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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아파트가 밥 먹여준다

by조선비즈

지난 6일 오후 1시 경기도 수원 광교신도시. 천장에 샹들리에가 달린 입구를 지나자 100명가량이 홀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다. 높이 6m에 달하는 대형 유리창 너머로 광교 호수공원을 따라 활짝 핀 벚꽃 풍경이 펼쳐졌다. 태블릿PC를 들고 온 여성, 어린아이와 함께 온 젊은 부부, 머리칼이 하얀 노년 부부 등 다양한 손님이 산채비빔밥을 즐기고 있었다. 언뜻 고급 호텔 라운지처럼 보이는 이곳은 '광교 더샵 레이크파크' 오피스텔 단지 내 1층 라운지 식당이었다. 입주민을 위해 식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아파트가 밥 먹여준다

경기 수원시‘광교 더샵 레이크파크’오피스텔 단지 내 주민 전용 식사 공간. 식대는 6000~7000원 수준이며, 총 600여 가구 단지에서 매끼 80~120명이 이곳을 이용한다. /엠디엠 제공·일러스트=박상훈

아내와 함께 식사하던 주민 김문학(57)씨는 "집사람이 피곤해하거나, 집에서 요리하면 냄새가 많이 나는 생선요리가 메뉴로 제공될 때 단지 내 식당을 즐겨 이용한다"고 말했다. 광교 더샵 레이크파크 시행사인 엠디엠이 직영하는 이 식당은 입주민에게 끼니당 6000~7000원에 식사를 제공한다. 총 647실 규모의 단지인데 한 끼에 80~ 120명씩, 하루 최대 300명 정도가 이용한다.

1인·노인 가구 증가에 수요 급증

입주민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주거 단지가 늘고 있다. 시범적으로 조식 서비스를 도입한 아파트·오피스텔이 하나둘씩 생기더니 최근 들어 삼시세끼를 모두 제공하는 곳이 인기를 끌고 있다.

 

단지 내 식당은 1인·노인 가구 증가 추세와 맞물려 급격히 확산하는 추세다. 작년 6월만 해도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트리마제'가 조식 서비스 업체를 선정할 때 입찰에 참여한 업체는 사실상 한 곳뿐이었다. 단체 급식을 제공하는 업체 상당수가 "수지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불참한 것이다. 하지만 1년도 지나지 않아 상황은 급변했다. 같은 아파트 단지가 올해 3월 진행한 재입찰에는 6개 업체가 참여했다. 예상보다 많은 입주민이 단지 내 식당을 이용하는 것이 확인되면서 아파트 단체 급식에 관심을 둔 업체가 늘어난 것이다. 엠디엠 관계자는 "시간적·체력적으로 손수 식사를 준비하기 어려운 맞벌이 부부와 은퇴 가구 증가가 단지 내 식당 성공의 배경"이라고 했다.

아파트가 밥 먹여준다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리체 아파트 커뮤니티센터에서 주민들이 아침 식사용 샌드위치 등을 고르고 있다. /송원형 기자

아파트가 밥 먹여준다

식사 서비스 제공 트렌드를 주도하는 것은 대형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업체)들이다. 엠디엠은 지난달 광교신도시에서 분양한 '광교 더샵 레이크시티' 단지에서도 '삼시세끼 제공'을 주요 입주민 서비스로 내걸었다. 단지 중심부에 조성되는 약 500㎡ 규모 '클럽라운지'에 테이블 150석과 와인바 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가족 연회룸, 파티룸 등도 만든다. 피데스개발은 식품전문기업 SPC GFS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올여름 입주 예정인 경기도 용인시 '기흥역 파크 푸르지오'와 성남시 '힐스테이트 판교 모비우스'에서 입주민 전용 식당을 운영하기로 했다.

 

서울 강남권에선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식사 서비스가 확산 중이다. 현대건설은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와 손잡고 지난달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서 분양한 '디에이치자이 개포(개포주공 8단지 재건축)'와 작년에 수주한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住區) 재건축 단지에 조식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작년 서울 송파구 미성·크로바 아파트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된 롯데건설도 호텔식 조식 서비스를 계획 중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앞으로 선보일 민간 임대주택에도 그룹 계열사인 코리아세븐이 단지 안에 카페형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조식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단지마다 서비스, 결제 방식 다양해

운영·결제 방식도 다양하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리체' 단지 내 식당은 포장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6일 오전 7시쯤 찾은 이 단지 식당 중앙에는 샌드위치와 샐러드, 죽 등이 플라스틱 용기에 포장된 채로 놓여 있었다. 현장에서 자리를 잡고 식사하는 사람보다 2~3인분을 집어들고 곧바로 나가는 손님이 더 많았다. 주로 학생이나 회사원이었다. 정현경(45)씨는 "전날 일이 늦게 끝나도 아침을 해결할 수 있는 데다, 집으로 쉽게 들고 가서 아이들에게 줄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반면 트리마제 단지 내 식당은 현장 식사만 가능하다. 매일 주방에서 조리한 한식·양식이 식탁에 올라온다. 트리마제 식사 서비스 관리업체 타워피엠씨의 장용문 팀장은 "주방장이 테이블을 돌면서 특별 요리를 올리는 서비스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입주민 만족도를 높이려는 경쟁도 치열하다. 반포리체 조식 서비스 제공업체인 SM스포츠의 유현진 본부장은 "1주일간 조식 이용 현황을 분석해 비인기 메뉴는 제외하는 방식으로 다음 주 메뉴를 정한다"며 "작년 9월부터 넉 달간 시범 운영을 하면서 축적된 데이터 분석과 주민 의견 수렴을 통해 매번 조금씩 변화를 주면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결제 방식도 다양하다. 후불제를 택하는 단지가 더 많다. 식사할 때 입주민 카드로 체크하고, 일정 기간 이용 횟수만큼 추후 관리비로 부과하는 방식이다. 반면 광교 더샵 레이크파크나 경기 성남 위례신도시 '자연앤래미안e편한세상' 등은 끼니마다 결제하는 방식이다.

 

송원형 기자(swhyu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