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쓴 소설 읽어보니 '로맨스 감성도 척척'

[테크]by 비즈니스워치

전개·감정 묘사 자연스러워 다양한 콘텐츠 빠르게 확보

AI가 쓴 소설 읽어보니 '로맨스 감

"너 정말 사람 피곤하게 하는구나, 박서연."


서연은 꼭 자신이 (남자친구가 피우고 있는) 저 담배꽁초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영문도 모르고 선택을 받아 입에 물려지자마자 불에 타오르고선 땅바닥에 버려져 짓밟히는 느낌.


남자친구에게 상처받은 여자가 나오는 로맨스 소설 '반항아'의 한 구절. KT의 웹소설 플랫폼 블라이즈에 게재된 이 작품은 인공지능(AI)이 쓴 소설이다. 마치 사람이 쓴 것처럼 비유를 섞어 주인공의 심리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 같이 AI가 고도화하면서 인간의 고유영역으로 여겨지는 소설 창작분야에서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데이터 학습을 토대로 사람 못지 않게 감정 표현 등을 처리하면서 소설을 비롯한 여러 콘텐츠 창작에 활용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달 서비스를 시작한 블라이스에 KT의 AI 소설 공모전에 출품된 작품이 올라오고 있다. 게재된 소설은 자연스러운 전개와 표현으로 이목을 끈다.


AI가 쓴 소설을 보면 단어와 문장이 정확한 것은 물론, 내용도 물 흐르듯 전개된다. 블라이스에 올라온 AI 소설 '로맨틱 스펙타클'은 신입 비서인 주인공이 CEO와 일하며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주인공이 까다로운 것으로 소문난 CEO를 만나기 전 긴장하는 모습, 의외로 잘해주자 흔들리는 모습 등을 그려 호감을 키우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나타낸다.


분위기와 감정 묘사도 섬세하다. 실제로 휴머노이드가 나오는 SF 소설 ‘무표정한 사람들’에선 주인공이 모친을 잃자 라디오에서 가수 길버트 오셜리반의 'Alone Again(또 다시 혼자)'의 노래 가사가 흘러나온다. 고독을 다룬 노래 가사를 통해 주인공의 착잡한 감정을 드러내는 식이다.


또 다른 소설 '반항아'는 여자친구가 있지만 다른 여자와 더 각별한 주인공의 심리를 "딱히 서로를 사랑하는 건 아니었지만 마냥 친하기만 한 친형제, 자매 같은 사이는 또 아니다"라며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AI가 자연스럽게 내용을 전개하고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건 데이터 학습을 거쳐 작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여러 소설 데이터를 학습하면서 전개 패턴과 표현을 인식하고 다시 조합해 소설을 선보이는 것. 이에 따라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빠르게 얻을 수 있게 되면서 관련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다.


KT 관계자는"블라이스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기존 웹소설 플랫폼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AI 소설 공모를 받았다"면서 "AI 알고리즘 개발역량을 갖춘 대학생과 대학원생, 연구단체 등이 다수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선 지난해 AI 프로그램 벤자민이 대본을 쓴 SF 영화 '잇츠노게임(It's No Game)'이 나오기도 했다. 영화감독 오스카 샤프와 로스 굿윈 뉴욕대학교 교수가 손 잡고 개발한 벤자민은 SF 영화 대본을 학습결과를 토대로 새로 작품을 쓰는 방식이다.


국내에선 한국콘텐츠진흥원과 SM엔터테인먼트의 음악과 인공지능 기술 협업 프로젝트에서 비보잉 동작에 따라 AI가 음악을 작곡하는 시스템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시스템은 여러 비보잉 동작의 크기, 강도 등에 맞춰 이를 가장 잘 표현하는 음악을 만들어낸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AI 콘텐츠 협업 중인 기업들이 외부 투자를 여러 건 유치하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면서 "AI가 효과적인 창작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워치] 이세정 기자 lsj@bizwatch.co.kr
2018.08.1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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