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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동백꽃·유채꽃 흐드러지게 핀 '서해의 독도'…격렬비열도

by아시아투데이

동백꽃·유채꽃 흐드러지게 핀 '서해의

북격렬비열도에서 본 동격렬비열도. 신록의 섬과 푸른 바다가 몽환적인 풍경을 만든다.

“관광객이 갈 수 있나요?”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뭣하러…” “사람들이 알아야 합니다.”

 

격렬비열도(格列飛列島) 이야기다. 충남 태안반도 끝자락인 관장곶에서 서해로 55km 떨어진 작은 섬이다. 동격렬비열도, 서격렬비열도, 북격렬비열도 등 3개의 섬으로 이뤄졌는데 멀리서 보면 새들이 열 맞춰 날아가는 듯 보인다고 붙은 이름이다. 섬들은 작다. 가장 큰 동격렬비열도의 면적은 0.28㎢다. 서울 여의도(2.9㎢)의 10분의1 크기다.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동·서격렬비열도는 무인도다. 북격렬비열도는 국가소유로 등대와 기상관측소가 있다. 대산지방수산해양청 4명의 직원들이 2명씩 15일간 교대근무를 한다. 

 

태안군 관계자는 이 섬을 꼭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문제는 일반이 출입이 쉽지 않다는 거다. 해양경찰의 허가를 받아야한다. 그런데 일반인에게 허가를 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단다. 정기 배편도 없다. 그래서 이 섬에 가려면 배를 통째로 빌려야 한다. 15명이 타는 낚시배를 빌리려면 비용이 약 150만~200만원이 든다. 시속 약 25km로 달려 2~3시간 가야 닿는다. 섬 앞에 가서도 내릴 수 없다. 그냥 바라만 봐야 한다. 대체 이런 섬을 왜 알리려 하는 걸까.

동백꽃·유채꽃 흐드러지게 핀 '서해의

봄이 무르익어가는 북격렬비열도에는 빨간 동백꽃과 노란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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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격렬비열도 등대 가는 길에 만난 동백꽃터널.

바다새 날아다니는 아름다운 '꽃섬'

“서해의 독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사람들이 들락날락하고 좀 알려지면 나아질텐데…”

 

격렬비열도는 우리나라의 영해를 결정하는 23개의 영해기점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2014년 서격렬비열도가 중국 자본에 팔릴 뻔 했다. 섬의 소유권이 중국에 넘어가면 나중에 영토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 다행히 이 일을 계기로 국토교통부는 2014년 12월 격렬비열도에 대해 외국인 토지거래 제한조치를 내렸다. 이듬해에 북격렬비열도에 대산지방수산해양청 직원들이 상주하기 시작했다. 원래 1994년까지 등대관리원이 섬에 있었단다. 그러나 근무환경이 열악해 철수했다. 21년만에 다시 사람이 섬에 들어왔다. 이런 일이 있었지만 격렬비열도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다.

 

격렬비열도에서 중국 산둥반도까지 직선거리는 약 260km다. 우리나라 최서단은 백령도다. 그런데 중국과 가장 가까운 섬은 격렬비열도다. 게다가 일대 바다는 예부터 황금어장이었다. 이러니 지금도 중국 어선의 출몰이 잦다. 섬은 오래전부터 서해상의 교통 요충지였다. 문화해설사는 “중국에서 격렬비열도를 거쳐 태안으로 이어지는 항로는 송나라 때부터 무역항로였다. 중국 사신들도 이 뱃길을 따라 조선을 오갔다. 지금도 큰 선박들이 수시로 오가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중요한 섬이 ‘남의 것’이 될 뻔 했다. 그나마 최근 충청남도가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과 협업해 격렬비열도에 국가 통합기준점 설치작업을 마친 것은 다행이다. 우리나라 영해의 위치를 공식적으로 확정한 의미 있는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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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격렬비열도의 주상절리와 바다새들. 격렬비열도는 약 7000만년 전 화산폭발로 형성됐다.

그래도 격렬비열도는 독도·마라도·백령도 등에 비하면 참 아득한 이름이다. 태안군이 행정선까지 마련하고, 여행자들의 출입이 쉽지 않은 이 작은 섬을 알리고 싶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 당장 격렬비열도로 여행을 떠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 서해 끄트머리에 잊히지 말아야 할 고도(孤島)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는 취지일 거다.

 

태안 신진항에서 행정선을 타고 2시간 20분을 달려 북격렬비열도에 닿았다. 섬들은 바다에 솟은 산(山) 같았다. 평지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런데 참 예뻤다. 등대가 있는 북격렬비열도에는 빨간 동백꽃과 노란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꼭꼭 숨겨진 서해의 비밀스러운 ‘꽃섬’이 여기 있었다. 제주도에서 볼 수 있는 주상절리도 있었다. 격렬비열도는 화산섬이다. 7000만년 전 화산 폭발로 형성됐다. 섬 주변으로 갈매기를 비롯한 바다새들이 무리지어 날아다녔다. 바다새의 천국이다. 동·서 격렬비열도에도 신록이 화사했다. 현실은 치열한데, 푸른 바다와 섬과 꽃과 신록이 어우러진 풍경은 방문객의 애를 태울만큼 곱고 아릅다웠다.

 

하나 더 추가하면, 격렬비열도로 향하는 길에 난도(卵島)를 지났다. 경남 홍도와 함께 괭이 갈매기의 서식지로 유명한 섬이다. 괭이갈매기들이 번식기인 4월말부터 이곳에 모여든다. 5월말 경에 이르러 그 수가 절정에 이른다. 많을 때는 2만여 마리나 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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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이 화사한 천리포수목원.

목련·튤립·홍가시…울긋불근 태안은 꽃대궐

격렬비열도의 아쉬움을 달래줄 ‘꽃잔치’가 태안에서 한창이다. 소원면의 천리포수목원은 30일까지 목련축제를 진행한다. 천리포수목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수목원이다. 귀화 미국인 고(故) 민병갈(칼 페리스 밀러) 원장이 1962년 사재을 털어 조성했다. 전체 17만평 부지 가운데 약 2만평은 2009년에 일반에 개방했다. 연못과 바다와 어우러진 정원들이 참 예쁜 곳이다. 특히 이 곳에는 약 700종류의 목련이 있다. 이 가운데 100여종을 공개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다. 목련으로 유명한 수목원은 1998년에 이어 2020년에 국제목련학회를 개최한다. 목련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최수진 천리포수목원 팀장은 “목련이 봄에만 꽃을 피우는 줄 안다. 그런데 봄에 피는 목련, 여름에 피는 목련, 늦게는 가을까지 꽃을 볼 수 있다”고 했다. 흔히 보는 백목련말고도 꽃잎이 별모양인 ‘빅버사’, 노란꽃이 화사한 ‘골든 걸’ 등 천차만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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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잎을 띤 홍가시나무가 가득한 청산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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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세계튤립축제가 한창인 코리아플라워파크.

남면의 청산수목원은 여름에 연꽃으로 이름난 곳. 봄에는 붉은 잎사귀가 이국적인 홍가시나무가 볼만하다. 이곳에 홍가시나무들은 국내에서 가장 큰 수종이다. 수목원 곳곳에 심어진 홍가시나무들이 화사한 신록, 상록수와 어우러져 봄을 알린다.

 

해넘이로 유명한 안면도 꽃지해변은 튤립이 한 가득이다. 이곳 코리아플라워파크는 5월 13일까지 태안 세계튤립축제를 연다. 이곳 관계자는 “튤립의 생육기간은 약 15일인데 이곳 튤립은 2중 기법을 적용해 심은 덕에 생육기간이 24일이나 된다. 특히 신안 튤립축제에 80만본이 심어진 반면 태안에는 약 200만본이나 심어졌다. 종자값만 10억원이 들었다”고 했다. 그 유명한 꽃지해변의 일몰은 기분 좋은 덤이다.

 

태안/ 아시아투데이 글·사진 김성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