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비즈 ]

'근로시간 신세계 열었다.
박수도 받았다'

by비즈니스워치

신세계, 근로시간 단축…정규직전환 이어 최초 타이틀

정치권 등 "신선·파격 시도" 호평

"최저임금 무력화 꼼수, 인력충원" 비판도

 

신세계그룹이 또 한번 선수를 쳤다. 대기업 최초로 근로시간을 주 35시간으로 단축하겠다는 계획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유통업계뿐만 아니라 재계, 정치권까지 파장이 일었다. 신세계그룹은 2007년 캐셔 등 비정규직 직원 52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며 유통업계 정규직 전환의 물꼬를 텄다. 업계에선 "신선한 시도"라는 분석과 함께 "최저임금 인상에 대비한 꼼수"라는 지적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근무시간 관념 타파"

'근로시간 신세계 열었다. 박수도 받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최근 신세계그룹은 내년부터 주 근로시간을 35시간으로 단축한다고 밝혔다. 국내 법정 근로시간 40시간보다 5시간 짧은 것으로 국내 대기업 최초의 시도다.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7시간이고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신세계그룹은 근로시간을 단축하면서 기존 임금을 유지하도록 했다.

 

13일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존 노동시간 관념을 타파한 신선한 시도"라고 평했다. 그는 다만 "내년 최저임금 16.4% 인상과 맞물려 근로시간을 단축하면서 그 의미가 퇴색될 수 있고, 주 35시간 근로만으로 기존 업무량을 수행하려면 체계적인 근로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룹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과 별개로 연봉협상은 진행된다"며 "내년부터 최저시급이 인상되는 점을 감안해 캐셔 등 전문직군 급여는 10% 인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근로시간은 감소되는 추세"라며 "제조업체가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지만 서비스업은 쉬면 서비스 질은 더 올라간다"고 덧붙였다.

새 정부 '눈도장'

'근로시간 신세계 열었다. 박수도 받

정치권과 재계가 근로시간 단축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는 가운데 신세계가 선수를 치면서 정치권의 반응도 쏟아졌다. 지난 11일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근로시간을 줄이고 임금을 삭감하지 않겠다는 파격적 선언"이라고 평가했고,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새 정부 국정과제와 '저녁 있는 삶' 두마리 토끼를 잡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세계그룹은 문재인 정부 근로시간 단축 '1호 대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근로시간 단축 발표 하루전날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국회를 찾아 당장 근로시간을 단축하긴 어렵다고 말한 터라 신세계 발표는 더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인건비 10년만에 약 3배

'근로시간 신세계 열었다. 박수도 받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신세계그룹이 '파격적인 선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 신세계그룹은 캐셔 등 비정규직 50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2013년 신세계백화점 식품 판매사원 500명과 이마트 판매용역사원 1만722명을 추가로 정규직화했다. 신세계그룹이 '뜨거운 감자'인 비정규직 문제를 먼저 건드리면서 파장이 커졌다.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이마트 임직원 2만7582명 중에 정규직은 27487명이다. 비정규직은 95명에 불과하다.

 

신세계그룹이 정규직을 늘리고 근로시간을 줄였지만 인건비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신세계 인건비는 2006년 6123억원, 2007년 6537억원, 2008년 7457억원 등으로 늘어났다. 정규직 전환비용도 있겠지만 매년 인상되는 임금과 사업확장에 따라 인건비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1년 신세계가 할인점 이마트와 백화점 신세계로 분할된 뒤에도 두 회사 인건비는 늘었다. 작년 인건비는 신세계가 3047억원, 이마트가 1조3551억원이다. 10년만에 인건비가 3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반면 두 회사 영업이익은 정체되고 있다.

"신규인력 더 뽑아야"

'근로시간 신세계 열었다. 박수도 받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사진 = 이명근 기자]

신세계그룹이 인건비 부담을 안았지만 잃은 것보단 얻은 것이 많다는 분석이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이마트는 매장 폐점시간을 기존 밤 12시에서 한시간 앞당길 계획이지만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요즘 직장인은 퇴근 후 장을 잘 보지 않는다"며 "밤 11시 이후는 고객이 거의 없고, 직원도 다른 시간에 비해 적게 근무한다"고 말했다.

 

전수찬 이마트 노조위원장은 "마트는 공장처럼 컨베이어 벨트가 멈추면 쉴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매일 처리해야 하는 업무량을 정해져 있는데 업무시간을 줄이면 업무강도는 늘어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근로시간을 단축하려면 신규 인력을 뽑아야 하는데 이마트가 근로시간 단축을 준비했다던 지난 2년간 회사 직원은 오히려 2400여명 줄었다"며 "이번 근로시간 단축은 최저임금을 무력화하겠다는 꼼수"라고 덧붙였다.

 

안준형 기자 why@bizwat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