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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6년 전 최태원의 한 수…
하이닉스, 훨훨 날다

by조선비즈

[3분기 매출·영업이익 사상 최고]

 

"글로벌 성공 스토리 만들겠다" 모두가 반대한 하이닉스 인수

반도체 폭락 때도 투자 늘려… 3분기 영업이익률 무려 46%

 

6년 전 최태원의 한 수… 하이닉스,

지난 2011년 11월 14일. 하이닉스 인수 계약 직후 최태원〈사진〉 SK그룹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반도체 시황에 대해 많은 사람이 우려하고 있지만, 글로벌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룹 고위 임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반도체 사업을 하겠다"고 밀어붙였다. 6년이 지난 지금 SK하이닉스의 성적표는 최 회장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6일 지난 3분기에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올렸다고 밝혔다. 매출 8조1001억원, 영업이익 3조7372억원으로 지난 분기에 세웠던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91%, 영업이익은 무려 415%나 늘었다. 3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전체 영업이익(3조2767억원)보다 훨씬 많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가 4분기에는 4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 지원과 직원들의 노력이 만들어낸 합작품

SK하이닉스가 매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면서 한국 반도체의 대들보로 떠 오른 것은 과감한 투자와 직원들의 노력이 결합된 덕분이다. SK가 하이닉스를 인수할 당시는 반도체 가격이 폭락하면서 대부분의 업체가 적자를 내고 투자를 축소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2012년에만 전년보다 10% 늘어난 3조8500억원을 쏟아부었다. SK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하이닉스 인수 검토 단계부터 연 단위로 투자를 대폭 늘리는 계획을 마련해 놓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2014년 5조2000억원, 2015년 6조6500억원에 이어 올해는 무려 9조600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이병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학과 교수는 "과감한 선제적 투자가 메모리 반도체 수퍼호황기를 맞아 결실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6년 전 최태원의 한 수… 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1983년 세워진 전신(前身) 현대전자 시절부터 끊임없는 고난에 시달렸다. IMF 외환 위기 직후에는 부채가 15조원이 넘었다. 2001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면서 2만2000명에 이르던 임직원 수는 1년 만에 1만4000여 명까지 줄었고, 남은 직원들도 무급휴직으로 돌아가면서 쉬어야 했다. 2005년 7월 겨우 워크아웃을 졸업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다시 적자의 늪에 빠졌다. 이 와중에도 연구원들은 반도체 개발과 생산 효율 높이기에 매달렸다. 각종 비용을 절감하고 남는 돈은 모두 연구개발(R&D)에 썼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센터장은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술 기업의 핵심인 R&D를 소홀히 하지 않은 것이 오늘날의 SK하이닉스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역시 최근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한때 국민적 우려를 받던 기업이 매년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국민적 사랑을 받게 된 것은 자기 일에 충실했던 구성원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과감한 투자와 직원들의 노력 덕분에 SK하이닉스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률은 46.1%에 이른다. 1000원어치를 팔아 461원을 남겼다는 뜻이다. 영업이익률이 높기로 유명한 미국 애플이나 인텔 등을 크게 앞선다. 기술력과 공정 관리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가능한 수치이다.

SK그룹 체질 바꿔놓은 SK하이닉스

최태원 회장의 비전대로 SK하이닉스는 SK그룹의 체질을 바꾸고 있다. SK그룹은 내수 위주인 통신(SK텔레콤)과 석유화학(SK이노베이션)이 주력이었다. 두 분야 모두 성장세가 주춤한 가운데 SK하이닉스의 급성장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성장동력 발굴과 캐시카우(cash cow) 확보라는 숙제를 동시에 해결해줬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 3조507억원은 SK그룹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 5조2112억원의 절반이 넘고, 하반기에는 비중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반도체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같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SK하이닉스가 SK텔레콤이나 SK C&C 같은 계열사들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해 줄 수도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 등과 함께 낸드플래시 반도체의 원조이자 일본 최대 반도체 기업인 도시바 메모리 인수자로 선정됐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도시바 인수가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SK하이닉스의 약점을 채워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 2분기 기준 전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이 26.8%로 삼성전자(45.1%)에 이어 2위지만, 낸드플래시는 10.6%로 5위권에 머물러 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도시바와의 협력을 통해 낸드플래시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확보하면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삼성과 SK하이닉스 양강 구도가 확고하게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건형 기자(defying@chosun.com) 김경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