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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빅토리아시크릿이 22억짜리 브라 들고 중국 찾은 이유는

by조선비즈

세계 최대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시크릿(Victoria’s Secret)이 지난 20일 중국 상하이 메르세데스 벤츠 아레나에서 패션쇼를 개최했다.

 

올해로 23회를 맞은 빅토리아시크릿 패션쇼는 1년에 한 번 열리는 란제리 패션쇼로, 세계적인 모델과 유명 가수의 공연이 어우러진 초호화 패션쇼다. 미국 공중파 방송사 CBS는 매년 이를 녹화 방송하는데, 미국인 900만명이 시청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빅토리아시크릿 패션쇼가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아시아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온라인에선 패션쇼 관람 티켓이 3800만원에 팔렸고, 심지어 가짜 표도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거래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빅토리아시크릿이 22억짜리 브라 들고

빅토리아시크릿이 20일 중국 상하이에서 아시아 지역 첫 패션쇼를 개최했다./사진=빅토리아시크릿 페이스북

세계 1위 속옷 업체 빅토리아시크릿…중국서 부진 해결책 찾아

빅토리아시크릿이 중국 패션쇼를 개최한 이유는 급성장 중인 중국 여성 속옷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중국 현지 매체 중상정보망(中商情报网)에 따르면 2015년 중국 여성 속옷 시장 규모는 1300억 위안(약 21조2654억 원)이며 최근 5년간 연 평균 성장률은 11%에 달했다.

 

반면 빅토리아시크릿을 보유한 L브랜드는 올해 3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감소하는 등 부진을 겪고 있다. 미주와 유럽의 란제리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데다 속옷 시장의 트렌드가 변화한 것이 매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여성들 사이에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을 추구하는 ‘자기 몸 긍정주의’가 부상하면서 빅토리아시크릿이 주력하던 몸매 보정 속옷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졌다.

빅토리아시크릿이 22억짜리 브라 들고

빅토리아시크릿은 상하이 패션쇼의 준비 과정을 공식 SNS에 공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패션쇼 백스테이지에서 모델 라이스 리베이(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22억원 상당의 판타지 브라를 입고 있다./사진=빅토리아시크릿 인스타그램

이에 따라 빅토리아시크릿은 중국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고 있다. 빅토리아시크릿은 지난해 11월 중국 최대 인터넷 쇼핑몰인 티몰(T-mall)에 입점한 데 이어 올해 3월 상하이에 4층 규모의 플래그십스토어를 열었다. 청두와 마카오에도 매장을 열고 대대적인 홍보를 펼쳤다. 이번 패션쇼는 중국 소비자들에게 빅토리아시크릿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기 위해 기획됐다.

 

빅토리아시크릿은 상하이 패션쇼를 위해 22억원짜리 판타지 브라를 제작하고, 중국계 모델 7명을 무대 위에 세우는 등 중국 소비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했다. 이번 패션쇼는 오는 28일 미국 CBS 방송을 통해 전 세계 190개국에 녹화 중계될 예정이다.

20조원 중국 여성 속옷 시장 잡아라…글로벌 브랜드 각축전

중국 여성 속옷 시장은 중국 의류 시장에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 소비자들의 소비성향이 체면보다 내면, 과시보다 자기만족을 위한 소비로 전환하면서 속옷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빅토리아시크릿이 22억짜리 브라 들고

2011~2015년 중국 여성 속옷 시장 규모/출처=코트라, 중상정보망(中商情报网)

현재 중국 내 속옷 기업은 3000개에 달하지만, 확실히 두각을 나타내는 브랜드는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산업전보망에 따르면 중국 여성 속옷 1위 브랜드인 코스모레이디(Cosmo Lady)의 점유율은 4.2%이며, 상위 10개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을 합쳐도 13.5%에 그친다. 미국 속옷 시장에서 빅토리아시크릿이 35%, 영국 속옷 시장에선 막스앤스펜서가 20.8%, 일본 속옷 시장에서 와코루가 17.8%을 각각 점유하는 것과 비교하면 중국 여성 속옷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다.

 

따라서 중국 여성 속옷 시장은 개척 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된다. 빅토리아시크릿, 라펠라(Laperla), 아장프르보카테르(Agent Provocateur) 등 고급 속옷 브랜드들이 최근 중국 내 사세 확대를 서두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중국 여성 속옷 시장의 성장은 우리에게도 기회로 다가온다. 속옷 전문 기업 좋은사람들은 지난해 11월 중국 최대 온라인 패션기업 한두이서와 합작회사 산동한두가인상무유한공사(이하 한두가인)를 설립하고 중국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빅토리아시크릿이 22억짜리 브라 들고

좋은사람들이 중국 합작기업 한두가인을 통해 중국에서 선보인 예스코드, 톡톡 튀는 이미지로 중국의 젊은 여성들을 공략한다. 사진은 광군절 프로젝트 이미지./사진=좋은사람들

한두가인은 국내에서 예스(YES)라는 브랜드로 전개되는 여성 속옷을 중국에서 예스코드(YESCODE)라는 이름으로 판매한다. 예스는 좋은사람들이 2004년 론칭한 여성 속옷 브랜드로, 1925세대를 타깃으로 젊은 감각을 반영한 패션 내의를 선보이고 있다.

 

올해 3월 중국 온라인 쇼핑몰 티몰의 한국관에 브랜드몰을 낸 예스코드는 매달 90%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좋은사람들 관계자는 “아직 중국 소비자들은 속옷 구매에서 디자인보다 착용감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젊은 층을 중심으로 디자인과 기능에 대한 요구가 확산되는 만큼, 중국 내 ‘패션 언더웨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해 사세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발효로 여성 속옷의 중국 관세는 2024년 폐지될 예정이다. 종전 14~16%이던 여성 브래지어와 기타 여성 속옷의 관세는 2015년 12월부터 단계적으로 인하되고 있다.

 

김은영 기자(keys@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