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스코리아

[컬처]by 아트인사이트 (ART insight)

이상하고 기괴한 대회가 있다. 기술이나 재주를 겨루는 큰 모임이라는 뜻의 대회 앞에는 ‘미스코리아’라는 이름이 붙는다. 이 요상한 대회에는 1등, 2등, 3등 대신 眞(진), 善(선), 美(미)의 자리가 있다. 자칭 지성과 교양, 미를 겸비한 대한민국 최고의 미인을 선발한다는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올해로 62회째를 맞았다.

美스코리아

2018 미스코리아

미스코리아의 시작

1957년 5월 미스코리아 대단원의 막이 열렸다. 미스코리아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전후 정신적으로 피폐한 시대적 상황에서 국민에게 축제의 장을 마련해 주었고 대외적으로 국제적인 지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외국과의 교류가 미미한 상황에서 국제 미인대회에 나가 국위를 선양할 기회를 제공하였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미스코리아의 인기는 점점 뜨거워지면서, 89년 열린 제33회 미스코리아 대회 시청률은 54%를 기록했다. 미스코리아에서 입상하면 광화문 광장에서 카퍼레이드가 열릴 만큼 주요 인사로 자리매김했다.

美스코리아

피폐한 시대적 상황에서 축제의 장이 되기 위해서 미스코리아는 시작됐다. 참가 여성들은 수영복 같은 복장을 하고 무대에 섰다. 어떤 여자가 가장 아름답고, 지적이고, 교양이 있는지,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면 어떤 여자가 가장 예쁘고, 몸매도 좋고, 말도 잘하는지 평가받는 자리는 국민의 ‘축제’가 되었다. 입상한 참가자가 받는 특별 대우는 많은 대중에게 ‘예쁜’ 여자가 받을 수 있는 대우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심사과정

현재 미스코리아는 온라인을 통해 참가 신청을 받고, 서류심사에서 합격한 사람들에 한해 예선 심사를 진행한다. 예선 심사를 통과한 사람들은 합숙 교육을 진행하고 본선 심사에 들어가게 된다. 체계적인 심사와 트레이닝 시스템까지 갖춘 대회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불명확한 기준과 불편한 항목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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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메이크업 심사

 

미스코리아 예선 심사에는 ‘노메이크업’ 심사가 있다. 화장하지 않은 맨얼굴을 심사한다는 것인데 2015년 이후로는 ‘BB크림’도 금지되었다. 메이크업 전문가가 직접 참가자들의 화장 여부를 가려내기까지 한다. 얼굴을 보고 뽑는 대회가 아님에도 화장하기 전 맨얼굴까지 심사의 기준이 되는 이 대회를 어떻게 이해할지 모르겠다.

 

수영복 심사

 

여성을 성 상품화하지 않는다면서 몸매를 평가하는 수영복심사를 진행한다. 수영복심사에 대한 문제점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참가자들은 모두 몸매가 드러나는 수영복을 입고 프로필 촬영을 진행하고, 본선 무대에서는 퍼레이드 무대를 진행한다. 오는 9월부터 미스 아메리카 조직위원회에서는 수영복심사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미스 아메리카 대회가 실시되고 약 100년 만에 결정된 일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올해 기존의 원피스 수영복을 벗어 던지고 일제히 ‘비키니’ 수영복을 착용하는 대범함을 뽐냈다.

 

몸매가 평가의 기준이 되는 이 대회가 외모지상주의와 성 상품화를 부추기지 않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참가자들의 모습은 질 낮은 제목으로 기사화되고, 많은 사람의 눈 요깃거리가 될 뿐이다. 여성의 얼굴과 몸에 끊임없이 평가의 잣대를 들이대고 그것이 하나의 ‘대회’로 공연히 진행되는 모습은,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가하는 폭력과 권력을 여실히 드러낸다.

 

인텔리전스 심사

 

지성을 겸비한 여자를 뽑는다는 취지에 걸맞게 ‘인텔리전스’ 심사도 진행한다. 2018년 미스코리아 1차 통과자를 대상으로 한 지능 심사 질문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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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매력 자본의 중요도를 묻는 한편, 꾸밈 노동을 거부하는 ‘탈 코르셋’에 대한 자기 생각을 묻는 말이 인상 깊다. 화장하지 않은 얼굴이 심사의 기준이 되고, 수영복을 입히고 몸매를 평가하는 그야말로 ‘코르셋’ 대회에서 ‘탈 코르셋’에 대한 질문을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무엇보다 저 질문들을 통해 어떤 ‘인텔리전스’를 평가하고자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애초에 미스코리아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에 대한 지식과 교양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미스코리아 ‘대회’라면서 심사기준은 철저히 비공개이다. 모든 것은 심사위원의 재량에 맡긴다는 입장이 어딘가 비겁해 보인다. 심사과정에서 어떤 모습의 여자들을 원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이지만, 그 구체적인 기준은 ‘재량’이라는 말로 숨기고 있다. SBS에서는 미스코리아 대회에서 일어나는 뒷돈 거래를 보도한 바 있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놓고 다양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지만, 분명 ‘대회’로서 그 공정성에도 문제가 있다.

이제는 산업이 되어버린 미스코리아 대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미스코리아 대회를 후원하는 기업에는 수많은 의류, 헤어, 운동 제품 회사들이 있다. 성형외과 의사들이나 피부관리, 마사지 등 에스테틱 산업의 대표들또한 심사위원으로 대거 참여한다.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던 한 피부과 원장은 심사기준으로 얼굴과 몸의 균형과 비율의 측면, 자연스러운 조화, 현대 트렌드를 반영하는 미의 기준인 서구적인 마스크와 비율을 가진 참가자에게 가산점을 주었다고 인터뷰했다. 뷰티 산업에서 규격화된 미의 기준으로 참가자들을 평가하고 그것을 '아름답다.'하며 조장하는 것이다.

 

미스코리아 대회는 이제 하나의 등용문이 되었다. 아직도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들은 ‘0대 미스코리아’라는 타이틀이 붙고, 미스코리아 대회 입상자들은 자연스레 방송 활동으로 이어지는 기회가 주어진다. 요새는 서비스직이나 특정 회사에 취업하려는 여성들이 하나의 ‘스펙’으로써 미스코리아 대회에 지원하는 경우도 많다. 미스코리아 대회가 가진 권력과 제공하는 기회들이 많은 현실인 만큼, 그 속에서 많은 여성은 자발적인 소비자로 남을 수밖에 없다.

 

올해 미스코리아 측은 여성 심사위원을 대거 구성하고 미스코리아 대회 출신 여성을 심사위원장으로 맡겼다. 또, 가슴, 엉덩이, 허리 사이즈를 프로필에 기재하지 않는 것을 통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美스코리아

그럼에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의 근본적인 존재에 대해서 강한 의문이 남는다. 미스코리아 대회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오랫동안 지속하였지만 미스코리아 대회 측은 아름다움을 재능으로 포장하고, 외모지상주의와 성 상품화를 ‘자기 관리’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해왔다. 한 사람은 평가할 수 있는 권력을 갖고 심사자가 되어 참가자들의 얼굴과 몸매를 보고 줄을 세운다. 다른 사람은 심사자가 만들어 낸 미의 기준에 맞춰 평가되고 기꺼이 점수를 받는다. 대한민국 최고의 미의 축제라는 미스코리아 대회는 2018년을 살아가는 나에게, 여성들에게 대한민국 최고의 비극이다.

 

조연주 에디터

2018.08.0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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