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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세금 내기 싫어하는 이유

by비즈니스워치

내가 낸 세금이 권력자의 쌈짓돈으로 헛되이 쓰인다면, 재벌과 부자들의 배를 불리는데 사용된다면, 세금 탈루와 탈세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라면 세금 내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질 겁니다.

 

최고 권력자가 매달 1억원씩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받아먹었다는 뉴스를 들으면서, 재벌과 부자들이 세금을 피해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연말정산에서 세금 몇 푼 돌려 받기 위해 머리를 굴리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이래저래 세금 내고 싶지 않은 이유가 많아지는 요즘, 한국납세자연맹이 “한국의 납세자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세금을 적게 내려고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며 `한국의 납세자들이 세금 내기 싫어하는 이유`를 공개했습니다. 세금 내기 싫어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세금(납부)에 대한 불신, 세금제도의 불합리성, 세무행정의 전근대성 등입니다.

 

한국의 납세자들이 세금 내기 싫어하는 이유 9가지

  1. 내가 낸 세금이 낭비 된다
  2. 지하경제 비중이 높아 세금 안 내는 사람이 너무 많다
  3. `성실납세가 옳다`는 사회적 규범이 형성돼 있지 않다
  4. 정부 신뢰는 낮은데 세율은 높다
  5. 세법이 너무 복잡하다
  6. 불합리한 세금이 많다
  7. 세법대로 내면 망한다
  8. 성실납세 해도 세무조사를 피할 수 없다
  9. 세무조사를 당해도 세금 줄일 구멍이 있다

(한국납세자연맹)

세금 내기 싫어하는 이유

세금에 대한 불신은 `세금이 낭비 된다` `세금 안 내는 사람이 많다` `나만 더 낸다`는 현실인식에서 비롯됩니다. "다른 사람은 안 내는데 나만 잘 내는 거 아냐. 세금을 내면 뭐해 엉뚱한 데로 줄줄 새는데"하는 억울한 감정인 거죠.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고 믿음이 없으면 제도건 법률이건 작동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조세정의, 공평과세를 조세정책의 첫머리에 올립니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가 조세정의를 외친다고 정의가 바로 세워지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탈세는 중범죄로 다루고 세금을 허투루 낭비하는 공무원은 일벌백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반대로 성실납세자에게는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납세`가 의무가 아니라 `성실납세`가 의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합니다. 채찍과 당근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복잡하고 불합리한 세금 제도 역시 세금을 회피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몸을 옷(제도)에 맞추라고 하면 반발심만 생깁니다. 옷(제도)을 몸에 맞게 뜯어 고치는 게 먼저입니다. 복잡하고 모호한 세법은 최대한 단순화해야 합니다. 납세자는 법에 따라 세금을 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지 못했던 조항 때문에 뒤통수를 맞았다면 억울함이 커지겠죠.

 

자영업자의 경우 흔히 `세금을 제대로 내면 남는 게 없다`는 푸념을 하는데 정말 그렇다면 제도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필요경비 인정범위를 업종의 특수성에 맞게 조정해줄 필요는 없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누가 봐도 불합리한 세금은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합니다. 납부불성실가산세의 경우 패널티 뿐 아니라 이자 성격도 가지고 있는 만큼 단순착오나 오류 등 부정행위가 없는 경우에는 가산세율을 낮추는 게 합리적입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운용을 잘못하면 없는 것만 못 합니다. 일선에서 세무 행정을 다루는 관리들이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부당한 방법을 사용한다면 말짱 도루묵이 되는 겁니다.

 

조선후기 삼정문란의 대표적인 예로 거론되는 `황구첨정(黃口簽丁)`[어린 아이에게 군역을 물리는 것], `백골징포(白骨徵布)`[죽은 사람에게 군포를 부과하는 것] 등은 모두 중간 관리들의 농단으로 생긴 폐해입니다. 최근 한 언론에서 보도한 서초구 헌인마을 양도세 감면 건은 전관과 현직 세무공무원이 짬짜미해 돈을 받고 세금을 줄여준 사례입니다.

 

세무공무원에게 밉보이면 성실납세를 해도 세무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신이 생기고, 세무조사를 당하더라도 전관 세무대리인을 내세우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여지를 주면 조세정의는 허물어집니다.

 

내가 낸 세금이 나와 자식들에게 혜택으로 돌아올 때, 이웃의 복지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쓰일 때, 세금 빼먹는 도둑놈을 무거운 형벌로 다스릴 때 비로소 세금 내고 싶은 마음이 솟아날 겁니다.

 

남창균 기자 namck@bizwat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