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 결제로 붕어빵 사는 시대 온다"

[테크]by 조선비즈

이강혁 BC카드 부사장 "카드사 QR 결제는 혜택·할인 다 누려"

"카드 플레이트 발급 비용 연 2000억원…QR은 생존의 문제"


"붕어빵 노점상은 대부분 1인 업주입니다. 현금을 주고 받으면서 혼자서 붕어빵을 계속 만들어야 하는데 불편한데다 위생 문제까지 있습니다. 이런 어려움을 모바일 QR 결제가 해결해줄 수 있습니다. 붕어빵 노점상에 붙어 있는 QR 코드를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스캔만하면 결제가 끝납니다. 이런 식으로 짧으면 3년, 길면 5년 안에 지갑 없이 스마트폰만 들고 다녀도 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 봅니다."


BC카드는 지난해 10월 국내 카드사 최초로 모바일 QR 결제 서비스를 출시했다. 사용 금액을 충전해야 하는 다른 페이 서비스와 달리 BC카드가 내놓은 QR 결제 서비스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연동해서 쓸 수 있다. 현금을 충전하거나 잔고를 유지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후발주자임에도 카카오페이 등 앞선 페이 업체들의 유력한 경쟁상대로 떠올랐다.

"QR 결제로 붕어빵 사는 시대 온다

이강혁 BC카드 부사장이 14일 BC카드퓨처센터에서 QR 결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BC카드퓨처센터에서 만난 이강혁 BC카드 부사장(사업인프라부문장)은 QR 결제 서비스를 출시한 지 3개월여 만에 가맹점 수와 이용자 반응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10월 출시 당시 확보한 가맹점이 1만4000여개였는데 지금은 3만1000여개로 늘었고 올해 안에 10만개까지 늘릴 계획"이라며 "NFC(근거리 무선통신) 등 다른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도 시도해봤지만 QR 결제가 가장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 부사장은 2014년 한 해 동안 중국에서 지내며 알리페이 같은 모바일 QR 결제가 어떻게 확산되는지 지켜봤다며 한국도 머지 않아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중국 상하이 황포강변을 가면 기타치면서 버스킹하는 사람들도 땅바닥에 QR 코드를 붙여놓는다"며 "한국에서도 짧으면 3년, 길면 5년 안에 스마트폰을 이용한 QR 결제가 현금이나 플레이트 카드를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이 부사장은 비용을 줄여야 하는 카드사 입장에서 QR 결제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신용카드 산업이 시작된 게 80년 정도 됐는데 스마트폰과 결합하면서 산업 전체가 다시 한번 변혁하는 시기가 됐다"며 "QR 결제를 시작으로 BC카드 전체가 변화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강혁 부사장과의 일문일답.


-BC카드의 QR 결제가 카카오페이, 제로페이 등에 비해 가지는 강점이 뭔가.


"기존에 카드를 쓰던 고객이 많다는 점이다. 기존에 BC카드를 발급받은 2800만명의 고객은 모바일 앱을 통해 QR 결제를 이용할 수 있다. 고객을 따로 모집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그리고 고객 입장에서도 카드사의 QR 결제가 유리하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는 여러 부가서비스를 제공한다. 카드사 QR 결제를 이용하면 그런 부가서비스 혜택을 그대로 쓸 수 있다. 또 신용카드의 경우 신용이 제공되기 때문에 당장 계좌에 돈이 없어도 결제가 가능하다. 말 그대로 신용카드의 혜택을 모바일 QR 결제라는 편리한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작년 10월에 서비스를 시작해서 3개월이 지났다. 초반 성과는 어떤가.


"아직 시작 단계라 숫자로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과거 NFC나 다른 모바일 간편결제에 비해서 반응이나 올라오는 속도가 확실히 빠르다. 가맹점만 해도 처음 시작할 때 1만4000여개였는데 지금은 3만1000여개까지 늘었고 올해 안에 10만개를 넘기려고 한다. 올해 1월부터 신한카드, 롯데카드와 함께 고객이 가맹점의 QR 코드를 스캔하는 방식의 QR 결제를 새롭게 시작했다. 새로운 방식이 도입되면서 올해는 QR 결제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본다."

"QR 결제로 붕어빵 사는 시대 온다

BC카드는 작년 10월 국내 카드사 최초로 QR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BC카드 제공

BC카드, 신한카드, 롯데카드는 지난 7일 'QR 스캔 결제' 서비스를 출시했다. BC카드가 지난해 10월 선보인 QR 결제 서비스는 고객의 스마트폰 앱을 구동한 뒤 QR 코드를 띄워서 가맹점 내 QR 리더기에 스캔하는 방식이었다. 이번에 카드사들이 새로 선보인 서비스는 가맹점에 부착된 QR 코드를 고객의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는 방식이다. 이 부사장은 "양방향 결제가 가능해진 것"이라며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응용할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QR 결제가 왜 편리한지 모르겠다는 사람들도 많다.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꺼내는 게 그렇게 불편한 건 아니지 않나.


"지금 고객들은 외출할 때 지갑과 휴대폰을 함께 챙긴다. QR 결제가 활성화되면 지갑 없이 휴대폰만 들고 다녀도 된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사회의 모습이 달라진다. 중국을 보면 상하이 황포강변에서 버스킹하는 사람들이 앞에 QR 코드를 붙여놓고 있다. 이 사람들이 디지털 마인드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현금을 안 가지고 다니는 게 습관이 된 것이다. 중국의 자판기를 보면 액정 디스플레이에 QR 코드가 뜨는 경우가 많다. 물건을 고르고 스마트폰으로 QR 코드 스캔하면 결제가 된다. 현금 투입구나 카드 플레이트 투입구가 필요없다. 자판기 기계를 만드는 비용도 낮아지고 운영비도 낮출 수 있다. 결제시스템이 저비용 구조로 바뀌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그런 변화가 가능하다는 건가.


"아직은 카드 플레이트나 현금을 대체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선은 모바일 QR 결제를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한 번에 많은 돈을 쓰는 가맹점보다는 결제 건수가 많은 가맹점, 예컨대 편의점이나 카페, 마트 등을 중심으로 QR 결제 가맹점을 늘리는 이유다. 또 배달업종이나 방문판매, 거리 노점상도 QR 결제로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분야다. 붕어빵 노점상을 예로 들면 1인 업주가 많다. 그러면 혼자서 붕어빵도 만들고 현금을 주고 받으면서 계산도 해줘야 한다. 불편한 데다 위생 문제도 있다. 이런 어려움을 QR 결제가 풀 수 있다는 것이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고객이 신용카드를 긁든 모바일 QR 결제를 하든 똑같은 결제 한 건이다. 왜 QR 결제에 뛰어드는 건가.


"생존을 위한 선택이다. 지난해 있었던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인하 정책은 정부가 추진했지만 결국에는 사회적인 요구라고도 볼 수 있다. 카드사 입장에서 어떻게 대응할까 고민해보면 결국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QR 결제는 결제시장의 고비용 구조를 저비용 구조로 바꿔주는 하나의 트렌드가 될 수 있다.


카드 플레이트를 예로 들면 카드사 입장에서 플레이트를 발급하는데 상당한 비용이 든다. 카드업계 전체로 치면 연간 1500억~2000억원 정도가 플레이트 발급 비용으로만 들어간다. QR 결제가 확산되면 고객들이 카드 플레이트 대신 모바일 앱을 쓰게 될테고 플레이트 발급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마찬가지로 모바일 앱 이용이 증가하면 카드 전표를 일일이 프린트하는 대신 모바일로 전송해줄 수 있고 이런 식으로 많은 것들이 디지털화되면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그렇게 절감한 비용을 고객에게 다시 돌려주는 식으로 마케팅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QR 결제로 붕어빵 사는 시대 온다

이강혁 BC카드 부사장이 14일 BC카드퓨처센터에서 QR 결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얼마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나.


"모바일이나 디지털에 소외된 계층도 있고, 해외에서 모바일 결제가 쉽지 않은 지역도 있다보니 QR 결제가 카드 플레이트나 현금을 완전히 대체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필요할 것이다. 그래도 의미있는 변화가 생기기까지 3~5년 정도면 충분하다고 본다. 일상 생활의 상당 부분을 QR 결제로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기까지 말이다. 지금 중국을 가보면 물건 살 때 현금을 꺼내면 상인이 당황하는 경우도 있다."


-올해 QR 결제 확산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건가.


"신용카드 산업이 1940년대에 처음 나와서 80년의 시간이 지났는데 올해가 큰 변혁의 원년이 되지 않을까 싶다. BC카드도 전사적인 차원에서 올해를 QR 결제와 디지털로 변화하는 원년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인력을 계속 늘리고 있고 다른 부서들도 디지털과 관련한 사업계획을 많이 만들고 있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여러가지를 본다. 예컨대 한강변을 '지갑 프리존'처럼 만드는 캠페인을 해보고 싶다. 한강변에 있는 편의점이나 배달업체들에서는 QR 결제가 모두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한강변을 갈 때는 지갑 없이 가도 됩니다’라는 캠페인을 하는 것이다."


-서울시의 제로페이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처음에는 제로페이의 방향이 어떨지 몰라서 참여했던 것이다. 하지만 사업이 진행되다보니까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도움을 줄만한 역할이 마땅치 않아서 빠지기로 했다. 앞으로 할 일이 있고 상황이 바뀌면 다시 참여할 수도 있다."


이종현 기자(iu@chosunbiz.com)

2019.02.2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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