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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터치는 구식… 이젠 '음파'로 결제한다

by조선비즈

"어머, 벌써 계산된 건가요?"

 

지난 31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슈퍼 명동점. 계산대 앞에서 스마트폰으로 물건 결제를 하던 정도희(42)씨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스마트폰 간편 결제 앱을 켰더니 곧바로 화면에 계산이 끝났다는 안내 문구가 나온 것이다. 평소처럼 스마트폰을 결제용 단말기 가까이에 대지도 않았다. 정씨는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만 있었기 때문에 처음엔 계산이 된 줄도 몰랐다"며 "다른 간편 결제나 스마트폰 화면 바코드로 계산하는 방법보다 편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정씨가 이용한 결제 서비스는 음파(音波)를 이용한 '엘페이(L.pay) 웨이브'였다. 사람 귀에는 들리지 않는 '비(非)가청 음파'에 담긴 결제 정보를 스마트폰이 인식해 자동으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소리가 내는 진동을 이용하는 음파 기술은 그동안 바다에서 적의 잠수함을 찾거나 초음파 검사로 몸속을 들여다보는 군사·의료 분야에서 사용됐다. 최근 음파 기술은 스마트폰 보급으로 간편 결제·통신 분야에도 확산되면서 일상 속에 깊숙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결제 단말기 접촉 없이 계산

 

롯데그룹의 고객관리 계열사 롯데멤버스는 올해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모비두와 협력해 유통업계 세계 최초로 전국 수퍼마켓 500곳과 백화점 60곳에서 음파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달 중에는 편의점 세븐일레븐 8500여곳에도 도입할 예정이다. 음파 결제 과정은 이렇다. 중앙 서버에서 결제 정보를 암호화해 지점의 계산대 컴퓨터에 보내면 이 컴퓨터가 결제 정보를 음파 형태로 바꿔 스피커로 내보낸다. 고객 스마트폰에 내장된 마이크가 이 음파를 인식하면 자동으로 결제가 된다. 이 음파는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20~2만헤르츠) 대역보다 높기 때문에 사람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평소 라디오 전파가 들리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다.

 

 

터치는 구식… 이젠 '음파'로 결제한

 

 

음파 결제는 가게에 별도로 결제용 단말기를 설치할 필요가 없고, 소비자도 손쉽고 빠르게 계산을 끝낼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소리를 내보내는 스피커와 스마트폰만 있으면 된다. 기존 스마트폰 바코드 결제나 마그네틱(자기장), 근거리무선통신(NFC)을 이용한 간편 결제는 고객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점원에게 건네주거나 결제용 단말기에 가까이 대야 했다. 하지만 음파 결제는 스마트폰을 든 고객이 계산대에서 10~20m가량 떨어져 있어도 결제가 가능하다. 소리를 이용하기 때문에 제조사에 관계없이 모든 스마트폰에서 음파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음파 결제 기술이 진화해 향후엔 지갑(스마트폰)을 굳이 꺼내지 않고도 결제를 할 수 있는 단계로 발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시범 운영 중인 무인 편의점 '아마존 고(GO)'처럼 계산대 앞에서 길게 줄을 설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스타벅스에서는 음파를 이용한 '선(先)주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집이나 사무실에서 음료를 미리 구입한 후 매장을 찾으면 매장에 설치된 스피커가 내보내는 음파로 고객의 스마트폰을 인식해 바로 음료를 내주는 서비스다. 고객은 매장에서 길게 줄을 서지 않고 원하는 시간에 음료를 손에 넣을 수 있다.

 

음파 기술 스타트업 모비두의 이윤희 대표는 "스마트폰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상황에서도 자동으로 결제가 되는 서비스도 개발할 것"이라며 "결제를 할 때마다 번거롭게 스마트폰을 찾아서 꺼낼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음파로 데이터 주고받기도

 

음파를 이용해 정보를 주고받는 통신 기술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인터넷 정보 서비스 업체 얍 컴퍼니는 음파를 내는 손바닥 크기의 소형 단말기를 편의점에 보급하고 있다. 음파를 인식하는 앱이 설치된 스마트폰을 가진 고객이 편의점에 들어가면 해당 매장의 할인 품목과 쿠폰이 스마트폰에 자동으로 뜬다.

 

KT는 벤처기업 사운들리와 손잡고 지난 3월부터 TV 광고에서 나오는 음파로 스마트폰에 제품 정보를 전송하는 '세컨스크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TV 광고를 보다가 KT의 전자지갑 앱을 실행하면 광고에서 나오는 비가청 음파에 반응해 해당 상품 홈페이지로 이동한다. 현재까지 현대자동차·국민카드·피자헛 등 20여개 기업이 세컨스크린을 통해 광고를 했다. 김태현 사운들리 대표는 "광고뿐 아니라 드라마·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의 옷과 화장품 정보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인준 기자(pe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