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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일단 만원이라도…"
비과세 해외펀드 막판 돌풍

by조선비즈

연말에 비과세 판매 종료

 

올해 안에 계좌 만들어 놓으면 향후 추가로 투자금 넣어도 최대 10년간 3000만원 비과세

국내 자산운용사에 돈 더 몰려

 

직장인 김영식(37)씨는 5만원으로 5개의 펀드에 가입했다. 그가 선택한 펀드는 '비과세(非課稅) 해외주식형펀드(비과세 해외 펀드)'다. 투자 지역은 베트남, 중국, 인도, 미국, 아시아로 똑같이 1만원씩 넣었다. 그는 "평소 펀드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올해가 지나면 더는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없다는 얘기를 친구로부터 하도 많이 들어서 일단 가입만 해뒀다"고 말했다.

 

보통 해외 상장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할 때는 15.4%의 배당소득세를 내야 한다. 투자자의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이 넘으면, 금융소득 종합과세대상에도 포함돼 최대 41.8%의 세금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해외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특정 지수의 등락에 따라 같은 수익률을 얻도록 설계된 투자 상품)에 대한 투자 비중이 60% 이상인 펀드에 전용 계좌를 개설해서 가입하면, 매매 차익과 환차익(換差益·환율 변동으로 생기는 이익)에는 세금이 붙지 않는 상품이 있다. 이것이 비과세 해외 펀드다.

"일단 만원이라도…" 비과세 해외펀드

/박상훈 기자

정부가 해외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작년 2월 도입한 비과세 해외 펀드는 최대 10년간 30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이 있기 때문에 10개월 만에 판매 실적이 1조원을 돌파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한동안 주춤하던 비과세 해외 펀드 열기가 판매 종료 시점을 앞두고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막판 가입 러시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한 달 동안 비과세 해외 펀드에는 8546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작년 2월 출시 이후 월별 가입액으로는 사상 최고치다. 가입 계좌 수도 급증했다. 10월 새로 만들어진 계좌 수는 9만5000개였는데, 지난달에는 21만1000개로 배 이상 늘었다. 투자자들이 소액이라도 올해 안에 펀드에 가입하겠다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역별 시장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일단 다양한 지역 펀드에 가입해 놓고 나서 기다리겠다는 심리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예를 들면 올해 베트남에 투자하는 비과세 펀드의 수익률이 좋다고 판단해 베트남 펀드에만 가입한다면, 2년 뒤 미국이나 중국 펀드 수익률이 좋을 때 두 지역 펀드에 가입하더라도 비과세 혜택을 보지 못한다. 하지만 만약 올해 적은 돈이라도 미국과 중국 펀드에 일단 가입만 해두면, 향후 미국·중국 시장 상황이 좋을 때 해당 펀드에 돈만 넣으면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있다. KB증권 오온수 연구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각종 세제 혜택이 사라지는 추세여서 막판 수요가 커지는 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사, 치열한 고객 유치전

증권사들은 각종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증권은 이달 말까지 '해외주식투자 전용계좌'를 개설한 모든 고객에게 커피 기프티콘을 주고, 추천 펀드에 가입하면 가입 금액에 따라 1000만원마다 1만원의 상품권을 제공한다. 키움증권도 비과세 해외 펀드에 가입하는 모든 신규 고객에게 2만원 상당의 비과세 해외 펀드 전용 쿠폰을 지급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일몰(日沒)이 가까워질수록 국내 자산운용사가 내놓은 펀드로 더 많은 돈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월의 판매 잔고 상위 20개 펀드의 국내·외국계 자산운용사 비율은 국내 55(4857억원)대 45(3977억원)였는데, 지난달에는 70(1조7386억원)대30(7603억원)으로 벌어졌다. 미래에셋자산운용 리테일마케팅부문 성태경 부문장은 "예전에는 외국계 자산운용사가 해외 투자 부문에서 경쟁력이 더 높았지만,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해외 투자 노하우가 쌓이면서 수익률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는 점이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가장 많이 팔린 비과세 해외 펀드는 한국투자증권이 운용하는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 펀드로 2730억원의 자금을 끌어 모았고, 수익률(환헤지 상품 기준)도 40%를 웃돈다. 이어 KTB중국1등주증권, KB통중국고배당증권, KB중국본토A주 등 중국에 투자하는 상품이 2~4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펀드들도 수익률이 43~82%로 높은 편이다.

 

신한금융투자 우동훈 투자상품부장은 "당분간은 중국, 베트남 등 신흥국 시장이 좋기 때문에 이 펀드들이 유리하겠지만, 향후 10년 비과세 기간에 어느 나라 증시가 오를지 모르기 때문에 투자금을 나눠 여러 나라 펀드에 분산 가입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비과세 해외 펀드

정부가 해외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작년 2월 도입한 해외 펀드. 해외 주식이나 ETF(상장지수펀드)에 60% 이상 투자해야 한다. 매매 차익, 환차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올해 연말까지만 판매된다.

곽창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