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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어린이날 선물 '팽이'가 대세...
비싼 '레고'는 갈수록 외면

by조선비즈

6살, 4살 아들 둘을 둔 직장인 강병두(35)씨는 어린이날을 앞두고 아이들 선물 걱정에 매년 골머리를 앓는다. 장난감을 사줘도 유행이 바뀌면 처치 곤란이 되기 일쑤기 때문이다. 강씨는 “요즘 유행하는 장난감은 시리즈별로 계속 돈이 드는데 업체들은 조금 인기가 있다 싶으면 조금씩 바꿔서 새로운 제품을 낸다”며 “교육에 좋은 레고나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기를 사주고 싶지만 역시나 높은 가격이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최근 유행하는 완구류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장난감거리를 찾았다. 이곳은 120여개 완구·문구 업체가 자리 잡은 국내 최대의 완구·문구류 도소매 시장이다. 낮 시간이었지만 중국인 관광객은 물론 장난감을 구매하러 온 가족단위 소비자들이 눈에 띄었다. 대형 점포의 매장 외부에서는 직원들이 도매용 제품을 포장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어린이날 선물 '팽이'가 대세...

지난 31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장난감거리 ‘승진완구’에 진열된 ‘베이블레이드’ 장난감. /윤민혁 기자

거리 한복판에 자리잡은 ‘승진완구’의 송동호 사장에게 최근 인기 있는 장난감이 무엇인지 묻자, 주저 없이 계산대 앞의 ‘베이블레이드’ 팽이 장난감을 가리켰다. 베이블레이드는 팽이를 사용해 겨루는 내용의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송 사장은 “장난감 트렌드는 애니메이션 방영 여부에 따라 2~3년이면 확 바뀐다”며 “최근 몇년간 터닝메카드와 카봇이 최고 인기였지만, 지난해 말부터 베이블레이드와 공룡메카드가 유행”이라고 말했다.

 

실제 온라인 쇼핑몰 티몬의 2015년 완구 전체 매출 순위 1, 2위는 각각 터닝메카드, 헬로카봇이었지만 2018년 들어선 미국 스텝2사의 가정놀이용 완구 ‘이지리빙’과 베이블레이드, 조립형 완구 맥포머스가 각각 1, 2, 3위를 차지했다. 티몬 관계자는 “베이블레이드 버스트갓 팽이가 수년간 이어졌던 터닝메카드의 아성을 꺾으며, 2016년도 완구류 딜매출 순위 89위에서 올해 2위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아이를 둔 부모들은 끊임없이 나오는 신제품에 거듭 지갑을 열게 된다. 현재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베이블레이드 팽이는 100여종 이상이다. 종류는 많지만 가격은 7000원부터 4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송동호 사장은 “개별 제품은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지만 아이들이 여러종을 갖추고 싶어한다”며 “줄을 묶어 던지던 과거 팽이와 달리 ‘런처’라는 기계를 통해 돌리는데 이 런처도 비싼 건 5만원대에 이른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기반 장난감이 인기를 끌고 있는 반면 영유아 교육용 완구의 ‘스테디셀러’ 레고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장난감을 좋아하는 성인을 일컫는 ‘키덜트’를 겨냥하며 높아진 가격대가 발목을 잡는다. 8살 남자아이를 둔 직장인 김태훈(37)씨는 “다른 장난감은 9000원대도 많지만 레고는 작은 것도 4~5만원대에 제법 큰 것은 10만원 이상이 기본이다”며 “최근 블럭방 등이 많이 생겨 굳이 레고를 구매하기보단 블럭방에서 그때그때 이용하는 것이 저렴하다”고 말했다.

 

실제 레고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8% 줄어든 350억 덴마크 크로네(약 4조7000억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16% 줄었다. 매출 감소는 13년 만에 처음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휴대전화와 태블릿 PC 등 디지털 기기와의 경쟁에서 밀린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어린이날 선물 '팽이'가 대세...

닌텐도 스위치. /이마트 제공

젊은 부모들 사이에선 자녀 선물로 디지털 기기를 사주는 일도 흔하다. 최근에는 콘솔 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다. 콘솔게임은 온라인 게임과 스마트폰 보급에 따른 모바일 게임 확산에 밀리며 매출이 감소세를 보였지만, 최근 ‘닌텐도 스위치’ 등 신제품들이 출시되면서 매출이 다시 늘고 있다. 이마트의 콘솔게임 매출은 2013년 230억원에서 2015년 140억원 수준으로 줄었지만 지난해엔 340억원으로 성장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게임이 교육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던 과거 부모세대와 달리, 요즘 30~40대 부모들은 스스로도 게임을 즐긴다”며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장난감으로 가정용 콘솔 게임기를 갖추는 부모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민혁 기자(behereno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