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컬처]by 베네핏

제법 기분 좋은 바람이 부는 9월의 오후였다. 달력 한 장 넘겼을 뿐인데 날씨는 어느덧 완연한 가을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그리고 서울 혁신파크에서는 새로운 태도로 미술을 바라보는, 미술계의 새로운 바람 브리즈 아트페어(Breeze Art fair)가 열렸다.

 

미술작품 유통을 통해 예술가들의 창작 환경을 개선하는 사회적기업 에이컴퍼니. 그들의 대표적인 사업 중 하나인 브리즈 아트페어는 신진 작가들에게는 전시와 판매의 기회를, 미술품은 상류층의 전유물이라고만 생각했던 감상자에게는 첫 그림 구매 경험을 선사하는 징검다리 장이다. 2012년 제1회를 시작으로 2014년 2회가 열린 브리즈 아트페어는 2015년 9월의 첫째 주 그 세 번째 문을 열었다.

 

흔히 전시회라고 하면 정형화된 갤러리에서 열릴 것이라 생각했다. 일반 전시회가 아닌 아트페어라고 해도 별반 다르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브리즈 아트페어는 아니었다. 홍대 엔트러사이트 카페에서 열린 1회부터 한남동 블루스퀘어 NEMO를 거쳐 서울 혁신파크 5동을 활용한 제3회 브리즈 아트페어는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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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혁신파크 5동에서 열린 제3회 브리즈 아트페어

은평구 녹번동에 자리 잡은 서울 혁신파크는 원래 국립보건원이 있던 자리였다. 더욱이 브리즈 아트페어가 열린 5동은 시약창고로 사용되던 곳이었다. 창고라는 단어에서부터 어두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듯이 이곳은 혁신파크 안에서도 외딴곳에 위치한 1960년대에 지어진 건물이었다. 하지만 붉은 벽돌과 철물 골조가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이곳에 300여 점의 작품들이 더해졌을 때 풍기는 그 아우라는 일부러 만들려 해도 만들 수 없었다.

 

전시장은 하나의 동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일단 티켓 부스에서 등록을 마치면 손목에 입장권과 함께 커피나 탄산수, 맥주 등으로 바꿔 마실 수 있는 1 free ticket이 주어진다. 만약 신이 나서 일단 맥주부터 손에 쥐고 봤다면 이내 당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디가 시작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너무 인위적이기에 오히려 자연스러웠던 전시장 구성은 9개의 코너로 나뉘어 곳곳에 작가 60명의 작품을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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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자유로운 관람이 가능한 300여점의 그림 및 조형물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이름이 적힌 명찰을 목에 걸고 작품 옆에 서서 관심을 보이는 관람객에게 직접 도슨트 서비스를 제공했다. 덕분에 자칫 난해하게만 보일 수도 있는 현대 미술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실제로 천윤화 작가는 브리즈 아트페어가 그동안 참여한 모든 전시회 중 최고라는 반응을 보였는데 그 이유로 관람객과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꼽았다. 평소 갤러리의 흰 벽을 보면 막연한 공포감을 느꼈는데 맥주 한 병 손에 들고서 이야기를 주고받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마음을 풀어준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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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브리즈 아트페어에 참가했다는 천윤화 작가

실제로 시약창고로 사용되던 당시의 특성을 십분 활용한 구성은 보는 이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전시장과 전시장 사이를 오가는 좁은 복도는 비현실적인 시공간을 구성하여 흡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듯한 기분이 들게 하였다. 브리즈 아트페어 특유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는 벽에 걸린 2차원의 그림과 함께 배치된 3차원의 조형물도 한몫을 톡톡히 했다. 마치 원래부터 거기에 있던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탓에 자칫하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다는 점을 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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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약 창고의 특성을 그대로 살리며 비현실적인 시공간을 선보인 브리즈 아트페어의 공간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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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바닥과 혼연일체를 이룬 박국진 작가의 작품 ‘MOLIAN’, 가격은 3백만원

간혹 보이는 빈 벽은 이미 작품이 판매된 자리로 브리즈 아트페어의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10만 원대부터 500만 원 선까지 책정된 가격은 작가의 이름과 작품의 제목 옆에 붙어 관람객들의 구매욕을 자극했다. 하지만 모두가 작품을 구매할 수는 없는 법. 전시장 한쪽에 마련된 아트샵은 다양한 소품을 판매하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브리즈 아트페어를 기념하도록 도와줬다. 그뿐만 아니라 자유로운 촬영이 가능해 누구나 핸드폰 안에 마음에 드는 작품과 작가의 이름을 담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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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즈 아트페어 내 마련된 아트샵

무겁고 엄숙한 분위기를 강요하는 일반 갤러리와 달리 브리즈 아트페어는 이름처럼 산들바람 같은 음악과 함께하는 시간이었다. 전시장 안팎에 놓인 파란색 드럼통은 잠시 쉬어가는 공간인 동시에 그 자체로 하나의 오브제로 작용했으며 흡사 스탠드바를 연상시키기도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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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전시장 안팎에서 쉬어가는 공간이자 하나의 오브제로 작용한 파란색 드럼통

동시에 이번 브리즈 아트페어는 요일별로 다른 부대 행사를 마련하여 관람객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했다. 매 요일 각 분야의 전문가를 모시고 감상의 대상, 소유물, 영감의 원천 등 다각도에서 예술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을 제시해 관람객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특별히 마지막 날인 일요일에는 폐장을 4시간 앞두고 무료입장을 선언하며 가벼운 공연과 함께 올해의 작가를 뽑는 브리즈 프라이즈 시간을 마련하였다.

 

이렇듯 제3회 브리즈 아트페어는 새로운 태도(New Attitude)라는 부제처럼 관람객과 신진 예술가 모두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시간이었다. 그들의 발걸음이 예술계에 계속해서 기분 좋은 바람을 불러일으키기를. 가을의 시작에 기대어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바람을 더해본다. 

본 콘텐츠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지원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으로 소셜큐브 홈페이지(http://svhub.net)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에디터 이은수 

2015.09.2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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