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비즈 ]

글로벌 은행 그만두고 반려동물 간식 사업..."연봉 10분의 1로 줄어도 행복"

by조선비즈

사업 첫달 매출 200만원에서 지금은 월 4000만원으로 껑충

무농약, 유기농, 무항생제 재료로 반려동물 간식 만들어

반려동물에게 필요한 용품·의류·가구로 취급품목 확대하고, 식당까지 열 계획

 

바야흐로 반려동물 1000만 시대다. 4인 가족 기준으로 다섯 가정 중 네 가정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셈이다. 반려동물의 존재 가치도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해졌다. 집을 지키기 위해, 혹은 골치거리인 쥐를 없애기 위해 키우던 강아지나 고양이는 이제 애완동물을 넘어 가족으로 인식된다. 말을 못해 사람이 챙겨줘야 하지만 안스럽고 사랑스러운 존재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속썩이는 가족보다 훨씬 낫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글로벌 은행 그만두고 반려동물 간식

동지훈 어글어글 대표가 키우는 말티즈와 실키테리어. / 어글어글 제공

반려동물이 병에 걸리면 수십만원을 들여 병원에서 치료해준다. 귀한 가족 구성원으로 지위가 상승하면서 보험에 가입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고가의 용품과 옷은 물론이고 영양학으로나 위생적인 측면에서 사람이 먹어도 문제 없는 훌륭한 사료와 간식을 먹인다.

 

“밖에서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와 맥주를 한 잔 더 하면서 안주거리로 육포를 맛있게 먹었는데 담백하니 괜찮더라. 그런데 다음날 맨정신에 포장지를 보니 강아지 간식이더라”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반려동물의 존재가치가 높아지면서 반려동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농림식품축산부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은 2015년 1조8000억원에서 2017년 2조3000억원으로 규모가 커졌다. 올해에는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반려동물을 좋아하고 관련 시장의 성장성을 높게 판단해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직업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반려동물 간식 사업에 뛰어든 이가 있다. 동지훈 ‘어글어글’ 대표다. 중학교 때부터 캐나다에서 생활한 유학파다. 미국 서부의 명문 스탠포드 대학에서 금융공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메릴린치 뱅크 오프 아메리카 한국지사, 홍콩지사에서 유가증권 투자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그가 회사를 관둘 때 받았던 성과급을 포함한 연봉은 1억8000만원이었다. 하지만 과감하게 포기하고 반려동물 간식을 제조 판매하는 어글어글을 창업했다. 그는 현재 월급으로 150만원을 받는다. 회사 다닐 때 받던 연봉의 딱 10%다.

글로벌 은행 그만두고 반려동물 간식

동지훈 대표(31·사진)를 만나 잘나가던 직장을 관두고 고품질 애견 간식을 만들어 파는 일을 시작한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애견 관련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말리는 사람이 없었나.


“사람의 건강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물을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는 좋은 먹거리를 만들어 반려동물의 건강을 챙기는 일도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친구들 중에는 ‘왜 좋은 직장을 나와 어려운 사업을 하려고 하느냐’며 말리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부모님은 주변 사람들과 생각이 좀 달랐다. ‘좋아하면서 의미 있는 일’을 하며 행복하게 살라며 적극적으로 지지해줬다.”


-그래서 지금 행복한가.


‘회사에 다닐 때 나이에 비해 많은 월급을 받고 외제차를 타고 다녔다. 지금은 최저임금 수준에 스타렉스 밴을 끌어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니 행복하다. 동물을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는 동물의 건강을 책임지는 일에 보람도 느낀다. 회사를 키우는 재미도 있다. 행복이 직장생활할 때보다 10배 커졌다.”

글로벌 은행 그만두고 반려동물 간식

어글어글은 제품의 신선을 위해 하루면 배달이 완료되는 신속배달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어글어글 제공

-식재료를 구매하고 직접 조리하는 육체 노동이 쉽지 않았을텐데.

 

“처음에는 몸이 무척 고단했다. 안전하고 깨끗한 재료를 사기 위해 전국에 있는 농장을 찾아 다녔다. 구한 재료를 새벽부터 나르고 손질해 가공·포장하는 일도 낯설고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하지만 이젠 익숙해지고, 좋아하는 일이어서 그런지 전혀 힘든 줄 모르겠다.”

 

-원래부터 반려동물을 좋아했나.

 

“캐나다에 유학갔을 때 중학교 교장 선생님 집에서 홈스테이를 했는데 그 때 그 집에서 키우는 반려견 2마리와 친해졌다. 당시 잔반이나 값싼 사료를 주는 한국과 달리 개를 가족으로 생각해 음식을 따로 요리해 주는 것을 보고 무척이나 놀랐다. 반려견을 가족으로 여기는 의식의 전환은 이 때 이뤄졌다. 지금은 독립해서 혼자 살고 있는데 16살 먹은 말티즈와 3살된 실키테리어 2마리를 직접 키울 정도로 동물을 좋아한다.”

글로벌 은행 그만두고 반려동물 간식

제주도산 유기농 무농약 야채와 산양치즈로 만든 개껌. /어글어글 제공

-제주도 말고기 분말, 제주도 흑돼지와 전남 나주 유황오리 육포, 경남 의령 무항생제 메추리 통구이, 무항생제 닭고기 육포와 닭발, 산양치즈 개껌, 무농약 고구마 치즈볼, 청정 야채 믹스 샐러드, 칠면조 단호박 야채스틱 등 사람이 먹으려고 해도 일부러 찾아야 할 재료들이다.

 

“반려동물에게 좋은 영양분이 가장 많이 들어간 재료를 찾다가 발견한 식재료들이다. 닭발에는 연골 생성을 돕는 콘드로이친 성분이 많고, 흑돼지는 일반 백돼지보다 지방이 적은 대신 불포화지방산이 많다. 산양우유에는 피로회복에 좋은 타우린이 많고, 메추리는 조류 중 비타민B 함량이 가장 높다. 조만간 제주 해녀들이 직접 채취한 톳을 이용한 새로운 메뉴도 출시할 예정이다.”

 

-좋을 것 같긴 한데 일반인들이 보통 먹는 것보다 비쌀 것 같다.

 

“우리는 무항생제, 친환경, 유기농 재료만 사용하기 때문에 비쌀 수 밖에 없다. 경쟁사 제품보다 적게는 25%에서 많게는 50% 이상 비싸다. 대신 품질은 자부한다. 우리가 반려동물 간식을 만들 때 사용하는 재료 중 야채 등 일부는 서울 강남에 있는 유명 종합병원에 입원한 암환자들의 식사 재료로 사용될 정도로 인정받은 것들이다.”

글로벌 은행 그만두고 반려동물 간식

위생복과 위생모를 갖춘 어글어글 직원들이 간식을 만들고 있다. /어글어글 제공

-좋은 재료로 만들었는데 사람이 먹어도 될 것 같다.

 

“소금이나 조미료를 넣지 않아 사람이 먹기에는 ‘밍밍’하겠지만 지방은 적고, 영양분이 많아 사람이 먹어도 괜찮다. 위생도 철저히 관리한다. 소금을 넣지 않는 이유는 반려견이 소금을 필요 이상 섭취하면 심장질환이나 심부전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반려견이 지방을 많이 섭취할 경우 단백질 분해효소인 라파아제가 과다 분비돼 장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살코기만 사용한다. 앞으로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인 해썹(HACCP)인증까지 받으면 ‘반려견과 사람이 함께 즐기는 간식’이라는 표어를 사용할까 생각 중이다.(웃음) ”

글로벌 은행 그만두고 반려동물 간식

어글어글이 생산하는 제품들. /어글어글 제공

-반려동물에게 필요한 식재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부도 많이 해야할 것 같다.

 

“수의학, 동물영양학, 조리학 등과 관련된 20여권의 전문 서적을 시간날 때마다 들여다 본다. 가끔 필요한 새로운 지식을 얻기 위해 해외 논문을 읽기도 한다.’

 

-매출은 어떤가.

 

“아직은 자리를 잡아가는 상황이다. 지난해 4월부터 본격적으로 반려동물 간식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는데 첫달 200만원이었던 매출이 지금은 월 4000만원쯤 된다. 정직원 4명에 아르바이트생까지 모두 7명이 근무하는데 일손이 부족할 정도로 주문이 몰려 충원을 계획 중이다. 인지도가 높아지는 만큼 매출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 

 

-어떤 방식으로 홍보하는가.

 

“인스타그램과 대면 홍보를 주로 한다. 기회될 때마다 ‘말랑모임(말티즈 자랑모임)’, ‘핫도그테라스’ 등의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모임에 참석한다. 특히 전국에서 열리는 모든 반려동물 박람회에 참가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과 직접 만나 제품을 홍보한다. 유기견 보호활동에도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향후 사업 계획은.

 

“현재는 주로 반려동물 간식만 취급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사료를 비롯해 옷·용품·가구 등 반려동물의 생활에 관련된 다양한 물품까지 취급할 생각이다. 또 사람과 반려동물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식당을 열 계획도 있다.”

 

박지환 기자(daeba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