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가족이 살 집… 3D 프린터로 이틀 만에 찍어냈다

[테크]by 조선비즈

프랑스 낭트대, 세계 최초로 사람이 사는 29평 주택 지어

 

프랑스 낭트시에 사는 람다니씨 부부는 이달 중으로 세 딸과 함께 새집으로 이사할 예정이다. 이사 가는 집은 방 4개에 욕실 하나를 갖춘 일반적인 단독주택이지만 그 의미는 남다르다. 3D 프린터로 지은 주택에 처음으로 사람이 거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3D 프린터는 치약을 짜듯 액체 상태의 건축자재를 층층이 뿌려 벽을 쌓아 올렸다. 이전에도 여러 나라에서 3D 프린터로 집을 지은 적이 있지만 기술력을 입증하는 목적이었지 실제로 사람이 살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D 프린터가 건축산업을 뒤바꿀 혁신적인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여러 사람이 매달려야 하는 작업을 3D 프린터 혼자서 도맡아 건설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곡면도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어 미적인 가치를 높일 뿐 아니라 반듯하지 않은 부지도 활용할 수 있다. 네덜란드는 내년부터 3D 프린터로 임대 주택 단지 건설을 시작하며, 국내에서도 2020년부터 99㎡(약 30평) 규모 주택을 3D 프린터로 짓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틀 만에 29평 규모 집 형태 완성

낭트대 연구진은 시(市)가 제공한 부지에 맞춰 컴퓨터로 주택 설계도를 만든 뒤 이 데이터를 건축용 3D프린터인 '배티프린트3D'에 전송했다. 배티프린트3D는 건축 현장에서 4m짜리 로봇팔을 움직여 설계도면대로 벽면을 쌓아 올렸다. 로봇팔은 중간 중간 레이저로 위치가 정확한지 점검했다.

5인 가족이 살 집… 3D 프린터로

프랑스 낭트대가 3D프린터로 만든 95㎡ 면적의 단독주택. 이번 달부터 5인 가족이 실제로 거주한다. 3D프린터의 로봇팔이 벽체를 만들었으며, 이후 지붕과 창호 작업은 기존 방식대로 이뤄졌다. /프랑스 낭트대

벽체는 3개 층으로 이뤄졌다. 3D프린터는 먼저 폴리우레탄이라는 고분자 단열재를 맨 바깥쪽과 맨 안쪽에 쌓았다. 그사이는 콘크리트로 채웠다. 이를 통해 단 54시간 만에 95㎡(약 29평) 면적의 집 형태가 완성됐다. 벽체가 다 만들어진 다음에는 기존 방식대로 창호를 달고 지붕을 올리는 작업이 이뤄졌다. 주기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는 "99㎡ 정도 건물의 벽체 공사는 기존 방식으로 하면 4일이 걸린다"며 "3D프린터는 거푸집 없이 바로 벽을 세우기 때문이 시간이 절반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건축 비용도 기존 방식보다 20% 줄었다고 낭트시는 밝혔다.

 

이번 주택은 부드럽게 휘어진 Y자 형태이다. 부지가 좁은 탓도 있지만 집 앞에 100년 넘은 고목이 있어 벽을 휘게 했다. 기존 방식대로 하면 거푸집을 조각조각 이어 붙여야 하는 힘든 작업이지만 3D프린터는 문제없이 해냈다. 오히려 곡면 덕분에 공기 흐름이 원활해져 습기가 줄어드는 이점도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5인 가족이 살 집… 3D 프린터로

낭트대는 3D프린터의 로봇팔로 단열재와 콘크리트를 뿌려 벽체를 만들었다. /프랑스 낭트대

낭트대 연구진은 같은 방식으로 파리 북부에 공공주택 18채를 더 지을 계획이다. 상업용 건축물도 준비하고 있다. 브누아 퓌레 낭트대 교수는 "앞으로는 33시간에 벽체 작업을 다 마칠 수 있도록 하겠다"며 "10년 뒤면 3D프린팅 주택이 기존 방식보다 40% 이상 저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는 2020년 3D프린팅 주택 목표

3D프린팅 주택은 세계 각국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분야다.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공대는 내년부터 2023년까지 1~3층 규모 주택 5채를 3D프린터로 지을 계획이다. 현지 부동산 투자사 베스테다는 이 집들을 임대주택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에인트호번 공대 연구진은 3D프린터의 장점을 살려 집을 둥근 바위 형태의 곡면으로 찍어내기로 했다. 연구진은 실내에서 3D프린팅 작업을 한 다음,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을 택했다. 러시아 건축업체 아피스코어는 지난해 2월 모스크바에서 현장에서 직접 3D프린터로 38㎡(11평)짜리 단독주택을 찍어내 하루 만에 문과 창문까지 다는 데 성공했다.

5인 가족이 살 집… 3D 프린터로

3D프린터는 현장에서 대형 로봇팔을 움직이면서 액체 상태의 건축자재를 층층이 쌓아 벽체를 만든다. /코히어런트 마켓 인사이트

국내에서는 건설기술연구원이 서울대· 연세대·목양종합건축사사무소·동양구조안전기술 등 16개 기관과 함께 2020년 99㎡ 규모의 주택을 3D프린터로 짓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집 크기에 맞춰 가로세로 10m에 높이 3m인 3D프린터를 개발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기다란 로봇팔을 이용하지만 국내에서는 기둥 사이를 노즐이 오가는 방식을 택했다. 주기범 박사는 "3D프린터는 이재민 수용시설이나 군 막사, 극한지역의 임시 거주시설을 신속하게 세우는 데 유용하다"며 "3D프린팅 주택 기술은 10개국 정도가 경쟁하고 있는 초기 단계여서 우리도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2018.07.1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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