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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잘 키운 다육식물 하나,
열 적금 안부럽다

by조선비즈

대기업에서 일하다가 3년 전 퇴직한 유현일(63)씨는 최근 다육식물 번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유씨는 예전부터 다양한 식물을 집안에서 길러왔는데, 이 모습을 본 지인이 다육식물 재테크를 추천한 것이다.

 

유씨는 “평소 취미생활을 재테크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지인 설명에 호기심이 생겼다”며 “다육식물을 잘 길러 자식들의 용돈 부담을 줄여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잘 키운 다육식물 하나, 열 적금 안

포토핀 제공

식물 재테크는 이미 은퇴했거나 곧 은퇴 예정인 직장인뿐 아니라 식물 가꾸기에 관심이 많은 가정주부·대학생도 종종 도전하는 재테크 방법 중 하나다. 특히 아파트에 사는 유씨처럼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사람은 넓은 부지가 필요없는 다육식물을 선호하는 편이다.

 

다육식물은 사막·고산 등 건조 지역에 서식하면서 많은 양의 수분을 줄기나 잎에 저장하고 있는 식물을 말한다. 선인장이 대표적이다. 극한 환경에서의 생존에 최적화돼 있다보니 웬만해선 죽지 않는다. 그만큼 손이 덜 가고 관리가 쉽다는 의미다.

 

다육식물 재테크는 어린 다육식물을 분양 받아 기른 다음 재판매해 수익을 얻는 식으로 진행된다. 수익 극대화 포인트는 번식이다. 떼어낸 잎을 다른 화분에 심는 잎꽂이가 일반적인 번식 방법이다. 생장점이 줄기에 있는 품종은 줄기를 잘라 옮겨 심어야 한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꽃시장에서 2000원가량 하는 초소형 다육식물을 사와 잎꽂이 방식으로 번식해 1년 정도 기르면 개당 2만원 정도에 되팔 수 있다. 모종 100개를 1년 동안 기른 다음 개당 2만원에 재판매할 경우를 예로 들면, 연간 매출액 200만원을 기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직장에서 받는 연봉에 비하면 소소하지만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비하면 제법 쏠쏠한 수익이 될 수 있다. 저렴한 다육식물로는 멘도사, 라울, 레티지아 등이 꼽힌다.

잘 키운 다육식물 하나, 열 적금 안

식물 오픈마켓 ‘심폴’에서 판매 중인 다육식물들 / 심폴 홈페이지 캡처

수익에 좀 더 욕심을 내고 싶다면 골든글로, 화이트그리니 등 고가 품종을 기르면 된다. 다만 고가 품종은 어린 상태일 때도 비싸기 때문에 투자자 역시 어느 정도의 지출을 감수해야 한다. 가령 어린 ‘여제금’은 구입하려면 개당 10만원 이상 필요하다. 그 대신 1년 이상 잘 기르면 몸값을 10배 이상 키울 수 있다.

 

지난해 12월 조선일보 주최로 서울 대치동 SETEC(세텍)에서 열린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에서는 2014년 300만원 주고 산 다육식물 ‘방울복랑금’ 8개를 16개로 번식시켜 5000만원의 가치를 지닌 상품으로 키워낸 주부 김채연씨 사례가 소개되기도 했다.

 

다육식물 거래는 대부분 온라인 마켓을 통해 이뤄진다. 심폴, 엑스플랜트 등의 웹사이트가 대표적인 거래 장터다. 자신이 가입한 포털사이트의 다육식물 관련 카페에서 회원간 직거래를 시도해 판매 수수료를 아끼는 이도 많다.

 

최근에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일본 등 주변국에서도 다육식물 구매 수요가 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인기를 얻은 품종은 몸값이 잘 올라간다. 어떤 품종부터 길러야 할지 모르겠다면, 중국에서 잘 팔리는 품종을 조사해보는 게 재테크 성공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전준범 기자(bbeo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