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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오피니언

지금 서공예에서 일어난 예술적 학생혁명

by아트인사이트 (ART insight)

지금 서공예에서 일어난 예술적 학생혁

좌: 대광고 학생들 / 중: 촛불시위 / 우: 서예고 학생들

1960년 4월 19일, 부정선거를 자행한 자유당에 맞서서 학생들이 일어섰다. 희생자 186명 중 고등학생이 36명, 초중학생이 19명이었다. 대광고 학생들은 첫 번째 시위를 주도하며 결의문을 발표하였다. 덕수상고에서는 김재준, 최정수 열사가 시위 중 절명했다. 동성중고등학교는 거의 전교생이 모여 커튼을 뜯고 종로로 행진했다. 이 과정에서 천복수 열사가 희생되었다. 경기고등학교는 최정규, 고완기, 이종량, 박동훈 열사를 잃었다.

 

2016년 10월부터 연말까지, 광화문에서 대규모 촛불시위가 열렸다. “이것이 나라냐”, 박근혜 정권을 비판하고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울렸다. 지역, 성별, 연령, 가치관을 넘어 모인 190만 집회 이후에도 촛불들은 끊임없이 타올랐다. 이윽고 폭력 없이 하나의 권력이 무너져 내렸다.

 

2019년 2월 17일, 또다른 권력을 향한 새로운 저항이 시작되었다. 이전의 학생시위는 구호와 대열 행진으로 이루어졌고 최근의 대형시위는 촛불이라는 상징 아래 모였다. 서울공연예술고 학생들은, 학생인 동시에 예술인으로서 이전에 없었던 방식으로 학교 측을 세상에 고발했다.

우아한 혁명

가사

우선 학교의 명예를 훼손한 점을 하나님의 이름으로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 학생의 일원으로써
SNS에 글을 올리고 명예를 훼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밝히고 싶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선택권 없이 외부공연에 참여시킨 죄
학교의 시설을 불법으로 개조한 죄
공연 거부 시 불이익을 받거나 눈에 띄게 차별한 죄
전공과 상관없는 안무들을 공연토록 요구한 죄

누가 죄인인가? 누가 죄인인가?

공연의 취지와 보수를 학생에게 통보 않은 죄
공연장에서 섹시함과 스킨십을 요구한 죄
공연의 일정을 전날에 공지해 새벽연습을 하도록 한 죄
공연으로 발생한 여러 비용을 학생 사비로 사용케 한 죄

교육청의 설문조사를 실시한 백모군
백모 학생은 학교의 명예훼손하고
학생들을 설문조사를 하도록 선동한 관계로
학생 백 모군을
선도위원회에 회부한다.

누가 죄인인가? 누가 죄인인가?

학생회장을 교무실로 부른 뒤 학생을 회유한 죄
공연에 참여한 학생들을 강제로 입막음한 죄
페북에 글을 올린 학생을 선도위에 강제 회부한 죄
진실을 고발하는 학생들을 전화로 협박한 죄

누가 죄인인가? 누가 죄인인가?
누가 죄인인가? 누가 죄인인가?

실용무용과 김 모군
SNS에 있는 글을 내리지 않으면
명예훼손으로 고소에 처하겠다.

누가 죄인인가? 누가 죄인인가?
누가 죄인인가? 누가 죄인인가?

여러 언론이 과장되고 왜곡된 거짓기살 써낸다며
해명글을 작성하여 거짓말을 퍼뜨리고 학생들을 기만한 죄
일본의 초청으로 1000만원의 공연 지원금을 찬조 받고서는
학생들의 개인 항공권은 사비로 부담시킨 죄
학생의 권리와 소망을 짓밟은 천인공노의 죄 때문이다

누가 죄인인가 누가 죄인인가
누가 죄인인가 누가 죄인인가
누가 죄인인가 누가 죄인인가
누가 죄인인가 누가 죄인인가

학생 박모양
명예훼손 영상을 제작한 관계로
사과를 요구한다.

모두들 똑똑히 보시오.
학교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악습을 감추고 숨길 것이 아니라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고치고 바꿔나가는 것이 진정으로 자녀들과 학생들을 위한 길입니다.

서공예에 학생으로 들어와 부당에 맞서 싸우는 것
이것이 참된 배움이니 나 기꺼이 받아들이나
이를 보는 모든 분들 그들의 거짓과 야욕에 속지 마시고
그들의 위선과 우리의 진실을 세상에 알려주시오

누가 죄인인가 누가 죄인인가
누가 죄인인가 누가 죄인인가

이 영상은 뮤지컬 <영웅>의 ‘누가 죄인인가’를 서공예 사건에 맞게 각색한 것이다. 사전 정보 없이 이것만 보아도 현재의 사태와 학생들의 메시지를 곧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은 연기하고 노래하며 학교 측의 죄를 낱낱이 고발하고 있다. 가사 속에서 밝혀진 죄만 13개, 저항하는 학생들에 대한 부당대우만 3번이 넘는다.

 

무대를 꿈꾸며 입학한 학생들의 재능을 쥐어짜서 부당 이득을 취하고 그에 맞는 대우를 하지 않는 교장의 ‘기억나지 않는다’라는 간담회 답변을 보았다. 주위에서 여러 번 보고 들었던 사회의 악행이 교육터에서 똑같이 일어나고 있었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소관 기관인 서울시 교육청에 제보했지만 처벌은 늦고 학교는 보복으로 대응했다.

 

학생들은 고민했을 것이다. 어떻게 효과적으로 여론을 얻을 수 있을지, 죄를 처벌하고 부당한 대우를 철회할 수 있을지, 정당한 대가를 받고 다시 꿈을 펼칠 수 있을지 말이다. 선택한 방법은 자신들의 강점인 노래와 연기가 결합한 뮤지컬이었다. 상황과 어울리는 넘버를 찾아 개사하고, 동선을 짜고 연기를 연습하고, 노래했다. 그들은 누가 시켜서가 아닌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실행한 것이다. 그들은 예비 예술인으로서 입학했지만 예술인으로서의 자신을 증명하고 진실을 보여주었다.

 

이 어린 영웅들은 스스로 나서 급우를 보호하고 진실을 위해 싸우고 있다. 그들의 혁명은 지금까지 없었던 방식이었으나 3월 9일 현재 유튜브 조회수 400만을 넘기며 사회의 관심을 효과적으로 끌었다. “구호 대신 예술”, 새로운 혁명은 이제 막 시작되었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예술은 그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

<영웅>의 원본

서예고 사건 요약

2018년 10월 10일, 서울시 교육청은 감사에 착수했고 2019년 1월 27일 ‘서울공연예술고 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사립학교에서 강한 권한을 갖고 있었던 교장 일가는 채용 비리부터 부당 이익 취득, 학습권 침해, 횡령 등 권력형 비리를 저질렀다. 2017년부터 학생들은 최소 10여 번 직장인 만찬회, 군부대 공연 등에 동원되었다. 이 과정에서 공연대가를 받지 못하였고 공연준비를 위한 비용은 모두 자비부담이었다.

 

그 외의 행위에 대한 조사는 다음과 같다.

지금 서공예에서 일어난 예술적 학생혁

2019년 3월, 꽃이 피어나며 새로운 학기를 맞이하는 시기에 설레는 개학식은 실망만 남겼다.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의 인터뷰에서 한 학생은 아직까지 담임선생님이 배정되지 않았으며 학생들의 편을 들어 재계약이 불발된 선생님의 전공과목은 빈 시간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받고 있는 현재, 교육청은 교장파면을 확정했지만 임원취임 승인취소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한다.

 

학생들은 영상고발 및 여러 언론을 통해 피해를 호소하고 진실을 알리고 있으며 교장의 직무정지를 위해 청와대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청원링크 바로가기)

 

출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고등학생들, 4․19혁명의 아침을 열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 서공예 학생 "비리 고발하니 담임도 수업도 없애...엉망"
직썰 학생들 비리 고발에 ‘보복성 행위하고 있다’는 서울공연예고
국민일보 [단독] 아이돌 사관학교? 서울공연예술고는 교장 일가 ‘비리왕국’
한겨레 서울공연예술고 ‘술자리에 학생 동원 공연’ 의혹…교육청 감사 착수

 

배지원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