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콕 짚어 비내리는 ‘국지 인공강우' 시대 온다

[테크]by 조선비즈

"오늘 서울 종로구 미세먼지 농도는 ‘나쁨’ 입니다. 오늘 오후 2시경 서울 종로구 인근 지역에만 국지성 인공강우를 내릴 예정이오니 외출하시는 분들은 우산을 미리 준비하셔야 합니다."


특정 지역과 시간대에 인공적으로 비를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들을 날이 머지 않았다. 인공강우 실험이 거대 로켓·폭탄을 이용한 대규모 실험에서 소형무인기(드론)을 활용한 국지성 실험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강우는 구름 속 미세물방울 입자를 응결시켜 비를 만드는 방법이다. 인공강우를 구현하는 과정 중 핵심은 미세물방울을 응결시키는 요오드화은, 드라이아이스, 염화나트륨, 요소 등 물질을 구름이 가는 길에 살포해 비구름을 만드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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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DB

인공강우 실험은 1946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연구원이었던 빈센트 셰퍼가 4000미터(m) 상공에서 구름에 드라이아이스를 뿌리는 데서 시작했다. 드라이아이스와 같은 응결핵은 구름 속 미세 물방울을 응결시켜 얼음 알갱이를 만들고 이 얼음 알갱이는 무게로 인해 지상으로 떨어져 비가 된다.


이같은 인공비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비행기를 타고 구름에 접근해 직접 응결핵을 살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올해 초 기상청이 서해 영광 북서쪽 110킬로미터(km) 해상에서 실시한 인공강우 실험도 유인 비행기가 연소탄(요오드화은)을 직접 뿌렸다.


중국 기상청은 인공강우 실험을 위해 로켓을 사용하기도 한다. 사람이 직접 비행기를 타고 구름 위로 올라가지 못한다면 지상에서 요오드화은 등 연소탄을 로켓에 실어 상공에 살포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유인비행기의 경우 비행장 이륙에서 목표 비구름 생성지역 도착까지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 구름이 빠르게 이동하는 등 인공강우 조건이 바뀔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로켓 방식도 정확한 응결핵 살포가 어렵고 비용 대비 강수 확률이 적다는 단점이 있다.


새롭게 떠오르는 수단은 소형 무인기, 드론 등이다. 사람이 직접 가지 않는데다 기기 자체의 크기도 작아 지역과 시간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실제로 구름의 고도가 낮으면 비행기는 접근하기 어렵지만, 드론은 손쉽게 도달할 수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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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강우실험에 사용한 소형무인기 ‘TR-60’(왼쪽)와 무인기 하단부 연소탄 살포 모습(오른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국립기상과학연구원은 지난 25일 오전 전라남도 고흥 상공에 200kg 중량의 드론인 ‘TR-60’을 띄웠다. TR60은 항우연이 지난 2015년 개발한 수직이착륙 소형무인기로 4킬로미터 상공에서 최대 5시간 비행이 가능하다.


이날 TR60은 고흥항공센터 북동쪽 반경 12킬로미터(km), 고도 800미터(m) 상공에서 총 3차례를 비행하며 연소탄(염화칼슘)을 살포했다. 바람이 남쪽에서 부는 기상 상황에 따라 구름의 이동경로 전방에 일직선 상으로 염화칼슘이라는 비 구름 씨앗을 심은 셈이다.


바람에 따라 육지 쪽으로 접근한 구름은 이 상공에서 염화칼슘을 흡수하며 비를 머금게 된다. 실제 비를 내릴 수 있는 만큼의 강수 입자 등이 형성됐는 지는 기상연에서 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실험에서 구름 내 강수 입자 형성이 확인되면 여러 대의 드론을 동시에 띄워 비가 올 확률을 높이는 방법도 가능하다. 그동안 인공강우 실험은 강수 입자의 농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으나 실제 내륙지역의 대기가 건조해 물방울이 땅에 닿기도 전에 증발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로켓이나 유인 비행기 등을 이용한 인공강우 실험과 달리 이번에는 소형 무인기를 사용해 언제 어디서나 비를 뿌릴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다"며 "앞으로 소형 무인기의 성능 향상을 통해 산불 예방, 재해 관측·대응, 가뭄·미세먼지 해소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환 기자(topen@chosunbiz.com)

2019.05.0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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