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라이프 ]

부하직원한테만 분노하는 갑질행위,
'분노조절장애' 아니라고요?

by아시아경제

실제 분노조절장애 질환자는 상대 가리지 않아

상관한테 굽신, 부하한테 분노... 분노조절 매우 잘하는 것

재판 전까지는 치료도 잘 안 받아... 실제 질환자 숫자 훨씬 많을 것

부하직원한테만 분노하는 갑질행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일명 '물컵 갑질' 사건이 터진 이후 급격히 관심받고 있는 키워드 중 하나가 '분노조절장애'다. 특정 이유없이 갑작스럽게 발생한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불특정 다수에게 화풀이를 하는 분노조절장애는 각종 자가진단 테스트가 유행하는 등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흔히 직장이나 조직체의 상하관계에서 주로 상관들이 분노조절장애를 겪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사회생활에서 중간관리자가 부하직원에게 '갑질'을 시전하며 표출하는 분노의 경우, 분노조절장애로 보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리학적으로 살펴보면, 이런 행동은 엄밀히 따지고 봤을 때 분노조절장애로 보기는 힘들다고 한다.

 

상관이 아래직원에게 하는 갑질형태의 분노는 주로 반대의 경우에는 발생하지 않는다. 본인의 상관한테는 똑같이 당하면서 아래 직원에게는 행하는 분노는 매우 절제된 분노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분노조절장애보다는 소시오패스, 반사회성 성격장애의 일부나 품행장애 등 분노조절장애와는 다른 종류로 분류된다.

부하직원한테만 분노하는 갑질행위,

현대인의 분노조절장애를 형상화한 캐릭터인 '헐크'(사진=영화 '헐크' 장면 캡쳐)

실제 분노조절장애의 경우,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먼저 자신이 억울한 사건을 당하거나, 스트레스를 임계치 이상으로 받아 이에대한 반응을 폭력적으로 구사하는 '외상 후 격분장애(post-traumatic embitterment disorder)'가 있다. 이는 특정 사건에 대한 기억이 3개월 이상 계속되면서 그 일을 잊지 못하고 계속해서 격분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으로 주로 그 사건에 대한 기억을 중심으로 심리치료를 진행하면 점진적으로 벗어날 수 있다.

 

또다른 분노조절장애로는 '간헐적 폭발 장애(Intermittent Explosive Disorder)'가 있다. 우리가 흔히 분노조절장애라고 부르는 것은 이 간헐적 폭발 장애 증상에 훨씬 가깝다. 이것은 특별한 이유나 원인없이 갑작스럽게 나타난 공격적 충동을 전혀 통제하지 못해 무차별적으로 주변 사람이나 기물을 공격하고 파괴하는 증상을 보이는 정신질환의 일종이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자기 눈에 띄는 사람은 아무나 공격한다는 점에서 다른 분노조절장애와 구분된다.

 

이 질환은 무엇이 분노를 일으키는 트리거가 되는지 명확치 않다는게 특징이다. 특정한 조짐없이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경우가 많으며, 주로 청소년기에 시작돼 만성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단순히 사회적으로 형성된 성격, 가정환경 등 외적 요인 뿐만 아니라 신체 내부에서 충동억제를 담당하는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 발달이 미성숙할 경우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결국 정신과 상담, 약물치료가 병행되면서 장기간에 걸친 치료가 필요하지만 보통 환자들이 자신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치료가 어렵다고 알려져있다. 진료를 받는 경우는 보통 범죄를 저지르고 재판과정을 통해 치료를 명령받았을 때라 피해자가 일단 발생하게 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집계에 따르면 분노조절장애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지난해 5986명으로 6000명에 육박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실제 환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