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서 일년에 4번 가격 올린다…'사치민국'서 몰래 웃는 명품

[비즈]by 아시아경제

디올·샤넬·루이뷔통·버버리·롤렉스 등 가격 인상 잇따라

연례 행사…1년에 3~4번 인상도 수두룩 '소비자 불만 높아'

명품 브랜드 작년 실적 두자릿수 성장…베블런 효과 지적

韓서 일년에 4번 가격 올린다…'사치

주요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최근 잇따라 국내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성수기인 혼수철을 맞아 연례행사로 가격을 일제히 올리고 있는 것. 유독 한국시장에서만 고가 정책을 유지하는 글로벌 명품업체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원성과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배짱 영업은 여전하다. 국내 소비자들의 지치지 않는 명품 수요를 노린 명품업계의 전략이자 관행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버버리는 지난 17일부터 의류와 액세서리, 가방 등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5% 가량 올렸다. 앞서 이달 11일에는 루이뷔통이 가방 일부 제품의 가격을 평균 3% 가량 인상했다. 샤넬과 롤렉스도 지난 달 주얼리와 시계 일부 가격을 상향 조정했다. 이들 브랜드들은 인상 이유에 대해 "글로벌 본사 지침에 따른 것"이라는 공통된 입장을 내놨다.


업계에선 이번 가격 인상이 봄 결혼철을 맞아 관행적으로 이뤄진 조치로 해석한다. 혼수철만 되면 되풀이되는 이슈이기 때문다. 실제 산업계가 제품 가격 인상시 원재료, 인건비 등을 이유로 요인이 발생했다고 대변하는 것과 달리 명품업계는 구체적인 이유를 대지 못한다.

韓서 일년에 4번 가격 올린다…'사치

한국 소비자를 봉으로 본다는 시장의 비판에도 가격에 영향을 받지 않는 국내 명품선호 현상을 이용한 명품업체들의 배짱 인상은 계속되고 있다. 샤넬은 지난해 1월 뷰티ㆍ향수 제품, 5월 가방ㆍ신발 제품, 7월 가방 제품, 11월 가방 제품 등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1년에 무려 4번이나 가격을 조정한 것. 올해 들어서는 지난 달 주얼리와 시계 등 총 462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1% 가량 올렸다. 루이뷔통도 지난해 2월과 3월, 9월 등 총 세 차례 가격을 상향 조정했다.


디올은 지난해 11월 전체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한데 이어 올해 1월과 2월에도 일부 가방과 지갑 제품을 각각 10% 가량 연달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은 '기호소비'이기 때문에 단골고객이나 충성고객이 많을 수밖에 없고, 특정 명품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호가 뚜렷할수록 해당기업들은 시장변화에 상관없이 가격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韓서 일년에 4번 가격 올린다…'사치

최근 가격이 196만원에서 202만원으로 3.1% 인상한 루이뷔통의 리볼리PM.

가격 인상은 명품 브랜드들의 배만 불려주고 있다. 디올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이 967억원으로 전년 대비 51.8% 증가했다. 명품 빅5 브랜드인 샤넬과 루이뷔통, 에르메스, 프라다, 구찌 등은 법인형태를 유한회사로 설립하거나 일부러 전환해 국내 실적을 공개하지 않지만 두 자릿수 성장이 유지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백화점의 명품 매출 비중으로 짐작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및 BNK투자증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신세계백화점의 명품 매출 비중은 30%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백화점이 15.5%, 롯데백화점이 12% 등이다. 명품 매출이 전체 백화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5년 12.5%에서 2016년 13.5%, 2017년 15.8%로 늘어나더니 지난해에는 19.8%까지 큰 폭의 신장세를 기록했다.


아직 가격을 올리지 않은 명품 브랜드들의 가격 인상도 점쳐진다. 에르메스와 티파니 등도 곧 가격을 올릴 것이란 게 업계 시각이다. 이미 예물로 인기가 높은 롤렉스와 불가리는 3월 가격을 올렸다.


유독 한국 시장에서 명품 브랜드들의 가격 인상이 잦은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베블런 효과'를 지목했다. 베블런 효과는 제품 가격이 비쌀수록 수요가 증가하는 사회 현상을 의미한다. 소비자의 허영심을 자극하기 위해 유독 한국에서만 일년에 수차례 가격을 올린다는 것. 실제 가격을 올려도 제품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거리는 소비자들이 많다. 롤렉스는 유독 웨이팅(구매 대기)이 많은 브랜드로 꼽힌다. 국내 최대 명품 커뮤니티에 "가격이 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올라도 제품을 사고 싶을 때 구매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하는 글이 많다.

韓서 일년에 4번 가격 올린다…'사치

한편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럭셔리 상품 시장규모는 122억3960만달러(13조2932억원, 2018년 고정환율 1086.083원 기준)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12조7027억원보다 5905억원 증가했다. 부문별 시장 규모는 의류가 41억4950만달러(4조5067억원)로 가장 컸다. 이어 ▲가방 32억3470만달러(3조5131억원) ▲주얼리 20억6220만달러 (2조2397억원) ▲ 화장품 18억9730만달러(2조607억원) ▲시계 5억3530만달러(5813억원) 등의 순이다.


글로벌 순위는 미국, 일본, 중국,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독일에 이어 8위에 올랐다. 성장률도 두드러진다. 2013년 이후 연평균 6.5%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한국 명품 시장은 지난해 4.7% 성장했다. 2013년과 비교하면 37.1%에 달한다. 이는 내수 판매액 기준으로 면세와 중고시장, 블랙마켓이 제외된 수치이기 때문에 합하면 시장 규모와 성장세는 훨씬 크고, 가파를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가방과 주얼리, 화장품, 의류 등 총 4개 부문은 세계 10위에 진입해 있다. 가방은 명품 종주국 프랑스를 누르며 4위에 올랐다. 지난해 한국의 명품 가방 시장 규모는 32억3470만달러로 명품 종주국 프랑스(29억6590만달러)를 5위로 끌어내리고 한 단계 상승해 세계 4위로 올라섰다.


홍희정 유로모니터 뷰티&패션 부문 수석연구원은 "국내 럭셔리 상품 시장은 향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2023년 142억3790만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명품소비를 상품에 한정하지 않고 럭셔리 호텔, 파인다이닝 등 경험형 럭셔리로 확대하고 있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명품 브랜드들의 잇따른 가격 인상에도 불구, 수요는 지속될 것"이라며 "초고가 명품의 공급이 수요를 뒷받침 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 시장의 특성에 기인한다"고 진단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2019.04.2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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