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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Opinion

캔디인듯 캔디아닌

by아트인사이트 (ART insight)

*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있습니다

캔디인듯 캔디아닌

얼마 전 드디어 JTBC 드라마 'SKY 캐슬'이 종영했다. 최종 시청률 23.8%, 대략 4명 중 한 사람이 스카이캐슬을 본 방송으로 시청한 것이다. 말 그대로 오랜만에 나온 '대박 드라마'이다.

 

종전 도깨비가 기록한 JTBC 드라마 최고 시청률인 20.5%를 18회부터 뛰어넘기 시작했으며 인기 드라마의 필요조건인 수많은 패러디와 명대사를 만들어냈다. 거기에 타 드라마에 비해 낮은 제작비까지 화제가 되면서 'SKY캐슬'이 어떻게 성공한 드라마가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많은 분석들이 나오기도 했다.

 

'SKY 캐슬'의 이례적인 성공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지만 크게 공감 갈만한 소재, 맛깔나는 연출과 연기력 그리고 독특한 캐릭터가 주로 꼽히곤 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고 겪어야 하는 '입시'라는 소재는 주 시청자인 2~30대들에게 아주 매력적인 소재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SKY 캐슬'만의 연출기법은 인물 간 긴장감을 더 극대화한다. 배우들의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다. 기성 배우들의 연기력 뿐만 아니라 아역들의 연기도 구멍을 찾아볼 수 없었다.

캔디인듯 캔디아닌

마지막은 개인적으로 필자가 가장 재미있게 본 부분인 SKY 캐슬 속 독특한 캐릭터들이다. SKY 캐슬은 각각의 캐릭터가 가진 맛을 참 잘 살렸다. 심지어 드라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도훈 엄마나 세리 이모와 같은 배역도 큰 주목을 받기도 할 정도로 말이다. 그만큼 드라마 속 캐릭터는 대부분 각각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만약 SKY 캐슬의 캐릭터 중 가장 매력적이고 독특한 캐릭터를 하나 고른다면 김보라 배우가 연기한 '혜나'가 아닐까 한다.

 

매력적인 캐릭터는 캐릭터가 가진 어려움에 더해 캐릭터가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식에 의해 결정된다. 하지만 '혜나'라는 캐릭터가 가진 어려움과 문제들은 어찌 보면 다른 배역들에 비해 진부하다. 한국 드라마의 일명 캔디형 캐릭터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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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엄마를 홀로 챙겨야 하고 예서와 성적을 두고 경쟁을 하지만 대부분의 시험에서 2등을 차지한다. 여기에 더해 혜나가 사실 예서의 아빠인 강준상의 딸이었고 예서와 이복동생임이 밝혀지면서 혜나란 캐릭터는 어딘가 아침 드라마에 나올법한 캐릭터가 되어간다.

 

기존의 한국 드라마에서 '흙수저' 또는 '캔디'형 캐릭터는 넘어지고 다쳐도 씩씩하게 일어나 자기 길을 묵묵히 가며 밝고 명랑한 모습을 보인다. 또한 약간의 백치미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캐릭터가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참 올곧다.

캔디인듯 캔디아닌

(KBS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금잔디)

좌절하지만 꿋꿋하게 버텨나가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성장해 나간다. (대게의 경우 연인이 조력자가 된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기 보다는 어딘가 수동적이다. 그렇기에 캔디형 캐릭터가 문제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살펴보면 참 착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 속 이지안 혹은 좀더 거슬러 올라간다면 드라마 '꽃보다남자'의 금잔디가 이러한 '캔디형 캐릭터'의 전형이다.

 

그러나 SKY 캐슬 속 '혜나'는 어찌 보면 진부해 보이는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는 방법을 통해 독특한 하나의 캐릭터를 형성한다. 혜나는 캔디만큼 힘든 상황에 놓여있지만 캔디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SKY 캐슬에서 혜나는 '예서가 아닌 자신만 서울 의대에 진학해 강 중상의 딸로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자신의 욕망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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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으로 예서의 집에 들어가 자기 방 인테리어를 바꾸어달라고 하거나 은연중에 강 중상에게 자신도 딸임을 드러내면서 서진과 예서를 자극한다. 16회 엔딩에서 시험지 유출을 빌미로 김주영 코디를 협박하는 모습은 말 그대로 자신이 목표로 한 것을 달성하기 위해 무서울 게 없는 혜나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준다. 드라마 속 도훈 엄마의 말처럼 혜나는 어른들을 찜 쪄 먹는다.

 

혜나가 기존의 캔디형 캐릭터들과 확연하게 다른 점은 그녀가 맺는 인간관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혜나는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갖거나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 혜나가 특정 인물과 일정한 관계를 맺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서이다. 예서의 질투를 유발하기 위해 일부러 우주와 다정한 모습을 보이거나 예서의 집에 들어오기 위해 예빈의 과외 선생님을 자처하는 모습은 혜나가 자신의 욕망을 달성하는 것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혜나의 모습을 보는 시청자들은 기존과는 다른 '캔디형 캐릭터'의 행동을 사이다처럼 느끼지만 마음 한구석엔 어딘가 불편함을 감출 수 없다. 자신의 욕망을 달성하기 위한 혜나의 방법은 정답이라기보다는 어딘가 무섭고 섬뜩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예서와 서진에게 몰입되어있는 시청자들에게 한 가정을 파괴하는 혜나의 모습은 김주영 코디와 다를 게 없어 보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시청자들은 혜나에게 묘한 이중적인 감정을 느끼게 된다.

캔디인듯 캔디아닌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해나의 방법이 올바른지 아닌지를 떠나서, 혜나의 이러한 방법은 캐릭터를 참 독특하고 매력적으로 만든다. 하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가장 매력적이었던 캐릭터인 혜나가 해피엔딩의 결말을 위해 너무 소모적으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결말은 혜나를 제외하고 모두 행복하다. 혜나를 죽인 김주영은 붙잡히고 캐슬 주민들은 이제 성적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혜나의 죽음'을 계기로 한다.

 

캐슬 주민들의 행복한 결말을 위해 안타깝게도 혜나는 가장 비극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오현상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