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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중국, 택배 박스만 1초에 1000개… 1년이면 중국 땅이 덮인다

by조선비즈

쓰레기로 골머리 앓는 중국

 

중국 연간 택배 207억건

판지·스티로폼 등 포장재 90%는 재활용 안 되고 쓰레기로 버려져

모바일 배달주문에 오염 가속화

하루치 나무젓가락에 6700그루, 비닐봉지는 축구장 84개 면적

 

오는 11월 11일 중국의 광군제(光棍節·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특수 기대감으로 중국은 물론 전 세계 유통업계가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매년 이날 열리는 광군제는 세계 최대의 쇼핑 이벤트로 불린다. 지난해에도 단 하루 만에 1200억위안(약 20조원)어치 상품이 팔렸고 그 덕분에 10억5000만 건의 택배 주문이 쏟아졌다. 올해로 9년째 행사를 여는 중국 알리바바는 올해도 지난해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중국 택배협회는 이번에도 중국 전역에서 최소 10억 건 이상의 택배 주문이 쏟아지며 일감이 폭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와 각 지방정부의 환경담당 부서들은 초비상이 걸렸다. 한바탕 쇼핑 광풍이 대륙을 몰아치고 소비자들이 주문한 상품들이 배달되고 나면 곧이어 각 가정과 사무실에서 거대한 포장 쓰레기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몸살을 앓아야 하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 대국, 포장쓰레기로 골머리

방대한 국토와 7억명에 이르는 휴대폰 사용자 덕분에 중국의 전자상거래 산업은 날개를 단 듯 초고속 성장을 해왔다. 전자상거래 규모가 세계 2위 미국의 1.5배다. 전자상거래가 파생시키는 택배 건수도 지난해 기준 310억 건을 넘어섰다. 10년 전보다 31배나 커진 폭증세다. 1초마다 중국 전역에서 1000개 택배 박스가 발송되는 정도다. 한 해 배달되는 전 세계 700억 건 택배 중 44%가 중국 택배시장 몫이다. 택배 산업은 매출 400억위안(약 7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중국, 택배 박스만 1초에 1000개

쏟아지는 중국 택배, 포장은 쓰레기통으로 -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택배에서 발생하는 쓰레기가 심각한 환경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의 한 택배 업체에서 직원들이 각지로 배송할 택배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원후이왕 캡처

전자상거래의 폭발적 성장은 그러나 심각한 골칫거리를 낳았다. 바로 거대한 포장 쓰레기로 인한 환경문제다. 택배 포장에 쓰이는 판지상자, 플라스틱(스티로폼) 박스, 포장 테이프 등이 매일 산더미처럼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국가우정국에 따르면, 배달된 상품이 207억 건이었던 2015년 이들 택배상품을 포장하기 위해 99억2000만 개의 판지상자, 82억7000만 개의 플라스틱 박스, 169억8000만m의 포장 테이프가 사용됐다. 판지상자를 모두 펼치면 960만㎢의 중국 국토 전부를 덮고도 남는 규모다. 포장 테이프를 이어붙이면 지구 둘레를 425번 감을 수 있을 정도다.

 

이런 천문학적인 포장재가 드는 것은 택배 물량 자체가 많기 때문이지만, 업체들의 이해관계도 한몫하고 있다. 배달 파손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항의를 피하려고 업체들이 과도한 포장을 하면서 포장 쓰레기 문제가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포장재들의 재활용률은 턱없이 낮다. 중국의 환경운동가 주레이는 "현재 재활용되는 판지상자와 플라스틱 상자는 전체 물량의 10% 미만"이라고 말했다. 선진국의 재활용률 45%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엄청난 포장재들이 그냥 쓰레기로 버려진다는 의미다.

 

중국, 택배 박스만 1초에 1000개

중국은 포장재 쓰레기라는 골칫거리에 더해 쓰레기 수입국이라는 불명예도 안고 있다. 택배용 플라스틱 상자 등을 만들기 위해 해외에서 다시 플라스틱 폐기물을 대량 수입하고 있다. 재활용되지 않고 버려지는 플라스틱이 많다 보니, 다시 쓰레기를 수입하는 악순환을 겪고 있는 것이다.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량은 2010년 740만t에서 2014년 800만t으로 늘었다.

 

오염문제는 자연상태에서 수개월이면 썩어버리는 바이오플라스틱을 사용하면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택배업체들은 비용 상승을 꺼려 여전히 싸구려 재질 포장재들을 쓰고 있다. 100년이 가도 잘 썩지 않는 PVC 등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그냥 매립하거나 태울 경우 심각한 오염을 초래한다. 중국의 한 재활용 기업 관계자는 "재활용률이 극적으로 높아지지 않는 한 중국의 택배산업은 매년 500만t의 쓰레기를 양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해양회의에 따르면, 중국을 포함한 각국에서 나오는 플라스틱으로 인한 바다 오염으로 2050년이 되면 해양을 떠다니는 플라스틱의 총중량이 전 세계 바닷속 물고기들의 총중량과 같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중국의 경우 재활용률을 높인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택배 증가세가 워낙 가팔라 판지상자를 100% 재활용한다 해도 택배산업의 목재와 석탄 소비량은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한 해 택배 포장에 쓰이는 테이프 지구 425바퀴

포장 쓰레기를 양산하는 또 다른 주범은 음식 배달 산업이다. 휴대폰 하나로 손쉽게 음식을 시켜 먹을 수 있는 배달앱이 발달하면서, 쓰레기 문제가 커지고 있다. 중국인터넷망 정보센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인터넷이나 배달앱을 통해 배달음식을 주문한 사람이 2억9500만명이었다. 중국 음식업협회 장쥔센 회장은 "배달앱 사용자 증가세가 계속돼 2018년에는 3억4500만명이 배달앱 등으로 음식을 시켜 먹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러머, 메이퇀, 바이두 등 3대 배달 앱 업체의 주문 건수는 하루 2000만 건에 이른다. 한 환경단체가 주문 건수를 그 절반인 하루 1000만 건으로만 잡고 음식쓰레기 배출량을 계산해보니, 배달 1회마다 비닐봉지 한 개가 사용된다고 가정할 경우 축구장 84개를 덮을 수 있는 비닐봉지가 쏟아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11일째마다 중국의 명소인 서호(西湖)만 한 호수를 다 덮을 수 있는 비닐봉지가 쏟아지는 셈이다.

중국, 택배 박스만 1초에 1000개

중국 충칭 소재 환경단체인 '녹색자원봉사동맹(GVL)'은 지난 8월 중국의 대형 배달앱 업체에 공개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 편지에 따르면, 하루 1300만 건의 주문을 받는 대형 배달업체 한 곳이 주문 1건당 평균 1.5쌍의 나무젓가락을 쓴다고 가정했더니 매일 195만 쌍의 나무젓가락이 사용되는 걸로 분석됐다. 녹색자원봉사동맹은 "이만큼의 나무젓가락을 만들려면 6700그루의 나무를 벌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녹색자원봉사동맹은 지난달 어러머, 메이퇀, 바이두를 베이징 법원에 한꺼번에 제소했다. 이 단체는 소장에서 "이 업체들이 사용하는 1회용 포장들이 환경 오염을 초래하고 자연생태계를 위협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회적 압력과 각성이 커지면서 업계에서도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환경단체와 배달앱 업체, 식당들이 손잡고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친환경 포장을 사용하거나, 배달앱 사용자들에게 친환경 포장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미미한 수준이다.

 

베이징=이길성 특파원(atticu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