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가을...'메밀꽃 필 무렵'의 봉평 여행

[여행]by 아시아투데이
어느새 가을...'메밀꽃 필 무렵'의

초가을 봉평의 들판은 메밀꽃으로 수놓은 하얀 융단이 깔린다. 봉평은 소설의 실제 배경이다. 이곳 태생 이효석은 그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서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라고 풍경을 묘사했다. / 사진=평창군 제공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대공·꽃대)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가산 이효석(1907~1942)은 그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서 강원도 봉평의 가을을 이렇게 묘사했다. 일대가 소설의 실제 배경이다. 이번 주부터 메밀꽃은 피기 시작한단다. 봉평의 들판과 산허리가 소설 속 무대로 변할 날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풍경은 소설에 흐르는 애틋한 서정을 쏟아낼 거다. 이러니 봉평에 가야 한다면 이 맘때 떠나야 한다. 만개한 꽃은 9월 중순까지 간다.


‘메밀꽃 필 무렵’은 한국 단편소설의 대표작이다. 장돌뱅이의 애환과 부자의 정(情)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한국적 정서와 회회적 이미지가 압권이다. 누군가는 “메밀꽃 필 무렵은 한편의 시(詩)”라고 예찬한다. 또 다른 이는 “소설을 떠 올릴 때마다 고향의 편안함이 느껴진다”고 회상한다. 소설의 배경이 봉평이다. 그리고 이효석은 봉평에서 태어났다. 순진한 그의 눈에 비친 무구한 풍경은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고 여러사람들의 마음을 이토록 뒤흔들고 있다.

어느새 가을...'메밀꽃 필 무렵'의

매년 초가을 효석문화제에서는 나귀와 함께 메밀꽃밭을 산책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사진=평창군 제공

어느새 가을...'메밀꽃 필 무렵'의

달빝이 쏟아지는 밤에는 메밀꽃밭 분위기가 더욱 로맨틱하게 변한다./ 사진=평창군 제공

초가을 봉평의 들판은 메밀꽃으로 수를 놓은 하얀융단이 깔린다. 봉평면 창동리에 이효석문화예술촌이 있다. 주변에는 매년 메밀밭이 조성된다. 사람들은 꽃밭 사이를 걸으며 문학적 감성을 만끽하고 가을의 운치를 즐긴다. 달빛이 쏟아지는 밤이 되면 로맨틱한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는다. 가슴 먹먹한 소설의 정서가 오롯이 전해진다.


꽃구경은 흥미롭다. 메밀꽃은 오랜 시간 천천히 들여다봐야 한다. 하얀 꽃은 은은한 멋이 있다. 녹색의 잎은 참 맑아서 조금만 보고 있어도 기분이 참 상쾌해진다. 붉은 꽃대에서는 강렬함이 묻어난다. 수줍은 듯하면서도 꼿꼿한 에너지가 느껴지니 보는 재미가 제법이다. 이런 메밀꽃은 흐린 날에도 선명한 색깔을 뽐낸다. 구름이 잔뜩 낀 날 꽃구경을 나서도 본전은 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효석문화예술촌에는 이효석문학관과 ‘효석 달빛언덕’이 있다. 이효석문학관은 이효석의 삶과 작품세계에 대한 정보, 유품 등을 전시한다. 문학전시실은 잊지말고 둘러본다. 그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볼 수 있도록 잘 꾸며 놓았다. 또 창작실, 옛 봉평 장터 모형, 문학과 생애를 다룬 영상물, 어린이용 영상물 등을 통해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다.


효석 달빛언덕은 문학을 테마로 한 문화공간이다. 봉평을 모티브로 책박물관, 근대문학체험관, 이효석문학체험관 등이 들어서있다. 초가로 지은 이효석의 생가와 그가 평양에 거주할 당시 머무르던 일명 ‘푸른집’이 복원돼 있다. 특히 근대문학체험관은 이효석이 활동했던 1920~30년대 문학을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한국 근대문학과 한층 가까워질 수 있는 공간이다. ‘나귀전망대’도 올라본다. 효석 달빛언덕이 한눈에 들어오는, 고즈넉한 풍경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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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문학관 풍경. 그의 작품 ‘메밀꽃 필 무렵’은 뛰어난 한국적 정서와 회화적 이미지로 한국 단편소설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사진=평창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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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우거진 ‘이효석 문학의 숲’. 봉평의 정취를 오롯이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장터, 물레방아, 충주집 등이 재현돼 있다. / 사진=평창군 제공

이 외에도 봉평에는 이효석의 흔적을 더듬을 수 있는 곳들이 많다. 창동리의 ‘이효석 문학의 숲’은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정서와 봉평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산책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장터, 물레방아, 충주집 등이 재현돼 있다. 길은 희귀한 식물들이 자생하는 습지를 지나고 청정지역에서만 산다는, 가재가 서식하는 계곡도 관통한다. 일대는 평창군이 ‘효석삼림욕장’으로 지정할 만큼 숲이 울창하다. 봉평에서 평창까지 소설 속 주인공인 허생원과 동이의 여정을 좇는 ‘효석문학 100리길’도 약 53㎞에 걸쳐 조성돼 있다.

어느새 가을...'메밀꽃 필 무렵'의

효석문화제에서는 당나귀를 타고 메밀꽃밭을 구경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사진=평창군 제공

매년 가을마다 봉평을 중심으로 효석문화제도 열린다. 1999년부터 이어진 효석문화제는 자연과 문학이 함께하는 축제로 익히 잘 알려졌다. 올해는 9월 1일부터 9일까지 열린다. 이효석문학관을 중심으로 문학산책, 거리백일장, 독서토론회 등 문학마당이 열린다. 나귀를 타고 메밀꽃밭을 둘러볼 수 있다. 메밀음식 먹거리 촌에서는 다양한 메밀음식이 선보인다. 올해는 ‘연인, 사랑 그리고 추억’을 주제로 3년 후 개봉되는 사랑의 돌탑캡슐 등 ‘사랑과 인연’을 간직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메밀꽃 구경이 아쉽다면 풍경 예쁜 곳 하나만 더 기억한다. 무이리의 무이예술관 일대다. 메밀밭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폐교와 어우러진 풍경이 참 예쁘다. 무이예술관은 폐교가 된 초등학교를 작가들의 작업 및 전시공간으로 꾸민 곳이다. 화가, 서예가, 도예가 등이 터를 잡고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작품들이 전시된 앞마당도 산책하기 좋다.


여름 뒤안길에서 가을이 언제올까 안달 났다면 얼른 봉평으로 마중 간다.


아시아투데이 김성환 기자

2018.08.3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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