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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엘리엇의 발톱, 이번엔 韓 정부

by아시아경제

"삼성물산 합병, 정부 개입으로 손해" ISD 추진

엘리엇의 발톱, 이번엔 韓 정부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국정농단 재판의 결과를 빌미 삼아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투자자ㆍ국가 간 소송(ISD)의 전 단계인 중재의향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엘리엇은 과거 아르헨티나, 콩고 정부 등과 소송을 벌여 거액을 챙긴 바 있어 우리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엘리엇은 2일 "대한민국 전임 정부가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배상과 관련해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협상을 요청했다"면서 "한미 FTA에 따라 대한민국은 협정 위반으로 투자자들에게 발생한 피해를 배상하기로 약속했고, 전임 정부 및 국민연금공단의 행위는 FTA를 위반한 것으로 엘리엇에 대한 명백하게 불공정하고 불공평한 대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엘리엇 측은 한미 FTA 위반의 근거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및 형사 소추 ▲삼성그룹 고위 임원에 대한 형사 재판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에 대한 유죄 선고 등을 들었다.

 

엘리엇 측은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민연금까지 이어진 부정부패로 인해 엘리엇 및 다른 삼성물산 주주들이 불공정한 손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지난달 13일 법무부에 중재의향서를 제출했다. 중재의향서는 투자자가 미국 워싱턴DC 소재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정부 상대 소송을 진행하기 전 중재 의사가 있는지 타진하는 절차다. 현재 법무부는 엘리엇의 중재의향서를 검토 중이다.

 

통상 중재의향서에 따라 중재에 나서는 경우는 없지만 이번 경우는 관련 소송 등을 통해 국민연금이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관계자들을 유죄 판결한 만큼 법무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학계, 재계의 이목도 집중되고 있다.

 

학계는 국민연금의 부당 개입 과정에서 절차와 결과를 따로 떼놓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청탁 자체는 잘못됐지만 청탁이 없었더라도 결과는 합병 찬성이 나왔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더해 당시 엘리엇이 문제 삼았던 합병 비율 역시 법에 근거해 정해진 만큼 국민연금이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에 관여했다 해도 주주들이 불공정하게 손해를 입었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당시 엘리엇이 합병비율이 불공정하다며 가처분 신청에 나섰는데 적법한 절차라는 이유로 법원서 기각된 바 있다"면서 "현재 사법적 판단은 청탁 행위 자체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엘리엇이 주장하는 것처럼 청탁이 없었다면 국민연금이 반대했을 것이라는 판단은 비약에 가깝다"고 말했다.

 

재계는 엘리엇이 본색을 드러냈다는 입장이다. 과거 엘리엇은 콩고에서 국가 보조금을 가로챘고 아르헨티나에서는 군함을 나포하는 등 나라를 상대로 한 대형 소송을 진행해온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일부 지분을 투자해놓고 회사에 이익의 50%를 배당하라는 등 황당한 요구를 하는 회사가 엘리엇"이라며 "겉으로는 주주 이익 극대화라고 하지만 그 이면은 수익을 위해선 뭐든지 하는 것이 행동주의 펀드의 실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