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産 고기·상추 나왔다… 불붙는 '우주 식량' 경쟁

[테크]by 조선비즈

이스라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알레프팜스는 지난달 말 지구에서 약 400㎞ 떨어진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소고기 배양육(培養肉)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배양육은 가축을 사육하지 않고 동물의 세포를 배양해 만들어낸 고기다. 알레프팜스는 3D(입체) 바이오프린터에 고기 세포를 넣어서 근육 조직으로 키워냈다.


우주에서 채소를 키우고 육류를 만드는 '스페이스 푸드(space food·우주 식량)' 연구개발(R&D) 경쟁이 치열하다. 지금처럼 지구에서 진공 포장한 식품을 우주로 보내지 않고 우주에서 자급자족하겠다는 것이다. 우주 식량 연구는 국제우주정거장에 장기간 머무르거나 먼 행성을 탐사하는 우주인들에게 신선한 음식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스페이스X 등 민간 기업들이 잇따라 우주 관광 사업에 뛰어든다고 밝히면서 우주 식량 문제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우주에서 고기와 상추 키워

알레프팜스는 우주에서 배양육을 만들기 위해 지구와는 다른 방식을 이용했다. 지구에서는 동물 세포와 성장 인자가 섞인 바이오잉크를 차곡차곡 쌓아 고기를 만들지만, 우주에서는 중력이 없어 세포들이 쌓이지 않는다. 대신 자기력을 이용해 세포를 결합했다. 알레프팜스 관계자는 "중력이 아주 약한 우주에서는 눈덩이를 뭉치듯 여러 방향에서 배양육을 만들기 때문에 생산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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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식량 연구는 미국이 앞서나가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015년 우주정거장에서 로메인 상추를 재배하는 데 성공했다. 우주 비행사들이 상추를 시식하기도 했다. 우주정거장 안은 햇빛과 중력이 없어 식물이 자라기 어려운 환경이다. 식물에 물을 주면 방울방울 공중으로 흩어져 버린다. NASA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물로 식물을 키우는 '베지(Veggie)'라는 수경 재배 장치에서 빨강·파랑의 발광다이오드(LED) 빛으로 채소를 재배했다. 2016년에는 우주정거장에서 백일홍의 일종인 지니아 꽃을 피우는 데도 성공했다.


우주개발에서 미국의 경쟁자로 떠오른 중국도 우주 식량에서 성과를 냈다. 중국 충칭대 연구진은 지난 1월 달 뒤편에 착륙한 창어 4호에 식물 생육 장치를 실어 보냈다. 여기서 목화씨가 싹을 틔웠다. 최근 연구진이 공개한 사진에는 목화 잎 두 장이 자라 있다. 다만 생육 환경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배터리 용량이 부족해 달의 낮 기간(지구 기준 14.5일) 안에 싹만 틔우고 얼어 죽었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보고 있다.


노르웨이과학기술대(NTNU) 연구진은 지난 1월 우주 환경에서 물과 영양소·공기 등을 조절할 수 있는 재배기를 개발했다. 이 장치로 연구실에서 상추를 길렀다. 연구진은 2021년까지 우주 환경에서 콩도 재배할 계획이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지난 3월 벤처기업·연구기관들과 '스페이스 푸드 X'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달과 화성에서 식량 자급자족이 가능하도록 하는 사업이다. 2040년까지 인공 배양한 소고기로 만든 스테이크, 세포 배양 참치로 만든 초밥, 식물 공장에서 재배한 채소를 이용한 야채샐러드, 동·식물의 특성을 모두 가진 단세포생물 유글레나로 만든 그린수프 등 7종의 우주 요리 메뉴를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기후변화 대응 기술로도 주목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정미 박사는 "우주에서 식물을 키우는 것은 비타민 섭취 등 우주비행사들의 영양 문제 해결뿐 아니라 격리된 공간에서 생활해야 하는 우주 비행사들의 정신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우주 환경에 맞는 재배 기술은 지구에도 도움이 된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식물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면서 과학자들은 이에 대응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생명공학연구원에서는 고구마를 일교차가 크거나 물이 적은 가혹한 환경에서 재배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박정미 박사는 "우주에서 개발된 기술들이 파생돼 기후변화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는 식물들을 기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NASA가 우주 식물 재배에 이용한 LED 기술이나 수경 재배 기법은 빌딩에서 작물을 키우는 식물 공장에 많이 쓰이고 있다.


유지한 기자(jhyoo@chosun.com)

2019.10.1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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