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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참을 수 없이 외로울 때
생각나는 그녀, 이소라

by아트인사이트 (ART insight)

세상 혼자라는 생각이 들고 누구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는다고 여길 때 사람은 정말 외로워진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아 가만히 앉아 있으면 머릿속에서는 온갖 목소리들이 떠들어댔다. 휴대폰을 들어 누군가에게 연락할까 말까 망설이지만 나조차 알 수 없는 말을 두서없이 늘어놓기는 싫었다. 무엇을 먼저 말할지, 첫 말조차 떼기 힘든 상태였으니까.

 

아니, 사실은 상대가 이해하지 못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곁에 온기가 필요한 순간이 있었다. 미래가 막막할 때, 친구와 연이 끊어졌음을 느낄 때, 자신에게 회의감이 들 때 누군가 나를 꼭 붙잡아주길 바랐다. 한 줌의 온기만으로도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럴 때마다 음악을 틀고 타인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사람의 시간과 감정이 묻어나오는 문장을 곱씹다보면 나의 일 역시 괜찮게 느껴졌다.

 

가장 외로울 때 옆에 있어준 사람은 이소라다. ‘괜찮아, 너만 그런 것 아니야.’ 상처가 느껴지는 목소리로 날카롭게 정련된 감정을 나눈다. 아마 말하지 않아도 대부분은 알고 있을 이 유명한 가수는 93년 데뷔한 이후 수많은 사람들의 혼자됨을 함께 지켜주었다. 긴 시간 동안 꾸준히 활동한 만큼 히트곡도 많고 사람들마다 애정곡도 다르다.

 

힘든 순간을 버티게 해준 나의 애정 곡으로 문득 외로운 사람들에게 이소라를 처방해보려 한다.

7집

처방전 : 머리가 지끈 거리고 세상 혼자 우울할 때 해가 진 이후 산책 하며 청음

참을 수 없이 외로울 때 생각나는

담백하게 ‘7집’이다. 노래의 제목들도 다 Track 00으로 시작한다. 각각의 곡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는 들어야만 알 수 있다.

 

총 13곡이 수록되어 있으며 각각의 곡이 보여주는 색과 감정이 모두 다르다. 애처로운 곡도 있고 사랑스러운 곡도 있지만, 충격적인 곡은 Track 9이다. 지금은 오랜 시간 함께 하여 편안한 노부부 같은 곡이 되었지만 처음 접했을 때는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세상에 왜 태어났는지 의아함을 느낄 때마다, 삶이 무거워질 때마다 들으면 좋다.

나는 알지도 못한 채 태어나 날 만났고 내가 짓지도 않은 이 이름으로 불렸네 걷고 말하고 배우고 난 후로 난 좀 변했고 나대로 가고 멈추고 풀었네

 

세상은 어떻게든 나를 화나게 하고 당연한 고독 속에 살게 해

 

Hey you, don't forget 고독하게 널 만들어 널 다그쳐 살아가 매일 독하게 부족하게 만들어 널 다그쳐 흘러가

 

나는 알지도 못한 채 이렇게 태어났고 태어난 지도 모르게 그렇게 잊혀지겠지 존재하는 게 허무해 울어도 지나면 그뿐 나대로 가고 멈추고 풀었네

 

(..)

 

이 하늘 거쳐 지나가는 날 위해

삶은 원래 뚜렷한 목적 없이 주어지고 나는 그 속에서 방황한다.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가는데 여전히 나의 이유를 찾지 못했다. ‘나만 그런 건가?’ 싶을 때 ‘누구나 그래, 나도 그래’라고 답해주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면 어쨌든 계속 살아가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화나고 고독해도 모든 것은 곧 지나갈 테니 말이다.

 

Track 00으로 구성된 음반이니 만큼 시간 내어 1부터 13까지 전곡 재생하기를 추천한다. 끊이지 않는 이소라식 삶 풀이를 듣다보면 어느새 차분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눈썹달

처방전 : 잠 못 드는 새벽에 외로울 때 반복재생으로 청음

참을 수 없이 외로울 때 생각나는

총 12곡이 실린 겨울의 음악, 6집이다. 불을 끄고 캄캄한 어둠 속에서 들으면 뇌에 박히는 듯하다. 외로움 한 번, 그리움 한 번, 계속 한 방울 씩 떨어지는 감정들을 물에 풀어 낸 앨범이다. 강력하지도, 선명하지도 않다. 이소라의 감정이 조금씩 마음에 닿고 감추어두었던 속마음은 풀려난다.

 

기타 연주와 함께 흐르는 ‘별’은 좁혀지지 않는 나와 너의 거리처럼 멀게 느껴진다.

먼 하늘 별빛처럼 고요히 시간 속에서 빛나는 너 오늘도 말 한마디 못한 채 안녕 혼자서 되뇌인다

 

나 아무리 원해도 넌 도무지 닿을 수 없어 갈수록 멀어지는 알 수 없는 나의 별

 

움켜진 틈 사이로 흐르는 너는 모래처럼 스르르륵 바슬거리는 이마음은 마른 잎 되어 구른다

 

나 이렇게 너를 원해도 너에게 닿을 수 없어 갈수록 멀어지는 알 수 없는 나의 별

 

오늘도 말 한마디 못한 채 니 옆에 떠 있는 날 기억해 기늘게 솟아오른 눈썹달 이렇게 여윈 나를 기억해

함께 있는 것 같지 않는 너, 혹은 실체 없는 나의 꿈. 별처럼 빛나는 그것에 다가가고 싶지만 손을 뻗어 보아도 잡히지 않는다. 잡았다 싶으면 다시 홀로 빛나는 별, 허상을 좇고 있는 듯 공허하다.

 

마음이 슬프면 나를 즐겁게 해줄 노래보다 더욱 슬픔에 잠기게 할 노래가 끌린다. 이는 진짜 감정을 감추고 살아가는 것이 익숙한 사람들이 진심을 드러낼 수 있게 해서가 아닐까. 외로울 때 외롭다는 감정을 인정하지 못하고 괴로워하지 말고 ‘별’을 들어보자.

 

6집은 전곡 재생보다도 한 곡을 반복 재생하기에 좋은 곡들이 많다. 한 번씩 들어보고 가장 마음에 드는 곡 안에 머물러보는 것은 어떨까?

탈출구 없는 삶이지만

삶이라는 공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포기하지 않는 이상 결국은 모두 일어서야만 한다. 그것이 힘들어 누군가는 술로, TV로 마음을 달래고 누군가는 사람으로 이겨낸다. 나 역시 편의점에서 4캔 만원의 세계 맥주를 사서 마신 적이 있고 억지로 예능을 틀어 시청하기도 했다. 망설이다가 결국 지인에게 연락을 해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집에 들어온 적도 있다.

 

그렇게 괜찮아진 듯해도 다시 돌아오는 외로움을 훌훌 떨쳐낼 수 없다면, 그냥 그것대로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단, 무작정 홀로가 아니라 공감해주는 목소리가 함께여야 한다. 저 마다의 플레이리스트가 있겠지만 위의 두 곡을 추가로 처방한다

 

배지원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