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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맛집 모시기’ 전쟁…
한해 10만㎞ 뛰는 백화점 담당자

by조선비즈

젊은 고객 감소…“맛집 있다” 소문나면 집객 효과 커

우유 배달·경조사 챙기기·새벽기도 따라다니며 설득

 

지난달 28일, 경기 용인시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에 평양냉문 전문점인 ‘을밀대’가 문을 열었다. 을밀대는 우리나라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평양냉면집으로 알려진 가게다. 을밀대는 가족 구성원들이 운영하는 분점을 강남, 일산, 분당 등에 낸 적은 있지만, 백화점에 들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인정신, 평양냉면에 대한 자부심으로 ‘백화점에 모시기’가 쉽지 않았지만 신세계 측이 삼고초려한 끝에 입점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백화점에는 ‘미쉐린 가이드 2017’에 소개된 두부 전문점인 ‘백년옥’도 들어왔다. 이한주 신세계백화점 식품 바이어는 “관심을 너무 많이 받는 것, 백화점 들어와서 영업이 잘 안될까봐 고민 많은 사장님들이 많다”며 “오랫동안 끈질기게 찾아가서 진정성 있게 설득하고 대화하고 관계를 맺은 것이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맛집 모시기’ 전쟁… 한해 10만㎞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에 입점한 ‘을밀대’/사진=신세계백화점

전국 방방곡곡 맛집 설득하느라 2~3년씩 걸리기도

백화점들의 ‘맛집 모시기’ 경쟁이 점점 치열해 지고 있다. 점점 젊은 쇼핑객 방문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평소엔 쉽게 맛볼 수 없는 유명 맛집이 백화점 식품관에 입점했다는 소문이 나면 집객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또 백화점 식당가가 과거엔 쇼핑 후 요기를 하는 장소였다면, 지금은 전국 방방곡곡의 희소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공간으로 여겨지고 있다.

 

백화점 바이어들은 지방의 유명 명소, 맛집을 찾아가 길게는 2~3년동안 설득하고 인맥을 쌓으면서 백화점에 입점시키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장인정신으로 운영하는 식당일수록 관문은 높다. 그런 식당들은 이미 장사가 잘 되고 있는 상황에서 영업시간 등 제약이 많은 백화점에 들어올 필요가 없다고 느끼고, 규모가 너무 커지면 음식의 품질을 관리하기가 힘들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어느 한식점을 유치하기 위해 지방 출장을 매일 운전해서 가는 바이어가 있었는데 1년 만에 자가용 주행거리가 10만㎞를 훌쩍 넘었다”고 말했다.

 

올해 5월 이연복 셰프의 중식 레스토랑 ‘교자란’을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입점시킨 양현모 롯데백화점 식품부문 바이어는 “1년 동안 이연복 셰프를 50번 넘게 찾아갔다”고 말했다. 양 바이어는 이 셰프가 매일 아침을 거르고 식재료 준비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우유 배달을 자처하고 경조사도 챙겼다. 그렇게 틈만 나면 방문하다 보니 이 셰프의 아내, 아들과도 가족처럼 친해졌다. 결국 이 셰프는 잠실 입점을 결정하고 품질 관리를 위해 수제자인 박건영 셰프에 점포를 맡겼다.

 

인천 차이나타운의 유명 맛집 ‘만다복’을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들여온 것도 양 바이어다. 양 바이어는 만다복 사장의 남동생과 마침 종교가 같아, 매일 새벽기도를 나가면서 7개월 넘게 설득했다. 양 바이어는 “가장 중요한 것이 마음을 여는 것, 소통하는 것”이라며 “백화점 입점 후에도 꾸준히 찾아 불편한 사항은 없는지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맛집 모시기’ 전쟁… 한해 10만㎞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입점한 중식당 ‘만다복’/사진=박정현 기자

백화점 식당가, 잇따라 새 단장

 

주요 백화점들은 최근 식당가와 식품관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하면서 새로운 맛집 선보이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 25일 문을 연 롯데백화점 부산서면점은 식당가 ‘고메스트리트’를 1~2층을 잇는 복층형으로 꾸미고 해운대 유명 초밥 전문점 ‘스시미르네’, 스테이크 덮밥 전문점 ‘홍대개미’, 베트남 요리 전문점 ‘에머이’ 등 맛집을 유치했다.

 

비슷한 시기에 식당가 리모델링을 마친 현대백화점 대구점도 일본 규슈 지방 360년 전통의 소면 장인으로부터 전수받은 소면집 ‘진가와 제면소’를 비롯한 유명 명소들을 대거 선보였다. 작년 말 문을 연 대구 신세계 백화점도 세계 각국의 진미를 맛볼 수 있는 식당가 ‘루앙스트리트’를 운영 중이다. 현재 증축 공사 중인 현대백화점 서울 천호점은 식당가를 연말까지 새 단장해 유명 맛집들을 들여올 예정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엔 특이한 디저트가 인기가 높았다면 지금은 다양한 고객층을 아우를 수 있는 희소한 맛집들이 백화점 식당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며 “먼 지방에 있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맛집들은 백화점에 들어오면서 영업범위와 인지도가 크게 확장돼, 지방에 있는 본점도 장사가 더 잘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정현 기자(jen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