고? 생선장사는 네가 원하는 일이 아니지 않냐, 도쿄에 가서 음악을 해라. 싸워서 이겨라. 패배한다고 해도, 너의 발자취라도 남기고 와라고 한다.

 

어쩌면 생선가게를 물려받는 일이 편하게 살 수 있는 길일지 모른다. 음악으로 성공하기에는,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경쟁은 치열하다. 내가 좋아해서, 하고 싶다고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정말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편한 길은 포기하기 쉽다. 당연히 누구에게나 적용되긴 힘들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고 생각했을 때는 혼자 어떤 확신이 생긴다. 밀어붙이고 나갔을 때, 거기서 실패를 하게 된다면 또 그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져야 하지만, 혼자만의 확신이라는 놈이 꽤 무서운 존재다.

 

이 영화는 어쩌면 해답은 될 수 없겠지만, 최선의 답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하고 싶지만 어려운 일과, 편하고 쉽지만 내가 원하는 길이 아닌 것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럴 땐, 하고 싶은 일을 하되 싸워서 패배하되 발자취를 남기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당신이 잡지 기자가 하고 싶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서울로 가서 여러 잡지사에 도전을 해보며 부딪혀보라. 그러면서 당신은 좀 더 배우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면서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게 될 것이다. 만약 패배한다 해도, 당신이 포기하고 다른 길을 선택했을 때보단 더 나은 선택이 되지 않았을까? 당신으로 인해, 당신이 그 직업에 대해 진지한 마음을 가지게 되고, 더 나아가 그 일에 보탬이 되고, 작은 변화의 현장에 있었다면 당신은 패배했지만, 절대로 실패하진 않은 삶이다.

나미야의 따뜻한 위로가 필요할지도 모

30년 후, 당신의 삶은 어떻게 변했나요? 그 답장은 당신에 인생에 도움이 되었습니까?

나미야는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아빠가 없는 아이를 가진 여자의 편지였다. 아이를 위해 아이를 지워야 하는, 결코 가벼운 고민이 아니었다. 나미야는 답장을 해준다. 시간이 흐른 후, 신문에 그녀가 아이와 동반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아이는 차 밖으로 던져져, 목숨은 구했지만, 엄마는 죽었다는 뉴스였다. 나미야는 큰 죄책감에 빠진다. 혹시 내가 했던 편지들이 그들을 더 불행하게 만들진 않았을까? 죽기 전, 아들에게 유언으로 '30년 뒤 나미야 잡화점이 부활하니 당신이 어떻게 사는지 잡화점으로 편지해 달라'는 내용을 전하라고 부탁한다. 나미야는 1980년 잡화점에서 그의 생의 마지막 밤을 보낸다. 그를 사랑해서, 함께 도망치고 싶었던 아키코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30년 후 편지들이 떨어진다.

 

나미야는 편지를 찬찬히 뜯어본다. "시험을 100점 맞으려면 어떻게 해요?", "선생님께 나에 대한 질문을 해보라고 부탁하면 너는 100점을 맞을 수 있지"라는 말에 "에이, 그게 뭐야" 의심하던 소년은 33년 후 아이들에게 100점을 주는 선생님이 되었다. 동반자살이라고 생각했던 일은 사실 어머니가 자살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나미야의 말을 듣고 아이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하다 졸음운전으로 사고를 당한 것이었다. 그 아이는 나미야에게 엄마 몫까지 열심히 살게 됐다고 감사의 편지를 보내게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편지가 한통 날아온다.

나미야의 따뜻한 위로가 필요할지도 모

그건 너의 선택이고 너의 결정이다.

어쩌면 모든 고민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생선가게 뮤지션처럼 가업을 물려받는 것과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에 대해 고민할 때 사실 내가 듣고 싶은 말은, 네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해라는 말이다. 음악으로 성공하기 힘들다는 답장에, 나는 음악을 장난으로 하는 게 아니라고 한다. 길 잃은 강아지는 낮에는 회사원, 밤에는 몸 파는 일을 한다. 거기서 만난 남자가 가게를 차려준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그렇게 하지 마라, 그럼 불행해진다. 어떻게 그를 믿을 수 있냐'라는 답장에도 그녀는 자신의 경제 상황을 말하며, 그에게 진 빚은 가게가 성공하면 갚을 수 있다고 말한다.

 

사실 모든 고민들은 각각 무게가 다르다. 원하는 답, 듣고 싶은 답이 있지만, 혹시 내가 다른 선택을 했을 때가 더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진다. 그래서 내가 아닌 남에게 답을 듣는 것이다. 길 잃은 강아지는 답장을 읽고도 밤일을 하려 했지만, 결국 마지막 답장을 보고 그의 말을 듣기로 한다. 그녀는 성공했고, 그 성공은 편지 덕분이라고 한다.

 

하지만 답장을 해준 아츠야는 그녀에게 '그것은 나의 덕분이 아닙니다, 당신이 선택하고 당신이 잡은 것입니다.'라고 한다. 그때의 여운은 정말 강렬했다. 소위 듣던,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라는 말보다 더 깊은 어떤 것이었다. 만약 똑같은 조언을 그녀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했을 때 그가 그녀처럼 미친 듯이 경제학 공부를 하지 않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의 삶을 선택했다면?

 

삶은 우리의 선택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어쩌면 가벼운 선택일지라도.

나미야의 따뜻한 위로가 필요할지도 모

백지의 삶에 대한 위로.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고 울컥했던 부분은, 나미야의 마지막 답장이었다. 나미야는 죽기 전 마지막으로 백지로 된 편지를 받게 되는데, 사실 그 편지는 아츠야와 친구들이 시험 삼아 보내본 편지였다. 이러한 사실을 알 리가 없는 나미야는 답장을 쓰기 시작한다.

 

사실 2012년의 아츠야와 친구들은 좋지 않은 가정환경에 보육원에서 살아가다 강도 짓을 한 상황이었다. 아직 어려서 두렵고 외로웠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위로를 듣고 싶었을 것이다. 나미야는 답장으로, 당신은 백지상태처럼 두렵고 방황하고 있지만 백지상태기에 앞으로 어떤 그림이든 그릴 수 있다고 말한다.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해야 행복할지, 혹시 실패하진 않을지, 아님 실패해서 새로 시작하던지. 모두 백지상태일 것이다. 두렵고 포기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나미야의 답장처럼 우리가 그렇기 때문에 도전해볼 수 있고 부딪혀볼 수 있다.

원작이 있는 영화, 새로움보단 표현의 문제.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정말 좋아한다. 이 사람 책이면 꼭 읽어야 한다는 그런 의무감이 들 정도로. 고등학교 시절 도서관에서 우연히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유성의 인연>을 만났고, 그의 소설들을 수업시간에 교과서 밑에 두고 몰래 읽었었다. 그의 책은 한 시라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다. 또 그의 글을 읽을 때면, 나 혼자만의 일본의 전경, 분위기를 상상하곤 했다. 그의 작품들이 영상으로 만들어졌을 때, 그런 느낌들이 깨졌다는 것에 아쉬웠지만.

 

이 작품의 원작인 책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을 때 또한 그랬다. 책을 읽기로 시작한 그 자리에서 한 권을 끝까지 읽어버렸으니. 지금도 내가 그 책을 어디서 읽었는지 생생하게 기억난다. 결말로 갈수록 설마 했던 그들의 연결고리가 현실이 되어갈 때의 쾌감이란! 하지만 이 영화의 포스터 뒤에 이미 주인공들이 하나로 연결된다는 거미줄 표시까지 있는걸 보고 에이, 뭐야 싶었다. 하지만, 원작이 있는 영화는 새로운 맛보단, 내가 아는 내용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하는 재미에 보는 게 아닐까?

 

두꺼운 책을 2시간 이내의 영상으로 만들어야 하니, 삭제된 부분도 많았고 인물의 감정의 세세한 표현을 놓친 점도 있다. 시공간이 교차할 때 어쩐지 조금은 어색한 부분도 있다. 원작을 읽은 사람이라면, 조금은 실망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가볍게 보기 좋았다. 일본 영화의 특유의 잔잔한 분위기에 나미야를 연기한 니시다 토시유키의 연기도 인상 깊었다.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거나, 공감 받고 싶다면 이 영화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130분이라는 러닝타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 않고, 1970년대 나미야 잡화점의 포근한 분위기는 당신에게 왠지 모를 안정감을 줄 것이다.

 

김아현 에디터 wndns789@naver.com

2018.03.0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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