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의 숲, 바다 위 케이블카...가을 '숨은 관광지'

[여행]by 아시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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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의 모습을 오롯이 간직한 지리산 칠선계곡/ 한국관광공사 제공

볕이 순해졌고 바람은 선선해졌다. 여행 떠나기 좋은 계절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가을에 꼭 가보라고 ‘가을철 숨은 관광지’ 몇 곳을 추천했다. 한정 기간에만 개방하거나 지금 가야 서정을 만끽할 수 있는 곳들이다.

경남 함양 지리산 칠선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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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이 살 것 같은 지리산 칠선계곡/ 한국관광공사 제공

지리산 칠선계곡은 설악산 천불동계곡, 한라산 탐라계곡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계곡’으로 불린다. 일곱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을 한 곳이라고 해서 '칠선(七仙)'으로 불리게 됐다. 선녀가 내려와 목욕할 만큼 물이 맑고 풍경이 아름답다는 이야기다. 계곡은 깊고 숲은 태고의 모습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다.


아무 때나 찾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1998년부터 2008년까지 자연 휴식년제로 출입이 통제됐다. 그러다 2008년 탐방 예약·가이드제가 도입되며 특정 기간만 개방하게 됐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동안 자연은 치유와 안식의 시간을 보내며 더욱 싱싱해졌다. 1년에 단 4개월(5~6월, 9~10월) 월요일과 토요일에만 탐방 예약·가이드제가 운영된다. 이 기간 하루 60명씩 탐방 가이드 4명과 함께 돌아볼 수 있다.


코스는 월요일과 토요일이 조금 다르다. 출발은 모두 경남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추성주차장)에서 시작한다. 월요일 코스는 추성주차장에서 출발해 칠선계곡 삼층폭포를 지나 천왕봉에 오르며, 편도 9.7km로 8시간 정도 걸린다. 지리산 정상 천왕봉(1915m)까지 오를 수 있어 인기지만 산행 초보자에게는 벅찬 코스다.


가족 단위나 모처럼 산행에 나선 이들은 토요일 되돌아오기 코스가 적합하다. 왕복 13km로 약 7시간이 걸리니 웬만한 산행못지 않지만 칠선계곡의 비경을 두루 보기에 좋다.

강원 삼척 초곡용굴촛대바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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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 절벽을 따라 조성된 초곡용굴촛대바위길/ 한국관광공사 제공

강원도 삼척 근덕면의 초곡항은 고요하고 아늑한 포구다. 항구가 있는 초곡마을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황영조의 고향으로도 잘 알려졌다. 최근에는 초곡용굴촛대바위길로 주목받고 있다. 해안 절벽을 따라 기암괴석과 바다를 감상하며 걷는 길이다. 초곡항에서 용굴까지 약 660m 길이로 조성됐다. 군사지역이어서 일반인 출입이 제한됐지만 데크가 놓이고 철조망이 제거된 뒤 지난 7월 12일 일반에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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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가운데가 유리로 마감된 출렁다리/ 한국관광공사 제공

초곡용굴촛대바위길 초입에는 높이 11m의 출렁다리가 있다. 다리 가운데가 유리로 마감돼 있어 걸으면 기분이 아찔하다. 출렁다리를 지나면 기암괴석의 향연이 펼쳐진다. 뭉툭한 탑처럼 비쭉 솟은 촛대바위, 거북 형상을 닮은 거북바위, 사자 모양의 사자바위가 차례로 등장한다. 길 끝의 용굴은 파도가 칠 때 나는 깊은 울림이 압권이다. 가난한 어부가 죽은 구렁이를 발견한 후 이곳에서 정성껏 제사를 지내자 구렁이가 용이 돼 승천했다는 전설이 전한다. 초곡용굴촛대바위길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11~2월은 오후 5시) 연중 개방한다. 입장료는 없다.

서울 창경궁 명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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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궁궐의 정전 중 가장 오래된 창경궁 명정전./ 한국관광공사 제공

서울 종로구의 창경궁은 조선의 다른 궁궐과 조금 다르다. 왕실의 웃어른을 위한 공간으로 지었기 때문에 정치 공간인 외전보다 생활공간인 내전이 넓고 발달했다. 정전인 명정전(국보 제226호)은 정면 5칸, 측면 3칸 단층 건물로 경복궁 근정전이나 창덕궁 인정전에 비해 아담하지만 우리나라 궁궐의 정전 중 가장 오래됐다. 1484년에 건립돼 임진왜란 때 불탔고 1616년에 복원돼 오늘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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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 명정전 내부/ 한국관광공사 제공

명정전에는 조선 12대 왕인 인종의 꿈이 서려 있다. 명정전에서 즉위식을 한 왕은 인종이 유일하다. 인종은 즉위한 뒤 도학사상을 현실 정치에 응용하고자 사림 세력을 등용했다. 하지만 뜻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재위 9개월 만에 31세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명정전을 가장 알뜰살뜰 사용한 이는 조선 21대 왕 영조다. 영조는 정성왕후가 승하하자 66세가 되던 1759년에 15세의 꽃다운 정순왕후를 계비로 맞아 이곳에서 혼례를 올렸다. 당시 영조의 혼례식 날 창경궁 일대 거리는 인파가 넘쳤다고 한다. 영조는 이곳에서 큰 아픔도 겪었다. 명정전 바로 옆 왕의 집무실인 문정전 마당에서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뒀다. 사도세자는 끝내 뒤주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다.


명정전 왼쪽으로 돌면 외전과 내전의 경계인 빈양문이 나온다. 빈양문에서 보는 명정전이 특히 아름다워 포토 존으로 인기다. 9~10월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해설사와 함께 명정전 내부를 관람할 수 있다.

경남 사천바다케이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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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산을 한 번에 구경할 수 있는 사천바다케이블카/ 한국관광공사 제공

경남 사천바다케이블카는 바다와 섬, 그리고 산을 한 번에 구경할 수 있는 케이블카다. 대방정류장에서 초양정류장을 잇는 해상구간(816m)과 대방정류장에서 각산정산 정류장을 잇는 산악구간(1614m)을 포함해 총 길이가 2430m에 이른다. 케이블카는 대방정류장에서 출발해 옥빛 바다를 건너 초양정류장까지 다녀온 후 대방정류장에 멈추지 않고 바로 각산(해발 408m) 정상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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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쾌한 풍광이 압권인 각산전망대/ 한국관광공사 제공.

사천바다케이블카는 일반캐빈 30대와 파란색 크리스털캐빈 15대를 운행한다. 크리스탈캐빈은 바닥이 강화유리로 마감돼 바다와 푸른 숲을 발아래로 조망할 수 있다. 특히 각산전망대에서 보는 창선·삼천포대교의 모습이 압권이다. 모개섬, 초양도, 늑도를 지나 남해군 창선도로 이어지는 5개의 다리가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물길과 어우러진다. 각산봉수대와 산림초소 앞 전망대를 잇는 숲길도 매력적이다. 각산 정상까지 등산한 이들은 각산정류장에서 편도 이용권을 구입해 대방정류장으로 내려오기도 한다.

인천 강화 소창체험관과 조양방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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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로 다시 태어난 조양방직 건물/ 한국관광공사 제공

인천 강화도는 1960∼1970년대 전성기를 이끌었던 직물산업으로 최근 재조명되고 있다. 강화도는 1970년대까지 직물산업의 중심지였다. 1933년 조양방직이 문을 연 이후 60여 곳의 크고 작은 직물 공장이 생겼다. 1970년 중반 이후 직물 산업의 중심이 대구로 옮겨가며 쇠락의 길을 걸었고 현재는 소규모 소창 공장 10여 곳이 명맥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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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의 직물산업 역사를 볼 수 있는 소창전시관/ 한국관광공사 제공

강화읍의 소창체험관에서는 강화도 직물 산업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1956년에 문을 열어 강화 직물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한 평화직물을 매입, 리모델링해 2017년 12월 개관했다. 소창전시관과 소창체험관, 차 체험을 즐길 수 있는 1938한옥, 소창 제작 과정을 직접 보여주는 직조시연관 등으로 구성된다. 소창 체험도 할 수 있다. 소창은 목화솜에서 뽑아낸 실을 이용해 만든 23수 면직물로 옛날 천 기저귀로도 많이 사용됐다.


조양방직은 1933년 강화도 지주인 홍재묵·홍재용 형제가 민족자본으로 처음 설립한 방직공장이다. 광복 후 가까스로 명맥을 이어오다 1958년에 문을 닫았다. 2017년에 새 주인을 만나 1년 남짓 보수공사를 거쳐 카페로 다시 태어났다. 회색빛 시멘트 건물 외관은 그대로 살렸고 방직기계가 놓여 있던 기다란 작업대는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테이블이 됐다.


아시아투데이 김성환 기자

2019.09.2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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