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쏘아 2분만에 '생각하는 사람'을 입체로 찍어내는 3D프린팅

[테크]by 조선비즈

속도 빨라지고 소재 문제도 해소, 맛 분석해 먹을 수 있는 초밥 제작

상처 부위에 덮는 치료용 피부… 부상 크기·깊이 측정해 맞춤 인쇄

 

3D(3차원) 프린터가 신기술에 힘입어 진화하면서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느린 속도, 소재의 제한 같은 단점을 극복하면서 응용 분야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 UC버클리 연구진은 올 2월 빛을 합성수지 용액에 쏘아 원하는 형상을 만드는 3D 프린팅 기술을 개발했다. 이름은 '리플리케이터(Replicator·복제기)'. 공상과학(SF)물 '스타트렉'에서 물이 든 컵이나 물체를 똑같이 복사해 만드는 기계에서 따왔다. 전통적 3D 프린팅은 소재를 머리카락보다 가늘게 뿜어내면서 층층이 쌓는 기법으로 3차원 입체물을 만든다. 반면 리플리케이터는 복제할 물체를 스캔 기기로 360도 촬영한 뒤, 빛에 굳는 특수 합성수지 용액이 들어 있는 원통형 용기를 360도 회전시키면서 스캔한 대로 빛을 이 용기에 쏘아 만든다. 합성수지 용액은 빛을 받은 부분에서 산소가 증발하며 굳어진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방식은 기존 3D 프린팅보다 훨씬 빨라서 '생각하는 사람' 조각상을 약 2분 만에 제작했다고 한다. 아직까진 수㎝ 크기의 작은 물체밖에 만들지 못한다. 연구진은 "하지만 앞으로 상용화되면 이 방식으로 어떤 제품도 대량 맞춤형 생산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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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버클리 연구진이 유튜브에 올린 ‘리플리케이터’ 작동 영상(위 사진). 용기에 든 합성수지 용액에 빛을 쏴서 ‘생각하는 사람’ 조각상을 만들고 있다. 아래 왼쪽은 영국 오픈바이오닉의 생체공학 의수를 단 소년의 모습. 아래 오른쪽 사진은 일본 스타트업 오픈밀스가 3D프린팅으로 제작한 블록 모양의 초밥이다. /유튜브·오픈바이오닉스·오픈밀스

미국 웨이크포레스트 의과대(WFIRM)는 최근 화상, 궤양, 당뇨 등으로 파괴된 피부를 치료하기 위해 환자 자신의 세포를 배양해 이를 상처 부위에 3D 프린터로 직접 출력하는 스킨 바이오 프린팅 기술을 개발했다. 스킨 바이오 프린터는 환자의 부상 부위를 스캔해 상처 부위 깊이와 넓이 등을 측정하고, 배양된 피부 조직을 맞춤형으로 인쇄한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TTP)에 따르면 이 기술은 맞춤형으로 세포가 피부를 덮기 때문에 2차 감염을 예방할 수 있고, 구급차나 이송 헬기로 이동하는 중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상용화되면 오지(奧地) 의료 활동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3D 프린터 기술은 실생활에도 파고들고 있다. 지난 3월 미국에서 열린 IT(정보기술)·엔터테인먼트 페스티벌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2019'에는 3D 프린팅으로 만든 초밥이 눈길을 끌었다. 일본 스타트업 오픈밀스가 선보인 이 초밥은 픽셀 블록 모양이지만 먹을 수 있다. 센서를 통해 초밥의 맛을 분석하고, 3D 스캐너로 초밥 모양을 입력하면 로봇 팔처럼 생긴 3D 프린터가 맛과 색, 영양소를 가진 식용 젤 형태의 작은 픽셀을 하나하나 출력하면서 초밥을 만들어낸다. 회사 관계자는 "듣고 싶은 음악을 '아이튠스'에서 내려받는 것처럼 먹고 싶은 초밥을 내려받을 수 있다"고 했다. 오픈밀스는 2020년 일본 도쿄에 이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초밥 레스토랑도 오픈할 계획이다.


장애인용 최첨단 의수(義手) 제작에도 3D 프린팅이 활용된다. 미국 CNN에 따르면 지난달 말 영국 오픈바이오닉스사(社)는 선천적으로 오른팔이 없는 8세짜리 소년에게 '히어로 암'을 제공했다. 3D 프린터로 제작된 히어로 암은 의학 인증을 받은 '바이오닉(생체공학) 의수'다. 어린이들을 위해 의수의 외관은 영화 '어벤져스' 주인공 아이언맨의 팔이나 영화 '스타워즈'의 로봇 팔처럼 제작했다. 내부 센서가 팔의 미세 근육에서 나오는 전기 신호를 파악해 움직이므로 물건을 집거나 악수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오픈바이오닉스는 "3D 프린팅으로 생산 비용을 대폭 낮췄다"고 밝혔다.


김봉기 기자 knight@chosun.com

2019.05.1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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