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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태그 하나 붙였더니…
프라다·아르마니·구찌 삼킨 스와로브스키

by조선비즈

스와로브스키의 ‘디지털 혁신’

122년 전통기업 스와로브스키 디지털 혁신 시작

‘크리스털 컬렉션 앱’ 만들고 기술력 있는 벤처와 협업도

태그 하나 붙였더니… 프라다·아르마니

스와로브스키는 웹사이트, 애플리케이션 등 온라인 마케팅, B2B 전자상거래 전반에 걸친 디지털 변혁을 진행 중이다. 사진은 미국 뉴욕에 위치한 스와로브스키 매장./블룸버그 제공

기업이 일정 수준 이상의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인지 성공한 기업은 기존 전략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파괴적 혁신 시대에는 과거 전략만을 고집해선 성장하기 어렵다. 시대 변화에 따른 변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여기 반세기 역사를 훌쩍 넘은 글로벌 기업이 하나 있다. 이 기업은 파괴적 혁신 시대를 맞아 새로운 변화를 모색 중이다. 바로 스와로브스키(Swarovski)다. 스와로브스키는 1895년 설립 이후 다양한 크리스털 제품을 제작·판매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스와로브스키 브랜드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러나 스와로브스키는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디지털 변혁’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스와로브스키의 디지털 변혁을 이끄는 롤란드 하스트(Roland Harste) 스와로브스키 글로벌 마케팅부문 부사장은 “현재 스와로브스키는 웹 사이트, 애플리케이션(앱), 소셜 미디어 등의 온라인 마케팅, B2B(기업 간 거래) 전자상거래, 온라인 소매 전반에 걸쳐 디지털 변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롤란드 하스트 부사장은 스와로브스키의 디지털 변혁 주요 전략으로 분명한 목적 제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이해, 외부 역량 활용, 강력한 추진력과 조직 내 의견 일치 등을 꼽았다.

전략 1 | 디지털 변혁의 주목적 설정

성공적인 기획을 하기 위해선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디지털 변혁 역시 왜 필요한지,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시작해야 한다. 시장과 기업 상황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기업이 얻고자 하는 바를 확실히 설정해야 그에 부합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스와로브스키 역시 여기서 출발했다.

 

스와로브스키의 디지털 변혁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선 회사 비즈니스 구조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스와로브스키는 프라다(Prada)·아르마니(Armani)·구찌(Gucci) 등 5000여개 B2B 고객사 및 패션, 주얼리 업체를 대상으로 크리스털을 판매하는 업체다.

 

이 고객사들은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을 이용해 크리스털 장식이 달린 구두, 가방 등의 완제품을 제작해 소매 채널에 판매한다. 고객사 제품 판매가 증가할수록 스와로브스키의 실적도 증가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소매 판매를 비롯한 다른 채널도 존재하지만, B2B 고객사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이런 조건하에서 롤란드 하스트 부사장과 스와로브스키가 설정한 디지털 변혁의 목적은 B2B 고객의 좋은 실적을 견인하는 것이었다. 스와로브스키는 B2B 고객사의 제품 판매를 돕기 위한 디지털 플랫폼인 ‘크리스털 컬렉션 앱’을 구축했다.

 

크리스털 컬렉션 앱을 활용하면 고객사는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 소재 1만5000개, 크리스털 주얼리 제품 20만개, 나아가 이들을 조합해 100만개에 달하는 제품을 검색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원하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게 되면서 고객별 맞춤형 제안이 가능해진 것이다.

 

스와로브스키는 B2B 고객사에 크리스털 소재를 판매하기 위한 전자상거래 솔루션도 개발 중이다. 다만 이는 논의가 필요한 안건이다. 스와로브스키는 B2B 기업에 직접 판매하기도 하지만, 도매 업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판매하는 루트도 가지고 있어 그들의 경쟁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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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2 |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이해

스와로브스키의 커뮤니케이션 상대는 B2B 기업만이 아니다. 스와로브스키는 소재 브랜드로서 일반 대중에게도 제품을 알리고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하지만 그동안 이런 활동은 제품에 태그를 달거나 로고를 새기는 수준이었다. 가령 지미 추(Jimmy Choo)에서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을 이용해 구두를 만들었다면, 여기에 스와로브스키 태그를 부착해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했다.

 

물론 이 방법은 여전히 유효하다. 한 예로 스와로브스키가 매년 진행하는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 후원을 통해 얻는 광고 노출 효과는 무려 1억건 이상에 달한다. 그리고 이는 소셜 미디어에 대한 막대한 영향력으로도 연결된다. 문제는 소셜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에 그친다는 것이다.

 

온라인상에서는 제품에 태그, 로고와 같은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아 소비자가 브랜드를 인지할 수 없다. 이런 단순 노출만으로는 온라인 상품 카테고리에서 정확한 키워드를 파악하기 어렵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 이전과 달라야 하는 이유다.

 

스와로브스키의 디지털 변혁 두 번째 전략은 이런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상황에 대한 이해다. 시장 상황과 커뮤니케이션 변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기반으로 솔루션을 도출했고, 그 결과물이 ‘크리스털 허브(www.crystals-from-swarovski.com)’였다. 고객은 크리스털 허브에서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이 들어간 다양한 구두 브랜드를 검색할 수 있다. 소매업체와 연결돼 있어 해당 상품 구매도 가능하다. B2B 고객사가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제품을 그들의 고객에게 판매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전략3 | 스타트업과 협력해 역량 강화

디지털 혁신 역량을 단기간에 갖추기란 쉽지 않다. 이럴 땐 외부 역량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스와로브스키는 광범위한 스타트업 네트워크를 갖춘 개방형 혁신팀을 두고 있었다. 특정 기술이 필요할 땐 이들의 경험과 기술을 활용했다. 가령 크리스털 허브에 사용할 온라인 소매업체 상품목록 관리 툴이 필요하다면, 해당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과 공동 작업을 진행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보유하는 일은 어렵지만, 그에 대한 정보를 얻거나 어떤 기술이 있는지 파악하고 활용 가능한 기술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 외부 역량을 활용할 수 있다면, 정확한 전략 수립과 비즈니스 수익 창출, 기존 프로세스와의 융화 등 당면한 핵심 과제에만 내부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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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털 허브 사이트’에서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 제품이 들어간 다양한 브랜드를 검색, 구매할 수 있다./스와로브스키 제공

전략4 | 디지털 변혁 관련 조직 내 의견 일치

기업이 디지털 변혁에 성공하려면 강한 추진력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기업 내 특정인이 성공의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고, 특정 부서가 이를 담당할 수도 있다. 스와로브스키는 마케팅 부서가 디지털 변혁을 주도했다. 전자상거래를 주요 수익창출 채널로 활용하는 게 합리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소규모 고객사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변혁을 누가 주도할지 결정하는 것은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다. 마케팅·정보기술(IT)·재무·고객 부서 등 디지털 변혁과 관련된 여러 부서들이 존재하고, 모두가 주도권을 가지려고 하기 때문이다. IT 부서가 이를 주도하게 되면 아무래도 기술적 관점에서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 다른 부서 역시 자신만의 관점에서 문제를 풀어가려 할 것이다.

 

경영진이 중요하게 생각할 부분은 이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다. 오프라인상에서는 각 부서들이 개별적으로 움직이며, 고객 접점은 비교적 영업부서로 한정돼 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고객 접점은 급증했고, 더 이상 고객에게 영업부서로 가보라는 식의 대응도 효율적이지 않다.

 

모든 부서가 하나의 통일된 메시지를 준비하고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기업 전체의 합의된 메시지를 마련해야 한다. 합의가 필요한 부분은 다양하다. 손익계산을 오프라인과 온라인 비즈니스에서 어떤 식으로 정리할지, 소규모 고객은 전자상거래로 보내라는 지침을 영업 인력에 전할 때 어떤 식으로 동기부여를 할지, 어느 시점에 고객 규모가 성장해 오프라인 영업조직으로 돌아올지 등 다양한 문제와 상황에 대한 판단과 합의가 필요하다.

 

롤란드 하스트 부사장 역시 스와로브스키의 디지털 변혁에 있어 가장 큰 어려움으로 마인드 전환을 꼽았다. 스와로브스키는 무려 120여년 전에 설립돼 오프라인에만 집중해 비즈니스를 해온 기업이었다. 그러다 보니 디지털 중심의 사고를 설파하고 주입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롤란드 하스트 부사장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브랜드를 홍보하고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선 조직원의 마인드를 송두리째 바꿔야 했다”며 “디지털 혁신을 주제로 한 간담회를 정기적으로 열고 디지털 환경 속에서 조직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자 힘썼다”고 말했다.

B2B 고객사 충성도 향상 기대돼

그렇다면 스와로브스키의 디지털 변혁은 효과적이라 할 수 있을까. 효과는 크게 매출 자체와 매출 외적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매출 측면에서 아직은 주목할 만한 성과가 없다. 여전히 규모가 큰 B2B 고객사들은 기존 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서비스를 진행했고, 전자상거래는 주로 규모가 작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선별적으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매출 상승은 향후 3년 내 3~5%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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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외적인 효과는 바로 고객충성도 향상이다. 스와로브스키는 B2B 고객사에 유통 플랫폼을 제공함으로써 향후 지속적인 연결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실제로 스와로브스키가 주목하고 있는 효과는 이 부분이다.

 

그러나 스와로브스키의 계획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스와로브스키는 현재 고객관계를 직접 소유하는 방식의 시장 개발 전략을 세우고 있다. 롤란드 하스트 부사장은 “스와로브스키가 가지고 있는 1만1000개의 판매점, 충성도 프로그램을 활용해 크리스털 허브의 트래픽을 증가시켜 보다 많은 가치를 창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스와로브스키의 디지털 변혁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해결할 문제도 많이 남아 있다. 데이터와 분석 기술의 경우, 30% 정도의 통합이 이뤄졌다. 크리스털 컬렉션 앱을 통해 막대한 거래 데이터가 쏟아지고 이를 통합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고객 충성도 프로그램이나 인재 충원 같은 문제도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한다.

 

특히 인재 충원이 중요하다. 적임자를 찾고, 이를 충원하는 일은 조직 내 구성원들로 하여금 무언가 중요한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회사가 나아가려는 방향에 대한 공감, 실행에 옮기고 있다는 안도감만으로도 조직원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박용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