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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21년만의 귀환
'비운의 참나무통'

by비즈니스워치

빅히트중 외환위기로 단종된 '참나무통 맑은소주' 부활

하이트진로 '참나무통 맑은이슬' 출시

1990년대부터 숙성한 원액 활용 다양한 제품내놔

21년만의 귀환 '비운의 참나무통'

1996년 진로의 '참나무통 맑은소주'(왼쪽), 2017년 하이트진로의 '참나무통 맑은이슬' 광고

'참나무통 맑은소주'를 아시나요?

이 질문에 자신있게 '예'라고 답했다면 당신은 '아재'일 확률이 높다. 이 소주는 1996년 출시된뒤 반짝인기를 끌다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여파로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 '비운의 소주'가 21년만에 다시 돌아왔다.

 

최근 하이트진로는 '참나무통 맑은이슬'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참나무통(오크통)에서 3년 이상 숙성한 증류식 소주 원액을 주정과 브랜딩한(섞은) 제품이다. 알코올 도수는 16도, 출고가는 1443원이다. 참이슬(17.9도, 1015원)보다 알코올 도수가 낮고, 가격은 더 비싸다. 이 회사가 소주 신제품을 출시한 것은 2012년 '쏘달' 이후 5년만이다.

 

'참나무통 맑은이슬'은 제품명에서 연상할 수 있듯이 21년전 출시된 '참나무통 맑은소주'의 리뉴얼 버전에 가깝다. 1996년 진로가 선보인 '참나무통 맑은소주'는 출시 50일만에 1000만병이 팔리며 프리미엄 소주시장을 열었다. 하지만 진로가 1997년 부도나면서 '참나무통 맑은소주'는 서서히 단종됐다.

21년만의 귀환 '비운의 참나무통'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목통숙성실

21년 차로 출시된 두 제품은 이름뿐만 아니라 레시피도 비슷하다. '참나무통 맑은소주' 성분은 주정 24%, 숙성 원액 2.6~5%, 물 70% 등으로 알려졌다. '참나무통 맑은이슬'은 숙성 원액을 1.1% 사용하고 있다. 숙성 원액은 줄었지만 숙성기간은 늘어났다. '참나무통 맑은이슬' 숙성기간은 3년 이상으로 '참나무통 맑은소주'보다 3배 더 길다.

 

이 소주의 핵심은 참나무통 숙성 원액에 있다. 위스키와 같이 참나무통에서 숙성해 술색이 노란색을 띠어 90년대에는 '위스키 소주'라고도 불렸다. 참나무통에 소주가 오래 보관될수록 투명한 색은 점점 노란색으로 변하고, 참나무 특유의 향도 강해진다.

21년만의 귀환 '비운의 참나무통'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목통숙성실

흥미로운건 하이트진로가 20년 넘게 참나무통을 보관한 것은 '계획된 일이 아니다'는 점이다. 1997년 부도난 진로는 그 이듬해 출시된 '참이슬'에 사활을 걸었다. '참이슬'은 단숨에 국민 소주 대열에 올랐고, '참나무통 맑은소주'는 서서히 잊혀졌다. 하지만 제품이 단종됐다고 참나무통을 버릴 수는 없었다. 2005년 진로가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하이트가 진로를 인수할 때까지 참나무통속 원액은 이천공장 숙성실에서 조용히 나이를 먹고 있었다.

 

악성 재고로 인식되던 참나무통속 원액은 2007년 명주(名酒)가 됐다. 하이트진로는 그해 참나무통 원액을 사용해 '일품진로'를 출시했다. 10년 이상 참나무통에서 숙성한 소주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요즘에는 없어서 못 파는 히트상품이 됐다. 회사 내에선 "우연이 빚은 술"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결국 '참나무통 맑은소주', '일품진로', '참나무통 맑은이슬' 등으로 이어지며 참나무통은 20년 넘게 명맥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비즈니스워치 안준형 기자 why@bizwat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