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하게 되는 몇 가지 다짐이 있다. 올해는 꼭 운동을 하겠다, 악기를 배우겠다,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읽겠다 등이 그렇다. 그중에서도 책을 읽는 것은 돈을 제일 덜 들이면서도 대화의 격을 한층 높일 수 있는 가성비 좋은 다짐에 속한다. 굳이 책을 사지 않아도 대부분 동네에 하나씩 있는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요즘은 카페에도 책을 마련해 놓는 곳이 많다.

하지만 세계 어느 빈민가에는 인프라가 부족해 제대로 된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넘쳐난다. 하물며 도서관이라니. 있을 턱이 없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학교를 설립해주자, 도서관을 지어주자, 돈은 얼마나 들까, 등의 논의가 오갈 때 인도의 한 소녀는 이렇게 응수했다.

 

'일단 뭐라도 시작하자!'

인도 보팔의 슬럼가에 사는 아홉 살의 Muskaan Ahirwar는 학교가 끝나고 매일 오후 4시가 되면 집 뒷마당에 도서관을 연다. 슬럼가 근처 인도 교육부 사무실에서 받은 25권의 책을 마을 아이들과 나누고 싶었던 Muskaan이 집 뒷마당에 매트를 깔고 책을 늘어놓은 게 시작이었다. 평소 할 일이 없어 동네를 무방비로 돌아다니던 아이들은 이 소식을 듣자 곧장 소녀의 집으로 모여들었다. 지난해 1월부터 시작된 이 도서관으로 그렇게 매일 스물다섯 명 정도의 아이들이 드나든다.

 

Muskaan은 직접 도서관 사서가 되어 아이들이 빌려 간 책의 날짜를 기록해 놓는다. 반납일은 아이들의 상황에 맞춰 유동적으로 조정해준다. 매주 토요일에는 같이 그림을 그리고, 일요일에는 아이들과 함께 모여 읽은 책 내용을 가지고 퀴즈를 풀거나 서프라이즈 선물을 하는 등 이벤트를 연다. 글자를 모르는 어린아이들을 위해서는 알파벳과 숫자를 가르쳐 주고, 직접 책을 읽어주기도 한다.

이 작은 도서관의 소식을 들은 많은 사람들의 도움 덕분에 이제 Muskaan의 도서관은 700권이 넘는 책을 보유하게 됐다. 인도 내에서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호주에서도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소녀는 '누구든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있으면 자신만의 도서관을 열고 배움을 시작하면 된다.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고 담담하게 말한다.

 

Muskaan은 ‘교육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쓸 수 있는 제일 강력한 무기다'라는 넬슨 만델라의 명언을 늘 가슴에 품고 산다고 한다. 보팔의 한 작은 마을 도서관에서 매일 오후 책을 읽기 시작한 이 아이들이 자라서 어떤 사람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도서관이 생기기 전과는 분명 다른 미래가 펼쳐지지 않을까.

 

세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구호단체가 문맹을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싸맬 때, 이 자그마한 소녀는 본인이 할 수 있는 작은 행동부터 시작했다. 한 소녀의 움직임이 스물다섯 명의 인생을 달라지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놀라운 변화인가. 일단 시작하고 보자.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이렇게 간단하게 찾을 수 있다.

 

Images courtesy of ANI

 

에디터 성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