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부터 자동차까지… 아직도 사니? 난 구독하며 살아

[비즈]by 조선비즈

1인 가구 늘면서 월정액 내는 '구독 경제' 전성시대

 

서울 성북구에 사는 직장인 윤모(34)씨는 아모레퍼시픽의 마스크팩을 2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배송받는다. 미세 먼지가 심해져 피부 관리에 걱정이 많은데, 아모레퍼시픽의 스테디(Steady:D) 서비스에 가입하면서 한시름 덜었다. 윤씨는 "피부는 아모레퍼시픽에서 정기 관리해주고, 쉴 때 보는 드라마는 넷플릭스에서 정기 결제해 보고, 집과 사무실에 놓는 꽃은 꾸까에서 2주마다 배송받는다"며 "정기 구독이 없으면 일상생활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구독 경제(subscription economy)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물건은 무조건 소유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공유 경제(sharing economy) 시대가 열리더니, 이제는 공유를 넘어 매월 정액 요금만 내면 물건·서비스·콘텐츠 등을 무제한 이용하거나, 정기적으로 배송받는 구독 경제 모델이 주류로 떠오르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1인 가구의 등장과 소비 행태의 변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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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뿐만 아니라 애플·구글·현대차 등 대기업들도 나란히 자신들의 주력 사업에 구독 경제를 접목하고 있다. 스위스의 투자은행인 크레디트 스위스는 세계 구독 경제 규모가 2020년 5300억달러(약 600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화장품·게임·드라마부터 자동차까지… 무한 구독 시대

올해 가장 공격적으로 구독 경제 서비스를 선보인 기업은 미국 애플이다. 애플은 지난 25일(현지 시각) 3종의 구독 서비스를 내놨다. 그동안 애플은 애플 뮤직을 통한 '음원 월정액 요금제'를 제공했지만, 이를 뉴스·동영상·게임으로 확장한 것이다.


'애플 TV 플러스'는 매월 일정 금액만 내면 드라마·영화·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는 서비스다. 올가을에 본격 론칭한다. 미국 최고 인기 방송인인 오프라 윈프리, 세계적인 영화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 등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애플은 수십억달러를 들여, 독자 프로그램을 제작해 이 서비스에서 내놓을 계획이다.


뉴스 구독 서비스인 '애플 뉴스 플러스'에서는 월 9.99달러만 내면 300여 종의 신문·잡지 등을 무제한 볼 수 있다. '애플 아케이드'는 100개 이상의 독점 게임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미국 구글은 신규 게임 서비스에 구독 모델을 접목했다. 구글은 지난달 중순 클라우드(가상 저장 공간)에 기반한 게임 서비스인 '스태디아'를 공개했다. 스태디아는 구글의 클라우드에 수만, 수십만 종의 게임을 업로드하고, 사용자들은 PC·스마트폰·태블릿PC 등 기기 종류, 사양과 무관하게 어디서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대기업·스타트업 할 것 없이 자사 주력 서비스·제품을 월 구독형으로 내놓고 있다. 자동차·화장품은 물론이고 꽃·생리대·양말 등 분야를 막론하고 모든 것을 월정액으로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현대차는 작년 고급 자동차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G70·80·90을 월 최대 2회씩 교체해서 탈 수 있는 모델인 '제네시스 스펙트럼'을 선보였다. 가입자들은 월 149만원씩 내고 원하는 제네시스 자동차 모델을 골라 탈 수 있다. 여기에 현대차는 '현대 셀렉션'이라는 서비스도 내놨다. 쏘나타·투싼·벨로스터를 월 2회씩 교체해 탈 수 있다. 이용 요금은 월 72만원이다. 독일 BMW도 국내 이용자를 대상으로 '올 더 타임 미니' 서비스를 선보였다. 자사의 '미니' 전(全) 모델을 교체해 탈 수 있다. 쿠퍼 모델 기준으로 월 이용 요금은 월 89만9000원(가입비 별도)이다.


아모레퍼시픽과 애경산업, 스타트업인 톤28·먼슬리 코스메틱 등은 피부 관리용품을 정기 배송해준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이용자가 일반·보습·미백·영양 등 총 4종의 마스크팩을 선택해, 2∼6회까지 배송 횟수, 주기 등을 정하면 된다. 이용 횟수 등에 따라 요금은 각기 다르다. 남성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스타트업 와이즐리의 면도날 정기 배송 서비스도 있다. 독일 기업이 만든 면도날 4개를 월 8900원에 정기 배송해준다. 미국에서 구독 경제 열풍을 일으켰던 '달러 셰이브 클럽'의 한국판 서비스다. 그 외에도 꽃 정기 배달 서비스(꾸까), 생리대 정기 배송 서비스( 해피문데이), 양말 정기 배송 서비스( 미하이삭스), 맥주·야식 정기 배송 서비스( 벨루가브루어리) 등 스타트업들이 주도하는 구독 경제 모델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1인 가구의 급증… 온라인으로 소량씩 정기 배송받는 소비가 더 합리적

구독 경제의 급성장 배경에는 소비 행태의 변화가 있다. 과거에는 식료품, 생수 같은 생필품이나 자동차·화장품 같은 고가 소비재는 주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했다. 하지만 수년 사이에 온라인 소비가 급증하고,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여기서 쌓은 데이터를 활용해 각 가정이 어떤 상품을 어느 정도의 주기로 소비하는지를 파악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필요할 때 알아서 상품이 집 앞에 배달되는 모델이 정교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개인의 소비 성향과 취향만 제대로 파악하면 구독 경제의 품목과 서비스는 무한하게 확장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동차와 같이 비싼 물건을 거액을 들여 무리하게 구매하기보다는 소액으로 필요할 때만 활용하는 방식이 좀 더 합리적이다.


1인 가구 급증 역시 이 같은 추세를 가속화한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2017년 기준 1인 가구 수가 562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8.6%에 달했다. 가구 기준으로는 2인·3인·4인 가구 수보다 많다. 1인 가구는 다인 가구보다 생필품의 소비량이 적다. 그만큼 소액 결제로 필요한 만큼만 정기적으로 배송받는 방식이 유리한 것이다.

구독 경제(Subscription Economy)

구독 서비스는 매월 정액을 내고 제품을 정기적으로 배송받아 쓰는 것을 뜻한다. 신문·잡지 등에만 있었지만, 2010년대 초반부터 화장품·면도날과 같이 주기적으로 반복 구매하는 상품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최근 넷플릭스의 동영상 정기 구독 서비스와 아마존의 유료 회원제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이 대성공을 거두며 '구독 경제'로 확산 중이다.

강동철 기자(charley@chosun.com);오로라 기자

2019.04.2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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