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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 ] 오늘 저녁 뭐 먹지

찬바람 불면 생각난다…'굴전'

by아시아경제

찬바람 불면 생각난다…'굴전'

제철 맞은 굴에 노란 계란 입히고 기름에 부쳐 입에 넣으면 겨울바다가 한가득

 

굴은 이맘때가 제철인 해산물이다. 찬바람 불면 맛이 들기 시작해 김장철이 되면 가장 많이 먹는다. 특히 우리나라의 바다는 굴이 자라기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해 양질의 굴을 저렴하게 마음껏 먹을 수 있다. 굴을 최고급 음식으로 여기는 유럽 사람들이 부러워할 정도다.

 

굴을 먹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일단 싱싱한 것은 생으로 먹는다. 생굴은 바다 향 담뿍 머금고 있게 생겼지만 입에 넣으면 의외로 은은한 단 맛이 가득 퍼진다. 제철에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생굴이 들어간 김장 김치는 최고의 반찬이다. 싱싱한 굴은 굴무침이나 물회로 먹어도 좋다. 오죽 맛이 좋았으면 '남양 원님 굴회 마시듯 한다'는 속담이 있었을까. 단숨에 일을 처리해 마치는 모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었다.

 

밥과 함께 먹어도 좋지만 자고로 굴은 술에 곁들이는 안주로도 최고의 대접을 받았다. 잘 삶은 돼지고기에 무생채와 생굴을 얹어 한입 미어지게 넣고 씹으면 고소하고 매콤하고 상큼한 맛이 순식간에 혀를 감싼다. 굴보쌈이다. 굴은 다채롭게 펼쳐지는 그 한입의 향연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역할까지 한다. 도저히 술 한 잔 마시지 않을 수 없다.

 

싱싱한 굴도 좋지만 따뜻하게 조리를 하면 또 전혀 다른 겨울의 맛이 완성된다. 굴전, 굴튀김, 굴국밥, 굴짬뽕 등이다. 역시 술과는 떼려야 뗄 수 없다. 특히 굴전은 최고의 막걸리 안주다. 상태 좋은 굴에 계란을 입혀 살짝 부쳐내면 따뜻한 전유어의 온기와 생굴의 싱싱함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열을 가해 움츠린 익힌 굴은 진한 바다 내음을 품고 있다. 굴전 하나 입에 쏙 넣으면 돌에 핀 꽃이라는 의미로 굴을 '석화'라고 부르는 게 비로소 이해가 된다. 꽃이 피는 것처럼 겨울바다가 퍼진다. 막걸리 잔 저절로 들게 된다.

 

굴전은 이른바 '어른의 안주'로 여겨지는 음식이기도 하다. "오늘 저녁은 굴전에 한 잔 어때?"라는 말을 하면 이제 나도 다 컸구나 하는 생각에 우쭐해지기도 하는 것이다. 굴의 비릿한 맛과 물컹거리는 식감을 썩 반기지 않았던 유년 시절을 통과한 이라면 더욱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나도 굴전의 맛을 안다며 앞에 놓인 술잔을 더욱 호기롭게 들이킨다.

 

그러면서 이런 얘기를 슬쩍 곁들이는 것도 괜찮겠다. "굴을 많이 먹으면 그렇게 정력에 좋다면서…"라고 말끝을 얼버무리면 냉큼 눈을 반짝이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굴에 들어 있는 영양성분 중 아연은 남성 호르몬의 분비와 정자 생성을 촉진하는데, 보통 굴 3개를 먹으면 하루에 필요한 양을 모두 섭취할 수 있다고 한다.

 

매일 굴 50개를 먹었다는 카사노바의 사례도 있다. '바람둥이'의 대명사 지아코모 지롤라모 카사노바는 18세기 유럽에 살았던 실존 인물이다. 그는 직접 쓴 책 '나의 편력'에 수많은 여인들과의 연애담과 함께 자신의 굴 사랑을 생생하게 고백한 바 있다. 다만 그는 이렇게 썼다 "독자여, 내 이야기 속에서 파렴치한 허풍의 성격을 찾아내지 말고 일반적인 고백에 적합한 성격을 찾아 주길 나는 기대한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