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실험에 몸 바친 ‘흰 쥐’… 대체 연구 뜬다

[테크]by 조선비즈

경자년(庚子年) 새해는 동물실험의 주인공인 흰 쥐의 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실험동물의 97%를 마우스와 랫트가 차지할 정도로 인류의 수명연장의 그늘에는 항상 쥐의 희생이 따랐다.


최근 쥐의 희생을 줄이면서 사람에게 직접하는 실험과 근접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새로운 방법들이 등장하고 있다. 대체 실험 방법은 척추동물인 ‘제브라피쉬’나 인공장기를 만드는 기술 ‘오가노이드’다.


현재 신약 개발 등 연구에는 마우스, 랫트, 기니피그, 햄스터, 토끼, 원숭이, 돼지, 개 등이 사용된다. 이 동물들을 실험에 사용하려면 모두 보건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특히 동물들은 실험이 끝나면 생명을 잃기 때문에 연구 윤리와 관련된 문제를 수반한다.

제브라피쉬, 인간 유전자 90% 동일… 저비용·고효율 실험 가능

제브라피쉬는 열대지역 강과 연못에 서식하는 물고기다. 척추동물에 속하고 사람과 유전자가 90% 동일하다. 각 장기의 구조나 역할이 인간과 비슷해 실험에 최적화됐다는 평을 받는다. 때문에 제브라피쉬를 이용하면 쥐를 사용한 동물실험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연구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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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무늬가 얼룩말을 닮은 제브라피시는 몸길이가 3㎝ 정도인 민물고기로 사람과 유전자가 비슷하다. /굿프리포토

위암·간암·췌장암 등 종양질환부터 파킨슨과 간질 등 뇌신경질환연구와 비만·당뇨와 같은 대사성 질환, 심혈관 질환, 염증· 면역질환도 유발시켜 약물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단, 수조 속 물에 약물을 넣기 때문에 친수성이 없는 약물은 실험하기 어렵다.


제브라피쉬가 쥐를 대체할 수 있는 실험동물로 부상하는 이유는 높은 실험 효율 때문이다.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의 경우 한 달이상 사육기간이 걸리고 실험 조건에 맞춰 쥐에게 질환을 형성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제브라피쉬는 보통 태어난 지 7일까지 치어 상태에서 실험에 사용한다. 실험이 예정된 전날 암컷과 수컷이 알을 낳도록 유도하면 2일 이내 실험을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크기도 3cm 미만으로 좁은 공간에서 효율적으로 실험동물을 관리할 수 있다.


배명애 한국화학연구원 박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노바티스 등 다국적제약사들이 신약 개발 초기 단계에서 제브라피쉬를 대규모로 활용하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동물윤리 지침이 강화되는 가운데 제브라피쉬는 현실적으로 기존 동물실험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줄기세포 활용해 인공 장기 재현… 실험동물 ‘0’ 시대 도전

제브라피쉬가 현실적인 대안이라면 좀 더 장기적인 접근 방법도 있다. 줄기세포로 인공장기를 만들어 실험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 방법으로 인공장기를 구현하면 생명의 희생 없이 인간 신체와 동일한 장기에 직접 연구를 할 수 있다.


오가노이드 연구는 실험동물 대체 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진화 중이다. 2009년 ‘네이처(Nature)’지에 장 줄기세포를 추출해 배양한 결과 실제 장 조직을 모사한 오가노이드가 완성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본격 연구가 시작됐고 이후 신체 장기를 똑같이 구현하는 방법이 정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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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오가노이드 제작 및 활용 모식도. 인간 피부세포에서 유도만능줄기세포(iPSCs)를 뽑은 후 간 유사장기로 제작해 약물독성평가 등에 활용할 수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2013년 민능분화줄기세포가 발견되면서 뇌, 간, 췌장, 심장 등 인간의 주요 장기를 모사할 수 있는 방법이 나왔다. 지금은 모낭, 침샘, 혈관 등 미세조직도 줄기세포 분화로 구현이 가능하다.


환자 수 가 많지 않은 희귀병 등은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초기 약물 실험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세포나 쥐 등을 이용해 먼저 실험해야 한다. 그러나 세포 실험, 동물 실험 결과는 실제 임상시험에서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손명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줄기세포융합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오가노이드를 통해 동물실험 대신 사람에게 더 정확한 결과를 가져오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동물실험보다 ‘종간 차이’를 극복한 명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했다.


단, 오가노이드는 아직까지 기술이 초기 단계에 있다. 포유동물이 약을 대사할 때 나타나는 약력·약동학적 반응 전체를 관찰하기는 어렵다는 데 한계가 있다. 약물을 대사하는 간과 흡수하는 장 등 장기를 통해 약물의 순환을 확인하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유종만 차의과학대학교 오가노이드 센터장은 "간, 장, 심장, 신장 등 인간 장기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독성 평가가 가장 빠르게 상용화될 전망"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오가노이드가 재생치료 및 인공장기 개발을 위한 기반기술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태환 기자(topen@chosunbiz.com)

2020.01.1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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