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글리 슈즈' 없어서 못 판다는데...한국산은 왜 없을까?

[비즈]by 조선비즈

운동화 인기에도 국내 신발 제조업체는 고전

인건비 싼 베트남·인도네시아로 생산기지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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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라 ‘디스럽터2’/휠라

어글리 슈즈, 한정판 운동화 등이 인기를 끌면서 운동화 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인기 운동화 대부분은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들이다. 국내 회사들마저 인건비 부담 등을 이유로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면서 신발 제조회사들이 고전하고 있다.


28일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2009년 3조8000억원이었던 국내 신발 시장 규모는 2017년 6조6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이 가운데 운동화 비중은 2010년 36.2%에서 2017년 53% 늘어, 전체 시장의 절반이 넘는다.


조선비즈가 인터넷 쇼핑몰 무신사에서 판매하는 주요 어글리 슈즈의 제조국을 살펴본 결과, 국산 운동화는 데상트코리아의 엄브로 ‘범피‘와 르꼬끄스포르티브 ‘터보 맥시’,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하 코오롱FnC)의 헤드 ‘스크래퍼 어글리 슈즈’ 등 3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생산됐다.


관련 업체들은 인건비 등을 이유로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거나, 현지 생산 파트너를 통해 운동화를 생산한다고 설명했다. 10~20대에게 인기가 많은 어글리 슈즈의 경우 6만~10만원대 초반인데, 이 소매가를 맞추기 위해서는 인건비가 낮은 해외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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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뉴욕 양키스’ 운동화./MLB

LS네트웍스(000680)가 운영하는 프로스펙스의 어글리 슈즈 ‘스택스’도 중국 청도에서 생산됐다. 프로스펙스는 앞서 2012년 피겨여왕 김연아의 이름을 딴 ‘W워킹화’를 출시해 1년 동안 180만 족을 판매한 전력이 있다. 당시에는 개성공단에서 생산을 했기 때문에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상표를 붙여 판매했다.


이상훈 LS네트웍스 차장은 "신발은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다 보니 국내 생산으로는 공임을 감당하기 어렵다. 중국은 해외 여러 업체들이 생산기지를 두고 있어 신제품을 개발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에프앤에프가 제작·판매하는 MLB ‘뉴욕 양키스’ 운동화와 디스커버리 ‘버킷디워커’는 베트남에서 생산됐다. 자체 개발한 아웃솔(밑창)과 경량성 쿠션 등의 소재는 국내에서 제공하고 제조는 베트남에서 진행하고 있다.


휠라코리아(081660)는 중국 푸젠성 진장에 신발 생산기지를 중심으로 한국, 베트남에서 운동화를 생산을 병행한다. 지난 3월 기준으로 220만 족이 팔린 ‘디스럽터2’의 경우 중국과 베트남, 150만 족이 팔린 ‘코트디럭스’는 중국과 한국에서 생산됐다.


코오롱FnC의 헤드는 전체 신발 중 45%를 국내에서 생산한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어글리 슈즈의 경우 빠른 리오더(재생산)를 위해 국내 생산을 한다"면서 "요즘엔 해외 생산 제품의 품질이 국내산과 비슷하기 때문에 중국, 베트남에서도 운동화를 만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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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 ‘스크래퍼’ 어글리 슈즈./헤드

한국은 1970~80년대 신발 생산 메카로 주목받았다. 80년대에는 프로스펙스, 르까프 등 국산 운동화가 등장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90년대 해외 브랜드가 들어오면서 경쟁이 심화됐고, 인건비 상승 등으로 생산기지가 해외로 이동하면서 하향세를 걷고 있다.


국내 운동화 생산의 45~50%를 담당하는 부산지역의 신발 관련 업체 수는 2014년 238곳에서 2017년 206곳으로 13% 줄었다. 출하액도 2014년 9390억원에서 2017년 8910억원으로 감소했다. 올해 1월에는 국내 신발 1호 기업으로 운동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사업과 토종 브랜드 ‘르까프’를 판매했던 화승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신발산업진흥센터 관계자는 "국내 신발 제조업체들의 기술력은 해외에서도 인정할 만큼 높지만, 인건비 문제 등으로 인해 중저가 운동화를 생산하는 건 불가능하다. 베트남은 인건비가 국내의 7분의 1 수준"이라며 "국내 업체들은 특수화와 안전화 등 고부가 가치 신발로 활로를 찾는 추세"라고 했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국산화를 만들어야 한다면 개성공단이 대안이다. 공임이 낮고, 항공 운송비와 관세도 들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전성 문제로 인해 개성공단이 재가동되더라도 업체들이 선뜻 들어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은영 기자(keys@chosunbiz.com)



2019.06.0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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