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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자율차 시대에도… 운전하는 재미 포기못해

by조선비즈

지난 3일 현대·기아차 경기 화성 남양연구소 R&H(Ride&Handling) 성능개발동. 축구장만 한 넓이의 건물에는 타이어 특성 시험기, 서스펜션 특성 시험기 등 14종의 시험 장비로 가득 차 있었다. 차량 주행 중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현상을 재현하며 승차감 등을 연구한다. 가로 30m, 세로 20m인 한 실험실에는 '다이내믹 K&C'라 불리는 커다란 노란색 장비가 있었다.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다양한 도로를 재현해 자동차의 충격을 흡수하는 서스펜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세밀하게 실험하는 장비다.

 

이용섭 현대차 고성능차성능개발1팀 책임연구원은 "작년 완성차 업체로는 일본 마쓰다에 이어 세계에서 둘째로 도입했다"고 말했다. 100억원이 넘는 이 장비를 구입한 가장 큰 이유는 고성능차인 '벨로스터N'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다. 고성능차는 배기량과 엔진음이 크고, 고출력이라 서킷(자동차 경주장) 주행에 알맞은 차량이다.

자율차 시대에도… 운전하는 재미 포기

세계 자동차 업체가 배기음이 크고 역동적인 고성능차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운전대도 필요 없는 자율주행차 개발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역설적으로 운전의 재미를 강조하는 차가 잇따라 출시되고 있는 것이다. 미래에 직접 운전이 필요 없는 시대가 오면 '부릉부릉' 소리를 내며 달리는 고성능차에 대한 수요가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수입차 주도 고성능차 시장에 현대차도 뛰어들어

 

그동안 고성능차 시장은 수입차의 전유물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AMG 브랜드, BMW는 M 브랜드를 통해 고성능차 시장을 주도했다. 올해도 수입차 업체는 고성능차를 국내에 쏟아낸다.

 

벤츠는 지난 3월 2018년형 메르세데스 AMG GT를 국내 출시했다. 4.0L 8기통 바이터보 엔진을 달아 최고 출력 476마력을 낸다. BMW도 이달 4.4L 바이터보 엔진을 탑재해 최고 출력 600마력, 최대 토크가 76.5㎏·m인 뉴 M5를 국내에 내놓는다. BMW는 올 상반기 안에 뉴 M4 CS라는 다른 M 모델도 내놓을 계획이다. 미니 브랜드도 고성능 모델 라인인 JCW 차량을 올해 국내에 3종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4월 인피티니도 400마력을 뿜어내는 뉴 인피니티 Q60 스포츠 쿠페를 국내에 내놨고, 랜드로버도 4월 기존에 나온 자사 차량 중 가장 고성능인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을 선보였다.

 

현대차도 다음 달 국내에 첫 고성능 모델인 벨로스터N을 출시하며 수입 고성능차와 경쟁을 벌인다. 이 차는 2.0L 터보 엔진을 달아 최고 출력 275마력, 최대 토크 36.0㎏·m을 낸다. '수동 변속기' 모델만 있고, 가격은 3000만원대로 책정될 예정이다. 지난 3일 직접 타본 벨로스터N은 코너링에서 안정적이었고, 기어를 내릴 때는 수입 스포츠카에서나 들을 수 있었던 '타닥타닥' 하는 팝콘 튀기는 소리가 들렸다.

 

현대차는 BMW에서 M을 개발하던 알버트 비어만 사장을 영입해 2015년부터 고성능차 개발에 뛰어들었다. 작년 9월엔 유럽에서 고성능 모델인 'i30N'을 처음으로 출시해 올 3월까지 2340대를 팔며 호평을 받았다. 토마스 쉬미에라 현대차 고성능사업부장(부사장)은 "운전하는 즐거움이라는 DNA를 담았다"고 했다.

 

 

◇운전의 재미 찾는 사람 늘어

 

세계 고성능차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독일 등의 서유럽에서는 2016년 기준 고성능차 판매량이 10만3687대로 5년 전의 배로 늘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작년 국내에 판매된 메르세데스 AMG와 BMW M은 총 3961대로, 2015년(2339대)보다 69% 늘었다. 운전의 재미에 빠진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이런 소비자 때문에 업계는 앞으로 '운전이 필요 없는 차'가 대세가 된다고 해도 고성능차는 살아남을 것으로 본다.

마세라티를 공식 수입 판매하는 김광철 FMK 사장은 "스마트워치가 나온 뒤에도 클래식 시계는 여전히 잘 팔린다"며 "고성능차에 대한 향수는 끝까지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성능차는 엔진 기술, 코너링 기술 등 각종 핵심 기술이 바탕이 돼야 하기 때문에 일반 양산차 개발 기술력도 향상되는 효과가 있다"며 "기술력이 좋은 브랜드라는 이미지 개선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민 기자(dori2381@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