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읽다]달을 폭파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테크]by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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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와 달. 인류는 달을 폭파하려는 어리석은 계획을 수립하기도 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천체이자 유일한 위성인 '달'을 폭파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지구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인류의 삶과 이어져 있고, 묵묵히 자신의 궤도를 돌고 있는 달을 굳이 폭파할 이유가 있을까요?


이유를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달을 폭파하려던 어리석은 시도가 있었습니다. 2000년 미국의 물리학자인 레너드 레이펠 박사는 1958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미항공우주국(NASA)의 연구원으로 미국이 달 폭파 계획인 'A119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폭로했습니다.


이후 공개된 비밀문서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에는 유명 천문학자였던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 등 10여명의 과학자들이 미국 일리노이주 아모어 연구재단에 모여 달 폭파 계획을 논의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미국이 달을 폭파하려고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황당하지만 미국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세계 제2차대전이 끝난 이후 냉전이 시작되면서 미국과 구소련의 경쟁은 전 분야에서 본격화됩니다. 우주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957년 소련은 인류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성공합니다.


이에 뒤질세라 미국은 같은 해 12월6일 인공위성 뱅가드 발사 현장을 전 세계에 생중계하면서 쏘아 올립니다. 그러나 뱅가드는 지상에서 겨우 1.2m 가량 떠올랐다가 불과 2초만에 폭발하고 맙니다. 예정했던 발사기간보다 1년이나 앞당겨 발사대에 세운 것이 발사실패의 원인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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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빠진 스푸트니크'로 구 소련과 미국 언론의 비아냥을 받았던 '뱅가드호'가 발사 2초만에 폭발하는 장면.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인류 최초를 노리던 뱅가드 위성보다 먼저 소련이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데 성공한 것도 모자라 발사대를 벗어나지도 못하고 폭발해버린 것입니다. 게다가 당시 소련의 니키타 후르시초프 공산당 서기장은 미국에 조문을 보내 "뱅가드(Vanguard, 선봉)보다 리어가드(Rearguard, 후위)로 부르는 게 낫겠다"고 비꼬면서 백악관의 심기를 긁었고, 미국 언론들도 '플롭닉(Flopnik, 자빠진 스푸트니크)’ 등으로 부르며 조롱했습니다.


상황이 이쯤되자 미국은 이 모든 모멸감을 한방에 만회할 수 있는 이벤트로 달 폭파를 기획하게 됩니다. 당시 프로젝트팀의 목표는 지구에서 볼 수 있을 정도의 큰 버섯구름을 만드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원래 수소폭탄을 사용하려고 했으나 너무 무거워서 달까지 이동시킬 방법이 없어 일본 히로시마를 폭격한 규모의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로 계획을 바꾸게 됩니다.


결국 달을 폭파하기보단 달까지 핵미사일을 쏴 보낼 수 있는 기술을 과시함으로써 소련 영토 어디든 핵미사일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두려움을 적국에 주고자 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A119 프로젝트'는 애초에 달 폭파 계획이 아닌 달에서의 핵실험 계획이라고 판단하는 학자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달 식민지 프로젝트'가 새로 기획되면서 갑자기 취소됩니다. 일부에서는 방사능 낙진 등의 우려로 취소됐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에 대한 진실 여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미국은 이런 사실이 공개된 이후 공식적으로 정부와 연관된 프로젝트가 아니었다고 부인했기 때문입니다. 민간 차원에서 추진했던 일이라는 것이지요.


어쨌든 미국이 당시에 달 폭파 계획을 실행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레이펠 박사의 주장에 따르면 "달에 아주 작은 흠집 정도를 내는데 그쳤을 것"이라고 합니다. 히로시마에 떨어뜨렸던 핵탄두 몇개 정도로는 달 표면에 고작 흠집밖에 낼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달을 폭파하기 위해서는 달에 수백km 깊이의 구멍 수천 개를 파서 그 안에 최대 규모의 핵폭탄 6천억 개를 묻은 후 터트려야 한다고 합니다. 엄청난 양의 핵폭탄이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달이 폭파됐다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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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파괴되면 지구를 향해 쏟아지는 운석으로 지구는 멸망하게 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먼저 달 폭파로 인한 잔해, 즉 운석으로 인한 피해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달과 지구의 거리와 느린 궤도 속도 때문에 먼 곳에서 지구에 도달한 혜성에 비해 충돌로 인한 운동에너지는 적겠지만, 커다란 운석은 상상하기조차 힘든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작은 운석이라 할지라도 거의 핵탄두를 능가하는 위력을 발휘하겠지요.


또 운석의 숫자가 너무 많아 치명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과학자들은 운석은 불타면서 그 운동에너지가 대기에 열로 흡수돼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불타서 사라질 때까지 대기를 데울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지구로 떨어지지 않고 우주 공간에 남은 운석은 행성의 고리로 퍼져 나가게 됩니다. 인류가 멸망한 지구에도 토성처럼 행성의 고리가 달리는 것입니다. 달의 조석력이 사라지면서 현재 지구의 자전축도 45도 이상 기울어질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그러면 지구의 반쪽은 계속해서 태양빛을 받게 되지만, 다른 반쪽은 영원히 암흑 속에 묻히게 된다고 합니다.


달과 지구는 공생관계입니다. 달을 폭파시키려 했던 미국의 발상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지금 미국의 모습과 다른 것일까요? 지구에 살면서 달을 폭파하려는 냉전시대의 어리석음을 벗어나지 못한 국가가 적잖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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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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