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처럼… 지방 부동산도 뛸 놈은 뛴다

[자동차]by 조선비즈

지난 30일 오후 광주광역시 남구 봉선동의 A아파트. 지난 2016년 12월 준공된 이 아파트는 입주 초기엔 전용 84㎡가 3억8000만원에 팔렸지만, 지난 9월엔 8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불과 1년여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뛴 것이다. 같은 시각 광주 최대 규모의 아파트촌인 광산구 수완동 일대도 사정은 비슷했다. 수완동의 한 중개사는 "학원가가 밀집해 교육 환경이 좋고, 각종 생활편의시설도 갖추고 있어 인기"라며 "지난 1년 사이 집값이 90% 오른 곳도 있다"고 했다. 반면 구도심과 가까운 남광주의 B아파트 앞 도로는 불법주차된 차량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입주 26년 차인 이 아파트엔 지하주차장이 없다. 작년 초 전용 84㎡가 1억7400만원까지 거래됐으나, 지난 9월에는 1억5800만원에 매매됐다.

서울 강남처럼… 지방 부동산도 뛸 놈

지난 30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산구 수완동의 한 아파트 단지. 2008년 입주를 시작해 광주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신축 아파트 비율이 높은 수완동 일대는 교육 여건도 좋아 최근 주택 가격이 오름세다. /김충령 기자

서울과 달리 지방 주택시장은 침체에 빠져 있는 상황이지만, 봉선동·수완동 등 지방 대도시의 일부 지역에서는 집값이 급등하며 과열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수완지구를 비롯해 신축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광산구의 지난달 아파트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5.6%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광주 북구의 아파트값은 0.5% 내렸다.

광주 주택 10채 중 8채가 노후… 너도나도 신축아파트로

서울 강남처럼… 지방 부동산도 뛸 놈

이는 광주만의 현상이 아니다. 대구의 경우 지난 1년간 수성구 아파트값은 7.9% 올랐지만, 달서구는 1.6% 하락했다. 정부의 9·13 대책 발표 후 최근 오름세를 보이는 대전의 집값도 다극화(多極化)되고 있다. 1년간 유성구 집값은 2.1% 오르는 등 서부 지역은 상승했지만, 대덕구는 오히려 0.9% 하락했다.


같은 도시 안에서도 특정 지역의 주택만 오르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새 아파트 품귀 현상'을 꼽았다. 광주시에 따르면 재건축·재개발이 활발했던 2007년까지만 해도 주택 중 아파트의 비중은 72%에 달했으나, 최근에는 60% 초반까지 떨어졌다. 전체 주택 중 노후·불량 건축물의 비중은 78.9%에 달한다. 생활환경이 좋은 신축 아파트를 선호하다 보니 희소성이 있는 신축 아파트의 가격이 급등한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강남권의 경우 지은 지 30~40년이 됐어도 재건축이 될 것이란 기대 때문에 집값이 오히려 오르지만, 사업성이 약해 재건축을 기대하기 어려운 지방에선 노후할수록 집값이 떨어지게 된다"고 했다.


2013년 도안신도시 개발 이후 신축 아파트 공급이 뜸했던 대전도 최근 유성구·서구 신도심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뚜렷하다. 유성구의 한 중개사는 "지난 7월 청약에 들어간 도안 호수공원 일대 아파트는 프리미엄(웃돈)이 1억원 가까이 붙을 정도지만, 구도심은 조용하다"며 "대전 집값은 '서고동저'란 말이 나올 정도"라고 했다. 대부분의 주택값이 내리막길인 대구에서도 수성구의 신축 아파트는 뚜렷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입주가 시작된 대구 수성구의 아파트 범어빌리브(84㎡)는 최근 호가가 10억원을 넘었다. 2016년 당시 분양가는 5억4000만원이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집값이 오르려면 유용성(집의 사용가치·편리성), 상대적 희소성, 유효 수요가 있어야 한다"며 "세 도시의 급등 지역 모두 신축 주택이 많고 생활환경이 우수하다"고 했다. 여기에 교육 여건이 우수하면 중산층이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이사를 오게 되며 유효 수요까지 창출된다는 설명이다.

"투기 세력 개입한 것 아니냐" 우려도

지방 대도시 특정 지역의 급작스러운 집값 상승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광주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 청원인은 "수십 년간 투기 청정지역이었던 광주가 최근 신축 단지를 중심으로 폭등하며 주민들의 생활을 흔들고 있다"고 했다. 봉선동에서 만난 한 중개사는 "인구도 수입도 제자린데 광주 집값이 이렇게 오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서울 투기 세력들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했다.


일부 부동산 스타 강사들이 봉선동 같은 특정 지역을 향후 오를 곳으로 지목하며 투기를 부추겼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광주 남구청은 봉선동 아파트값이 급등세를 보이자 봉선동 아파트 거래 중 일부 허위 의심 매물을 포착해 투기 관련성을 조사 중에 있다. '작전세력'들이 부풀린 매매가격을 부동산 실거래가로 신고하고, 이후 매매계약을 취소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낡은 아파트를 대신한 신축 아파트에 교육·편의시설이 집중된 곳으로 수요자가 몰리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라며 "작전세력이 단기적으로 집값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지속적으로 특정 지역의 집값을 끌어올릴 수는 없다"고 했다.


광주광역시=김충령 기자(chung@chosun.com)

2018.11.0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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