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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다꾸, 그 무한한 가능성에 대하여

by아트인사이트 (ART insight)

다꾸, 그 무한한 가능성에 대하여

당신은 다꾸를 알고 계십니까? 일본어와 같은 발음을 지니고 있는 다꾸. 다꾸는 다이어리 꾸미기의 줄임말이다. 다이어리 꾸미기라고 하면 어린 아이들이 문구점에서 산 스티커로 이곳저곳에 붙이는 것을 상상할 수 있지만, 요즘은 비단 어린 아이들만의 활동이 아니다. 연령을 막론하고 다꾸는 많은 이들의 관심사다. 다이어리를 꾸미는 데 사용되는 색연필, 마스킹 테이프, 스탬프, 스티커들을 판매하는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많은 디자이너들도 자신의 스토어에 이러한 소품들의 판매 장을 열고 있다. 자신의 다꾸 방식을 찍고, 설명 방법들을 적어서 커뮤니티에 올리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공식 다꾸 카페도 생기고 있는 추세이다. 또한, 육공 다이어리라는 여섯 개의 구멍을 뚫고 고리를 걸어 만든 다이어리의 유행은 많은 사람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다꾸는 손재주가 좋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손재주가 좋은 사람의 다꾸는 확실히 다르다. 색채 선정, 스티커 부착, 손글씨까지 퀄리티가 훨씬 높을 테지만 다꾸의 가장 중요한 특성 중 하나는 비공개라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콘텐츠가 아닌 자신이 만든 자신만의 고유한 내용물이라는 것이다. 다이어리의 존재 의의는 자신의 하루를 정리하고, 앞으로의 하루들을 계획하며 글로 풀어내는 것에 있다. 그렇기에 누군가에게 보여줄 필요도 없으며, 남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행동에 제약을 느끼고, 외형에 제재를 가한다. 어쩌면 다이어리 자체가 하루를 마무리할 때 안식처가 되어줄 수 있다. 온전히 나와 나의 만남이기 때문이다.

다꾸, 그 무한한 가능성에 대하여

다꾸의 특성 두 번째는 자신의 취향이 온전히 반영된다는 것이다. 다꾸에는 정해진 양식이 없다. 빈 종이에 자신의 취향에 맞는 색깔, 필기구, 다양한 장식용품을 선택하고 꾸미는 것이다. 그렇기에 일정한 틀에 갇혀있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꾸미고 싶은 대로, 자신의 취향을 온전히 쏟을 수 있다. 하루가 저무는 밤, 책상 앞에 앉아 다이어리를 펴 자신의 하루를 정리할 때 자신의 방법대로 그 하루를 마무리하면 스트레스 쌓이고 힘들었던 하루도 자신만의 위로로 온전케 된다. 또한, 앞으로의 계획을 세울 수 있으므로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다.

 

사실,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행동 범위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 학교에서나, 직장에서나 완전히 자기의 생각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 이리저리 부딪히고, 충돌한 내 생각들이 소멸하기도 하지만 그대로 아쉬움에 머릿속에 남기도 한다. 그러한 응어리들을 풀 수 있는 곳이 다꾸인 것이다. 다꾸는 형형색색의 필기구와 장식용품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검은 펜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여러 기호들을 그리고, 숫자들을 적는 행동도 충분히 다꾸의 한 분야일 수 있다.

다꾸, 그 무한한 가능성에 대하여

그렇다면, 왜 다꾸가 유행일까? 왜 많은 사람들이 다꾸를 하기 시작할까? 직접 지인에게 물어보았다. 대량 스티커들을 주문하여, 꽤 많은 돈을 다꾸에 들이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자기만족이라 한다. 또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다꾸를 형식적으로 따지면, 단순히 끄적거리고 다이어리를 꾸미는 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지만, 의미상으로는 자신의 하루를 기분 좋게 마무리해주는 고마운 수단이다. 그것도, 어렵지 않은 방법으로.

 

우리는 과거부터 계속해서 기록하고 있다. 8살부터 반강제적으로 일기장이라는 자신의 속마음을 쓴 공책을 내도록 하였다. 하지만 일기장은 무엇인가? 선생님이 보는 것이다. 어릴 적부터 우리는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솔직하게 쏟아낼 무언가가 없었다. 공개적인 일기장을 쓰는 데 익숙하였고 우리만의 안식처가 없었다. 세월이 지나고 나서야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만의 생각을 토해내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리 작성에 안착했다. 그리고, 이제 작성을 넘어 꾸미기에 돌입했다. 그리고 우리는 쉬운 방법으로 다꾸를 즐기고 있다. 소소한 사치를 부리며 하루를 기분 좋게 마무리하는 것이다. 이 정도의 사치라면 김생민 씨도 그뤠잇을 외칠 것이다.

다꾸, 그 무한한 가능성에 대하여

사실 하루라는 것은 참 소중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날마다 계획하고, 매년을 계획한다. 그까짓 하루 잘 보내지 못했다 하더라도 상관없을 수 있지만, 그 하루들이 모여 질 높은 일 년을 만든다. 따라서 우리의 하루는 모두 동등하게 소중하다. 예전부터 다이어리를 써온 나로서는 이러한 추세가 보기 좋다. 획일적인 감성, 유행의 파급력이 더욱 커져만 가는 현상에서 다꾸도 유행 중의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방법으로 그 유행을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큰 변화인가. 남들에게 보이는 나의 모습을 신경 쓰기 바빴고, 앞으로도 바쁠 많은 사람들이 하루를 끝내기 전 30분의 시간만으로 자신의 취향을 쏟아낼 수 있다면 다꾸는 그 기능을 잘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꾸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얼마만큼 활용할 것인가는 각자에게 달려있다. 다꾸를 여자들만의 아기자기한 것 따위로 본다면, 그 무한한 가능성을 알아채지 못하는 무지의 상태에 도달할 것이다.

 

강인경 에디터 writeisrigh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