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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부자가 되고 싶나요…
'과감한 거북이'가 됩시다

by조선비즈

재테크 여왕 서재연이 말하는 '개미의 길, 투자의 길'


"요즘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코스닥 벤처펀드'가 제일 '핫(hot)'합니다. 고수익·고위험 펀드이긴 하지만 자산 일부를 넣어보는 추세지요."

 

서울 청담동에 있는 미래에셋대우 갤러리아WM지점의 주고객은 재산이 수십억원 넘는 고액 자산가들이다. 프라이빗뱅커(PB) 가운데 에이스들만 모여 있는 것은 물론이다. 이곳에서 '부자' 고객들의 자산을 1600억원 이상 관리하고 있는 서재연(48) 미래에셋대우 상무에게 부자들의 재테크 노하우와 요즘 뜨는 투자처를 물었다.

느릿느릿, 그러나 확실한 수익 내는 '거북이' 투자

서 상무가 그간 지켜봐 온 고액 자산가들은 '인생 역전' '한방'을 노리지 않는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국내외 비트코인 열풍이 불었을 때도 서 상무가 관리하는 고객 가운데선 한 명도 가상 화폐에 투자하지 않았다고 했다. 부자들은 '묻지 마 투자'도 하지 않는다. 과거엔 "나는 잘 모르니 전문가가 알아서 투자해달라"고 돈을 맡기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최근 5~6년 새 PB만큼 철저히 공부하는 투자자가 늘었다. 그는 "부자들은 개별 종목에 대한 지식은 많지 않더라도 신문 등을 통해 전체적인 금융시장의 경향을 꿰고 있다"고 말했다.

부자가 되고 싶나요… '과감한 거북이

/일러스트=김성규

 

부자들의 투자 패턴은 '거북이'같다. 조금씩 천천히 움직이기 때문에 당장은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날 분명히 결승선에 다다른다는 것이다. 서 상무는 GS건설 주가를 예로 들었다. 기업 실적은 꾸준히 오르는데 주가가 지지부진해 '조만간 오르겠다' 싶어 바구니에 담아뒀는데 지난해 20% 넘게 뛰어올랐다는 것이다. 서 상무는 "갑작스러운 호재가 생긴 것이 아니라 그간의 우수한 실적이 시장에 반영됐던 것"이라며 "꾸준히 기업 가치가 오르고 배당을 주는 기업에 장기 투자했던 고객들이 결과적으로 큰 수익을 거두더라"고 말했다. 반대로 당장 일확천금을 가져다줄 것 같은 투자처는 변동성이 커서 펄쩍펄쩍 뛰다가 눈앞의 낭떠러지를 보지 못하는 '토끼'같은 투자라고 했다. 서 상무는 "다음 달에 전세금 올려줘야 해 모은 돈이 있는데, 그 사이에 대박을 터트려봐야겠다며 찾아온 고객들은 십중팔구 실패했다"고 말했다. "자금 여유만큼이나 시간 여유도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감내할 수 있는 '손실 폭' 정해둬야

서 상무는 고객별로 본인이 원하는 목표 수익률과 감내할 수 있는 손실 폭을 정해두고 그에 맞게 자산을 관리한다. 서 상무는 "1%만 떨어져도 심장이 두근거리고 잠도 못 자는 사람이 있는 반면 10%까지 손실이 나도 장기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믿음이 있으면 버티는 사람이 있다"며 "정신 건강과 평화를 지키는 수준에서 투자한다는 것이 우스갯소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부자가 되고 싶나요… '과감한 거북이

/김연정 기자

예컨대 중위험·중수익을 원하는 고객 자금을 관리할 때는 5% 손실을 보면 무조건 판다. 또 반대로 1년 내 20% 수익률을 목표로 특정 종목을 샀는데, 갑자기 호재로 한 달 만에 30%가 오르면 판다. 더 가지고 있으면 더 오를 수도 있지만, 예상보다 많이 오른 만큼 떨어질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서 상무는 "고수들은 더 많이 벌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목표했던 수익률에 다다르면 이익을 실현해 지키기를 원한다"고 했다.


서 상무는 이어 "삼성전자와 현대차·LG화학 주식에 자금을 나눠 넣고는 '분산 투자했다'는 분들이 있다"며 "이건 분산 투자가 아니라 몰빵(한 군데에 전부 투자)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 종목 모두 국내 대형주로 같은 경기 흐름을 타고 움직이기 때문이다. 분산 투자를 할 때는 단기·중기·장기 등 기간별로, 국내와 해외로,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 자산 종류별로도 분배해야 한다고 했다.

원금 보장형 상품과 절세 상품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포함시켜 원금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올해 미국 시장 여전히 좋다"

요즘 고액 자산가 사이에서 인기 높은 국내 투자처는 지난 5일 출시된 '코스닥 벤처펀드'다. 확실한 수익이 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서 상무는 "작년에 공모주 실적이 좋았기 때문에 공모주 30%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 벤처펀드의 매력"이라며 "거액의 투자금을 넣어야 하는 가입 제한에도 사모 벤처펀드에 고액 자산가들의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내놓은 사모펀드의 경우 최소 10억원으로 제한했는데도 금세 완판됐다.


해외시장 중에는 "미국 시장이 여전히 수익성이 좋다"고 서 상무는 말했다. 그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가 불확실 요인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기업들의 실적이 좋고 투자자들의 수급이 원활하다"며 "자동차·반도체·금융 등의 업종은 트럼프 정책의 수혜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 상무는 기초 체력이 견고한 미국 기업에 분산 투자하는 'AB셀렉트 미국 펀드'를 추천했다.


신흥국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싶은 투자자에게는 상위 기업을 골라 투자하는 '슈로더 이머징위너스 펀드'도 권했다. 이머징 시장의 높은 수익률을 챙기면서도 탄탄한 1위 기업 위주로 투자하기 때문에 안정성도 높은 편이다.

부자가 되고 싶나요… '과감한 거북이
1600억 굴리는 서재연은 누구

미래에셋대우 영업부문 첫 女임원

서재연 미래에셋대우 상무는 지난 2012년 이후 고객 관리 자산이 1000억원 이상이고, 연간 회사에 10억원 이상의 수익을 안겨주는 '그랜드마스터PB' 지위를 유지해왔다. 미래에셋대우 PB 1000여명 중 그랜드마스터는 5명뿐이다. 서 상무는 역량 있는 투자자문사나 유망 금융상품을 잘 골라 포트폴리오를 설계하는 역량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서울 청담동 갤러리아WM 지점에서 서 상무가 관리하는 개인 고객 자산은 1600억원에 이른다. 서 상무는 지난 2016년 4월 상무로 승진해 미래에셋대우 창사 이래 첫 영업부문 여성 임원이 됐다. 글로벌 은행인 HSBC에서 10년 넘게 PB로 활약하다 2010년 미래에셋대우로 자리를 옮겼다.

 정경화 기자(hw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