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페이스북…기로에 선 세계 최대 메신저의 꿈

[비즈]by 조선비즈

美 FTC, 페이스북·인스타그램·왓츠앱 앱 통합 작업 중단 검토

9개주 검찰총장들까지 나서 반독점 위반 혐의 조사 착수 발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야심차게 추진한 세계 최대 메신저 플랫폼의 꿈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최근 페이스북의 앱 통합 작업을 중단시키는 예비명령을 검토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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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위)은 올해 초 자회사 인스타그램(왼쪽 아래)과 왓츠앱(오른쪽 아래)을 통합해 이용자 간 소통이 가능하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올해 초 페이스북은 2012년에 인수한 인스타그램과 2014년에 인수한 왓츠앱을 ‘한 몸’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각각의 서비스 사용자들이 앱에 구애받지 않고 서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세 앱의 사용자를 합치면 최소 25억명에 달합니다. ICT(정보통신기술) 업계는 세계 최대 메신저의 탄생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페이스북의 앱 통합 작업을 모두가 환영한 것은 아닙니다. 통합 발표에 앞서 유럽연합(EU)는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인수한 것을 두고 메신저 독점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올 5월 페이스북의 공동 창업자 크리스 휴즈는 "페이스북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휴즈는 뉴욕타임스(NYT)에 실린 기고문에서 "저커버그는 수십억명이 일상에서 쓰는 플랫폼의 수장으로 어느 누구보다 강한 ‘통제할 수 없는 힘’을 가졌다"며 "정부가 나서 페이스북과 왓츠앱, 인스타그램을 쪼개야 한다"고 했습니다.


페이스북은 올 6월 미국 정부가 이른바 ‘빅4’ IT 기업에 대한 반(反)독점 위반 조사에 나섰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FTC가 아마존과 페이스북을, 법무부가 애플과 구글을 나눠 조사하기로 한 것입니다.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등 경쟁 소셜미디어(SNS)를 인수해 시장 경쟁을 제한했다는 지적을, 다른 기업들은 검색·광고나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독점력을 이용해 다른 회사의 서비스를 배제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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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데 덮친 격으로 올 9월에는 9개주(州) 검찰총장들까지 나서 페이스북의 반독점 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를 착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IT 기업의 반독점 혐의 조사에 연방정부(법무부, FTC)와 주정부가 합세하는 것은 약 20년 전 마이크로소프트(MS)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미국 정부와 20여개주 검찰총장이 1990년대 말 MS의 반독점 혐의를 함께 조사하자, MS는 기업 분리 직전의 위기에 처했습니다. 2001년 9·11 테러가 터지면서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탓에 위기를 넘겼습니다.


페이스북은 아랑곳하지 않고 앱 통합 작업에 속도를 냈습니다. 올 8월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Instagram from Facebook)’, ‘페이스북의 왓츠앱(WhatsApp from Facebook)’처럼 자회사 브랜드 이름에 모두 ‘페이스북’을 달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페이스북 로고를 기존 파란색에서 자주색, 빨간색, 주황색, 초록색을 더해 바꾸겠다는 계획도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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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AP연합뉴스

일각에서는 내년 11월 미 대선을 앞둔 트럼프 행정부의 실리콘밸리 견제라는 말도 나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페이스북, 구글 등이 진보 성향의 여론을 중시한다고 여기고 취임 전부터 반(反)실리콘밸리 정서를 보였습니다.


앱끼리 연동한다는 페이스북의 ‘상호운용성’ 정책에 미국 정부가 실제로 반대하는 명령을 내릴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이르면 다음달 중에 처분이 내려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박현익 기자(beepark@chosunbiz.com)

2019.12.1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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