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눈에 고이 담고픈 올겨울 마지막 雪國

[여행]by 아시아경제

선자령·하늘목장·발왕산…대관령은 지금 겨울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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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 동장군의 기세가 매서운 가운데 지난주 내린 폭설로 평창 대관령 일대는 설국이 따로없다. 대관령 하늘목장에서 외승체험을 즐기는 여행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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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자령을 오르는 등산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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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왕산 정상에서 바라본 상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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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바다로 봄을 찾아 가던 길이었습니다. 한 동안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로 인해 봄이 성큼 다가온 줄 알았습니다. 눈 대신 남쪽지방에서 들려오는 꽃소식도 한 몫 했습니다. 하지만 웬일입니까. 올 겨울 눈 구경 한 번 못하고 지나나 했는데 그만 펑펑 쏟아진 폭설을 만나고 말았습니다. 지난주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구간에서 입니다. 온 산이 하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습니다. 겨울 내 앙상했던 나뭇가지마다 모처럼 순백의 눈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백두대간을 넘는 큰 관문에 위치한 대관령은 이제 서야 겨울다운 겨울을 선보이고 있는 중입니다. 대관령은 유독 눈이 많습니다. 습기를 머금은 구름이 황병산(1407m), 발왕산(1458m), 선자령(1157m) 같은 1000m급 봉우리에 부딪쳐 눈을 쏟아내기 때문입니다. 겨울의 대관령은 미치도록 아름다운 순백의 세상을 여는 설국(雪國)으로 가는 길입니다. 그래서 어찌나 반갑던지 봄 취재는 그만 뒷전이 되고 말았습니다. 설레는 마음에 운전대를 돌렸습니다. 대관령으로 향했습니다. 겨울설국으로 들어서는 길입니다. 알록달록한 등산복을 입은 산행객들은 선자령과 발왕산을 오르고 눈덮힌 대관령 목장에는 뛰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신이납니다.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풍성한 눈은 아니지만 그래도 눈꽃으로 치장한 겨울풍경을 만끽 할 수 있을 정도는 충분히 됩니다. 입춘도 지나고 반짝 추위가 왔지만 지금 대관령으로 가면 겨울을 마음껏 누릴 수 있습니다.


겨울도 끝을 향해 달리고 있는 이때 평창 대관령이 눈으로 덮였다. 눈가뭄에 시달리다 얼마전 내린 폭설로 천지가 하얗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선 눈을 구경도 하지 못했지만 대관령은 지금 설국이 따로없다.


대관령 IC를 빠져나오자 민둥민둥한 구릉에는 고운 눈이 소복히 내려 앉이있다. 대관령 눈구경의 대표 주자는 선자령(1157m)이다. 능선을 따라 설국으로 들어선다. 선자령은 평창과 강릉 경계에 선 백두대간 봉우리다. 사방이 높고 낮은 산들로 물결친다. 높이만 보면 해발 1000m가 넘어 위압적이다. 하지만 산길 초입인 대관령 고갯마루가 832m다. 정상과 표고차는 325m에 불과하다. 산길도 가파르지 않다. 겨울장비만 잘 준비하면 어렵지 않게 다녀올 수 있다. 덕분에 겨울 눈꽃명소로 꼽힌다. 흐드러지게 핀 새하얀 눈꽃과 티끌 하나 없는 설원이 눈부신 선자령을 오른다.


대관령에서 선자령 가는 길은 능선길과 계곡길로 나뉜다. 백두대간 능선길은 바람이 차가운 대신 조망이 탁월하고, 계곡길은 아늑한 맛이 있어 걷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능선길이 보여주는 풍경의 규모가 크고 웅장하다면, 계곡길은 잣나무, 낙엽송, 참나무, 속새, 조릿대 등이 군락을 이루며 아기자기한 풍경을 보여준다.


선자령은 설경도 뛰어나지만 길이 완만해 편하게 오를 수 있어 더 좋다. 눈길을 걷는 산행객들은 자연에서 만난 사람들과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며 정상으로 향한다.


선자령 정상에 서면 남쪽으로 발왕산, 서북쪽은 오대산, 북쪽의 황병산이 치맛자락 펄럭이듯 물결친다. 시리도록 눈부신 풍경이다.


눈꽃 트레킹이 아니라 가족 나들이라면 하늘목장과 양떼목장으로 가는것을 추천한다. 하늘목장은 해발 1057m 높이의 대관령 선자령과 이어진 광활한 대지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3배에 달하는 1000만㎡ 규모의 초대형 목장이다. 지난 2014년, 40년 만에 일반인에게 개방됐으며 사계절 관광객들로 붐빈다.


지난주 20cm가 넘는 눈이 쌓이면서 하늘목장은 아름다운 겨울풍광을 선사하고 있다. 온통 은빛으로 변한 목장을 찾은 아이들은 눈밭을 뒹굴며 눈싸움을 하거나 썰매를 타며 즐거워한다.


눈덮힌 목장을 거니는 한 가족은 만났다. 인천에서 왔다는 가족은 "올해 눈을 처음 본다며 뽀드득~뽀드득 눈 밟는 소리가 이렇게 감동적이고 좋은지 예전엔 몰랐다."며 좋아했다. 그만큼 올겨울은 겨울답지 않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하늘목장에는 눈덮힌 자연풍경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너른풍경길' 등 4가지 코스와 양 먹이주기, 외승 등 다양한 체험거리가 있다. 하지만 뭐니 해도 풍력발전기가 있는 정상까지 트랙터 마차를 타고 오르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정상에 서면 목덜미를 파고드는 매서운 칼바람에 몸은 움츠려들지만 쭉쭉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능선과 풍력발전기가 이국적으로 다가온다. 트랙터에서 내린 여행객들은 차디찬 흰 눈이 오히려 아늑한 듯 눕거나 뛰어다니며 추억쌓기에 여념이 없다.


서울에서 온 전은선씨는 "대관령의 가장 큰 매력은 맑고 깨끗한 공기"라며"이곳에 서면 세상시름에 쌓인 스트레스는 한 순간에 사라지는 것 같다"고 말한다


능선을 타고 불어오는 겨울바람에 은빛 눈보라가 일렁인다. 그 순간 저 멀리 풍력발전기를 뒤로 하고 외승(야외에서 말을 타는 것)체험에 나선 사람들이 눈밭을 내달리고 있다. 갈기를 휘날리려 대관령 능선을 박차고 달리는 말들의 힘찬 발길에 탄성이 절로 난다. 외승은 드넓은 하늘목장과 능선을 마음껏 내달리고 돌아다닐 수 있다. 안전담당자가 동행하지만 어느 정도 말을 탈 수 있어야 이용할 수 있다.


구 대관령 휴게소 부근에는 양떼목장이 있다. 순백의 구릉과 맞닿은 파란 하늘, 그 아래를 걷고 있는 여행객들의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목장 둘레를 따라 만들어진 산책로를 여유롭게 걸으면서 탁 트인 대관령 정상의 웅장한 모습과 눈앞에 펼쳐진 순백의 풍경은 도심에선 느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한다.


대관령에는 또 한곳의 겨울 명소가 있다. 바로 곤돌라로 오르는 발왕산(1458m)이다. 용평리조트 곤돌라를 타면 발왕산 정상 9분 능선의 드래곤 피크까지 오를 수 있다.


발왕산 주위에는 옥녀봉(1146m)을 비롯해 두루봉(1226m), 고루포기산(1238m) 등이 솟아있고 동쪽 계곡에는 송천의 물길이 지나간다. 발왕산을 오르다 보면 곳곳에서 웅장한 자연을 조망할 수 있다. 산 아래 능선의 적설량이 적어도 웅장한 산세만으로도 탄성을 터뜨리게 된다.

여행메모

  1. 가는길 : 영동이나 제2영동고속도로 강릉방향으로 가다 대관령IC (예전 횡계IC)를 나온다. 용평리조트 방향으로 1km정도가다 좌회전해 5km가면 옛 대관령휴게소에 선자령 가는길과 양떼목장이 있다. 하늘목장은 대관령IC를 나와 로터리에서 직진하면 된다. 편하게 발왕산 눈구경을 하려면 용평리조트 곤돌라 타는곳으로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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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먹거리 : 대관령이 있는 횡계에는 오징어와 삼겹살에 고추장 양념을 해서 구워 내는 오삼불고기(사진)와 황태구이ㆍ황태국이 유명하다. 오삼불고기는 도암식당이 알려져 있다. 황태구이나 황태국을 맛보려면 '황태회관'이 이름났다. 하늘목장에서 2~3분 거리에 있는 이촌쉼터는 감자옹심이, 손칼국수, 메밀부침개 등을 맛깔스럽게 내놓는다.

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2020.02.0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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